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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약사당 VS 野의사당 ‘국회 대격돌’

의약계 출신 의원들 여야에 나뉘어 포진 … 각 이익단체 대변 ‘약대 6년제안’ 놓고 1회전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與약사당 VS 野의사당 ‘국회 대격돌’

與약사당 VS 野의사당 ‘국회 대격돌’

2003년 10월 열린 전국 의사대표자 궐기대회. 이날 의협은 총선을 대비한 공식적인 활동에 나설 것을 선언하고 낙선, 지지 운동 대상 후보들을 구체적으로 거명했다.

압력단체(壓力團體·pressure group)? 교과서에서는 이렇게 설명해놓았다. “일정한 정치목적을 수행하기 위한 이익집단을 특히 ‘압력단체’라고 한다. 압력단체는 특수이익이 정책에 반영될 수 있게 의회나 정부 정당에 압력을 가하여 영향력을 행사한다.”

교과서의 설명에 들어맞는 ‘압력단체’에는 어떤 게 있을까.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와 대한약사회(이하 약사회)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두 단체의 정치적 지향은 180도 다르다. 의협과 약사회는 정치적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여야로 갈라서 있다. ‘약사당’ 아니면 ‘의사당’이라도 만들 기세다.

압력단체의 극단적인 호불호(好不好)에 따르면 열린우리당(이하 우리당)은 ‘약사당’이고, 한나라당은 ‘의사당’이다. 당연히 한나라당엔 의사 편에 선 정책이 많고, 반대로 우리당의 정책은 약사 쪽에 친근하다. 더하여 우리당엔 약사 출신 의원이, 한나라당엔 의사 출신 의원이 포진해 있다.

“한나라당은 17대 국회에서 비례대표로 의사를 뽑았는데, 우리당은 약사를 넣었으니 의사보다 약사가 더 좋다는 것 아니냐. 우리당은 대표 면담 한 번 하자 해도 안 만나준다.”(의협 권용진 이사)

약사당과 의사당이 충돌하는 곳은 국회다. 7월7일 국회 보건복지위. 집중적으로 논의된 주제는 ‘약대 6년제안’이었다. 약대의 학제를 6년으로 바꾸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공약이자 약사회가 의욕적으로 밀고 있는 정책. 이날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은 노골적으로 딴죽을 걸었다.



약사 의원 2명, 의사 의원은 3명

박창달 의원(한나라당·대구 동을)은 “‘가장 중요한 단체’인 대한의사협회가 이번 ‘약대 6년제’ 합의과정에서 빠진 이유가 무엇인지 설명하라”며 보건복지부를 질타했다. 안명옥 의원(한나라당·비례대표)도 “복지부와 약사회장, 한의사협회장 등 3자가 밀실에서 전격적으로 만들어낸 약대 6년제 합의안이 보건의료계에 엄청난 혼란과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의협이 6년제안에 반대하는 건 남 잘되는 꼴 못 보겠다는 것 아닌가.”(약사회 최헌수 홍보부장)

의협의 처지를 대변한 듯한 발언으로 약사들의 공적(公敵)이 된 안의원의 국회의원 되기 전 직업은 의사다. 게다가 의협 대외협력이사와 대한여의사회 공보이사를 지낸 의협의 ‘국회 창구’. 의협에서 배출한 국회의원이 약사회의 ‘야심작’에 작심하고 발목을 잡고 나선 셈이다.

與약사당 VS 野의사당 ‘국회 대격돌’
안의원이 의협의 ‘국회 창구’라면 우리당엔 장복심 의원(비례대표)이 있다. 장의원은 금배지를 다는 데 약사회와 여성단체협의회 등의 지원을 받았다. 압력단체를 기준으로 안의원과 정확하게 대척점에 선 것이다. 장의원은 우리당 비례대표 순번 선거에서 ‘100만 약사가족 대표론’을 주장하며 당선권에 진입했다.

16대 국회 당시 의사들의 공적이었던 김성순 전 의원의 ‘마크맨’이 장의원이었다.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들을 담당하는 압력단체의 로비스트(특정 압력단체의 이익을 위해 정당이나 의원을 상대로 청원 진정을 중개하는 원외단체의 활동자)였던 셈이다. 이런 인연으로 장의원은 의협의 공적이었던 김 전 의원의 보좌진 3명을 그대로 흡수했다. 3명의 보좌진은 보건의료 분야에서 손꼽히는 전문가.

그러나 보건복지위 간사로까지 내정됐던 장의원은 예상치 못한 사건 탓에 보건복지위에 들어가지 못했다. 장의원에겐 안타까운 일. 약사회에도 마찬가지다. 당내 인사들에게 후원금을 준 게 여러 해석을 낳으면서 구설에 올랐기 때문이다. 후원금의 출처로 가장 먼저 의심된 곳이 약사회였다. 우리당 대변인실에서도 약사회에서 정치자금을 지원했다는 소문이 있다면서 장의원에게 사실 확인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장의원이 부인하는데도 약사회가 거론된 까닭은 한나라당-의협, 우리당-약사회의 묘한 연계고리 때문이다.

