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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기행 | 청양 참게

돌아온 밥도둑 “제 속살 맛보세요”

  • 청양=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돌아온 밥도둑 “제 속살 맛보세요”

돌아온 밥도둑 “제 속살 맛보세요”

충청수산의 참게장.

‘지천(之川)’은 칠갑산(충남 청양군)에서 발원한다. 청양군 대치면 작천(鵲川)리와 장평면 지천리를 가른다 하여 지천이고, 흐르는 모양이 갈지(之)자를 닮았다 하여 또 지천이다. 지천은 1000리를 가는 금강으로 흘러들기까지 청정하천으로서의 물길과 풍모를 조금도 잃지 않는다. 지천엔 여울(물살이 빠르고 얕은 곳)과 소(물이 고여 깊은 곳)가 유독 많다. 때로는 험하고 때로는 고요한 물길은 숱한 세월 동안 농심과 너른 들을 적셔주는 젖줄이었다. 뿐만 아니라 예로부터 황조롱이, 수달 등 수백종의 동식물도 너끈히 품에 안았다. 청양 ‘참게’도 그 지천을 탯줄 삼아 험한 세상에 이름을 올린다.

참게는 ‘귀물(貴物)’이다. 바닷게를 포함해 전 세계의 게 종류는 70여 가지가 넘는다. 그 가운데 한국 서해안의 게류와 중국 상하이(上海) 상류 한랭지방에 서식하는 게류가 세계에서 질과 맛이 으뜸이라는 평가를 받아 ‘참’자를 붙여 참게라 이름 지었다고 한다. 전남 이북과 충청, 임진강 지역에서 나온 ‘까치내 참게’가 임금님 수라상에 오르는 진상품이 된 것은 당연지사. ‘자산어보’에는 천해(川蟹)를 속명으로 ‘참궤’라 하고, 큰 것은 사방 3~4cm이며 몸 빛은 푸른 검은색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참게는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기수지역에서 산란한다. 연어와는 정반대 인생행로다. 부화한 어린 놈들은 물길을 타고 올라가 강과 논두렁 가에서 몸을 키운다. 그러다 가을이 오면 바다로 향한다. 짝짓기를 향한 본능이다. 지천에서 150리 떨어진 바다로의 이동은 목숨을 걸어야 하는 고단하기 이를 데 없는 여정이다. 하천 곳곳에 놓인 수중보는 어린 참게의 접근을 막고, 마을 어귀에 처진 통발과 대나무살은 최소 참게 다리 하나는 요구하고 참게들도 이를 희생해 목숨을 부지한다. 사투 끝에 도달한 바다지만 참게를 위협하는 환경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는다. 특히 참게의 발을 묶는 금강하구 둑은 얄밉기 이를 데 없는 저주스러운 구조물이다.

돌아온 밥도둑 “제 속살 맛보세요”
참게는 참게탕, 참게찜, 참게장, 참게구이 등 요리방법이 다양하다. 그 가운데 고소하고 감칠맛 나는 참게장이 으뜸이다. 속이 단단한 참게는 달인 장을 예닐곱 번씩 갈아 붓고 석 달은 재워야 맛이 밴다. 옛날 우리 조상들은 이 참게장을 마치 한약 달이듯 정성을 다해 만들었다고 한다. 사나흘 재워 한 달 안에 먹어야 하는 꽃게장과 같은 품격으로 비교하면 결례라고 해야 할까. 그런 정성이 게살에 배인 만큼 참게장은 1년이 가도 살이 삭지 않는다. 그렇게 담가둔 참게장은 새 봄 가정방문을 오는 선생님 밥상에 가장 먼저 올랐다.

참게는 가을에 살이 통통하게 오른다. 그래서 가을이 참게철이다. 그렇지만 요즘은 굳이 계절을 가릴 필요가 없다. 게장 담그는 기술이나 보관 방법이 다양하게 발달했기 때문이다. 참게 매운탕은 가을, 참게장은 봄에 먹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게 다리 하나에서 풍기는 고소함은 흐드러지게 핀 진달래보다 더 강렬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게장은 바삭바삭 구운 김이 있어야 제격이다. 따끈한 흰 쌀밥을 김에 싸 잘 익은 참게장 속살을 뜯어 살짝 얹은 뒤 입에 넣으면 고소함과 감칠맛이 온 입안으로 퍼진다. 그때쯤이면 왜 참게가 ‘밥도둑’이란 오명을 뒤집어썼는지 우문이 풀린다. 일꾼 ‘밥그릇’의 밥을 모두 비워도 성에 차지 않지만 부담을 느낄 필요는 없다. 식욕을 부르는 게장 탓에 벌어진 불가사의한 현상이기 때문이다. 공주가 고향인 심대평 충남지사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참게 마니아 중 한 사람이다. 참게 양식에 발벗고 나선 심지사의 참게에 대한 기억이다.