與약사당 VS 野의사당 ‘국회 대격돌’

의사회 집회는 ‘밥그릇 챙기기’라는 비판을 듣고 있다.

의협·약사회 정책지원 능력은 떨어져

정치권 로비가 중요한 압력단체에서 ‘의원 만들기’는 이해관계가 얽혔을 때 자신들의 몫을 늘리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우리당은 약사를, 한나라당은 의사를 선택했다. 17대 국회에 들어간 약사 2명은 모두 우리당, 의사 3명은 한나라당 소속이다. 약사 출신으로는 장의원 외에 김선미 의원(경기 안성)이 있고, 의사로는 정의화 의원(부산 중·동구)과 안홍준 의원(경남 마산을)이 지역구에서 당선됐다.

2002년 대선과 2004년 총선에서 의-약 대리전은 치열했다. 두 단체는, 좁게는 17대 국회에 약사당 또는 의사당 의원을 배출하고자, 넓게는 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총선에서 선전하도록 힘을 보탰다. 의협이 ‘공중전’으로 선거에 임했다면 약사회는 ‘저인망식’으로 훑었다.

의협이 낙선 대상으로 지목한 의원들은 대부분 낙선했다. 의약분업 수호자인 김홍신 김성순 전 의원이 대표적인 경우. 의협은 선거구별 출마자 현황을 파악하는 한편 대외협력기금도 모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창하게 시작은 했지만 별로 한 건 없다. 법을 어기지 않고 합법적인 범위에서 했다. 낙선운동은 개인적으로 한 것이고, 정당명부식 투표에서 한나라당 비례대표 후보에 우리(의협) 후보가 있다고 알렸을 뿐이다.”(의협 관계자)

“선거에서의 영향력은 의사들보다 약사들이 더 강하다. 약사의 작업장이 지역 밀착형이다 보니 드링크제 사러 온 어르신들에게 한나라당은 안 된다는 분위기를 전하는 식으로 할 수 있다. 진료실에선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조성이 안 된다. 다만 자금력에선 의협이 더 낫다. 쓰는 돈이 적어도 우리의 10배는 되는 것 같다.”(약사회 관계자)

의협과 약사회가 개와 원숭이 사이가 된 것은 의약분업 때문이다. 의약분업 도입 당시 개혁 성향의 약사회는 일부 회원들의 피해를 무릅쓰고 ‘국민의 복지’를 선택했다. 반대로 의료계는 2000년 파업 이후 ‘선생님’이라는 지위를 잃고 ‘장사꾼’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어야 했다. 당시의 갈등 구조가 계속됨에 따라 2차 의약분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개인이든 집단이든 정책에 따라 지지를 결정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의협처럼 선거를 앞두고 대규모 집회를 벌이면서 특정 정당을 지원하는 압력단체는 교과서의 설명과 다른 ‘특수 사례’다. 보통 압력단체들은 여당을 지지하는 경우가 많고, 여야와 공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애쓴다. 여야로 갈려 특정 정당을 적으로 만드는 건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약사회 관계자 역시 “약사회의 목표는 여야를 막론하고 약사회의 주장이 반영된 정책을 지지하는 의원들이 많아지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게 여의치 않다. 약사회가 여당, 의사회가 야당으로 갈라진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고 말했다.

與약사당 VS 野의사당 ‘국회 대격돌’

약사회 집회는 ‘밥그릇 챙기기’라는 비판을 듣고 있다.

물론 우리당이 약사의 처지를, 한나라당이 의사의 처지를 고스란히 지지하는 정당이 아니며 앞으로도 그렇게 될 리 없다. 다만 압력단체가 여론을 일부 움직일 수 있다는 점에서 선거 때 자기 진영으로 끌어들이고 싶어 안달할 뿐이다.

정당이 압력단체에 원하는 게 ‘표’이기도 하지만 더욱 중요한 건 정책이다. 진정 청원 등을 통한 압력단체의 ‘정책 지원’은 교과서에도 나온다. 압력단체에 공정한 청원의 기회를 보장하고자 ‘로비법’까지 검토될 정도. 그러나 의협과 약사회는 요구만 있을 뿐 제대로 된 지원은 없다. 보건복지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의원 보좌진의 말이다.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이익단체에도 도움이 되고 국민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맛있는 것(정책자료)’을 자주 갖고 온다. 의원들이 가장 좋아하는 로비는 정책 지원이다. 의협은 발톱을 세우고 곳곳에서 목소리를 높이지만 정책 지원 능력은 매우 떨어진다. 약사회도 의협과 별반 다르지 않다.”



주간동아 444호 (p28~29)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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