“어릴 때 게딱지(껍질) 하나 있으면 두서너 끼 밥은 너끈히 먹었다. 어른들이 먹는 게딱지 하나 얻어먹으려고 밥상 물리는 엄마를 따라다녔지만 빈한한 살림살이에 엄마의 가슴만 아프게 했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



돌아온 밥도둑 “제 속살 맛보세요”

심대평 충남지사와 김시환 청양군수 (오른쪽부터)가 참게장을 먹고 있다.

한때 지천에 널린 게 참게였던 때가 있었다. 청양도 마찬가지였다. 참게를 잡는 것이 아니라 널린 것을 주었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였다. ‘물 반 참게 반’의 아릿한 기억은 지금도 지천 주민들의 머릿속에나 자리잡고 있다.

그러던 참게가 지천을 떠났다. 그때가 1980년대 초. 인간들이 만든 독한 환경이 원인이었다. 인간들의 욕심은 끝이 없었고, 그들이 만든 금강하구 둑과 무작정 뿌려대는 농약과 비료를 참게가 견뎌내기란 애초 불가능했다. 그럼에도 인간들은 참게의 무서운 경고에 둔감했고, 그들이 떠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무심했다. 참게는 멸종이란 중차대한 위기에 직면했고 그제야 인간들은 참게의 절규에 귀를 기울였다.

산란터를 잃은 참게가 지천으로 되돌아온 것은 충남도가 96년도부터 인공부화한 어린 게를 방류한 덕분이다. 김시환 청양군수와 참게 전도사 명노환씨(56·충청수산 대표)의 ‘비범(?)한’ 열정도 한몫했다.

돌아온 밥도둑 “제 속살 맛보세요”

충남 청양군 장평면 지천리를 끼고 도는 지천변 가운데 논처럼 보이는 곳이 충청수산 참게 양식장이다.

그는 수십 차례 참게 양식에 도전했고, 할 때마다 실패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재도전에 나섰다. 수천만 마리 치게를 방류하는가 하면, 대천해수욕장에서 바닷물을 떠와 인공부화를 시도하는 무모함도 보였다. 수중생물을 사육하는 일은 가축 같은 육상동물에 비해 몇 배나 어렵다. 더구나 참게처럼 주변 환경에 예민한 놈은 여간해서 사람의 손길을 허용하지 않는다. 명씨가 이런 피곤한 참게 양식에 성공한 것은 강산이 한 번 바뀌고 난 뒤였다. 10년 세월 동안 첨단과 원시를 접목시킨 퓨전식 양식기술을 개발했고 이를 통해 청양 참게가 부활한 것. 참게는 명씨와 이웃주민들에게 부를 통해 보은에 나섰다.

명씨는 지천리 일대에 1만8000여평의 양식장을 경영한다. 제법 큼지막한 참게가 수시로 지천을 오르내리자, 청양 부여지역에는 60여명의 전업민들이 나타났고 참게 요릿집도 부쩍 늘었다. 옛날 참게 한 줄(10마리) 새끼로 묶어 20리 길 청양 5일장에 내다팔면 보리쌀 한 말은 너끈했고 그 전설은 현실이 되어 청양 주민들 가슴을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김시환 청양군수와 명씨는 이제 금강 본ㆍ지류 3000리 물길 전체를 참게장(場)으로 만들겠다는 야무진 꿈을 꾸고 있다.

조금 있으면 참게들은 산란을 위해 먼길을 떠난다. 서둘러 추수를 끝낸 지천 사람들도 덩달아 바빠질 것이다. 참게 움직임에 발맞춰 지천 물길의 길목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9~11월, 살찌고 알 밴 참게를 만나는 것이 대처에서 공부를 하고 돌아온 아들만큼이나 반갑다. 성질 급한 주민은 8월 말부터 여울목을 따라가며 보를 쌓아 통발을 칠 기세다. 가을을 기다리는 청양 주민들이 조바심을 친다. 목이 빠진다.



주간동아 444호 (p86~86)

청양=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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