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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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변 … 자수성가 … “에드워즈 반했어요”

젊고 대중 친화력 갖춘 정치인 매력 … 부통령 지명 후 지지도 급상승 대선 판도 바꿔

  • 뉴욕=홍권희 동아일보 특파원 konihong@donga.com

    입력2004-07-16 14: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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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변 … 자수성가 … “에드워즈 반했어요”

    존 에드워즈 상원의원 부부(왼쪽)와 존 케리 민주당 대통령 후보 부부.

    #장면1

    7월8일 오후 뉴욕의 라디오 시티 뮤직홀. 유명 공연과 시상식 등을 하는 이곳에서 콘서트가 열렸다. ‘케리-에드워즈 승리 2004’ 콘서트였다. 11월2일의 미국 대통령선거를 4개월 앞두고 야당인 민주당의 대통령후보 존 케리 상원의원(매사추세츠 주)과 부통령후보 존 에드워즈 상원의원(노스캐롤라이나 주)의 인기가 크게 오르고 있다. 티켓 값은 콘서트만 보는 250달러짜리에서부터 콘서트 후 리셉션에도 참석할 수 있는 2만5000달러짜리까지로 이날 콘서트 수입은 총 750만 달러나 됐다. 콘서트엔 많은 스타들도 참석했다. 배우 폴 뉴먼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세금감면은 범죄”라고 비난하면서 “그곳에 심각하고 위험한 것이 있고 바꿔야만 할 것이 있다”고 외쳤다. 여배우 제시카 랭은 “사기와 위선과 전쟁을 즐기는 정권을 계속 따라야만 합니까”라고 청중에게 물었다.

    7월6일 케리가 에드워즈를 러닝메이트로 지명한 뒤 지지도가 올라가 존-존 커플의 얼굴에 희색이 가득하다. ‘오늘 선거를 치른다면 누구를 찍겠느냐’는 타임 설문조사(허용오차 ±3.5%)에서 응답자 1192명 중 49%가 케리를, 45%가 부시 대통령을 지지했다. 케리가 에드워즈를 지명하기 전인 6월 조사에서는 부시가 케리를 49대 48로 이겼다. 지지도의 역전은 에드워즈가 부통령 후보로 오른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누가 대통령을 잘 도와줄 것 같냐’는 질문에서 에드워즈는 47%를 얻어 38%에 그친 딕 체니 부통령을 크게 앞질렀다.

    최근 설문조사 케리 진영 우세

    지명 발표 직후 1007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한 설문조사(허용오차 ±3.1%)에서는 케리-에드워즈 커플이 부시-체니 커플을 48대 46으로 앞섰다. 케리 진영이 우세한 곳은 동부와 오대호 연안이었고, 부시 진영은 남부와 서부에서 앞섰다. 최근의 여러 설문조사를 종합해보면 그동안 부시와 케리는 오차범위 안에서 엎치락뒤치락해왔는데 케리가 에드워즈를 러닝메이트로 지명한 직후 케리 진영이 우세를 보인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에드워즈가 부시의 고향이며 지지기반인 남부 표를 공략할 수 있다면 대선전은 싱거워진다. 한 달 전 AP통신의 설문조사에서는 케리-에드워즈의 가상 커플이 부시-체니 커플을 47대 44로 누른 바 있다(7월 초 에드워즈의 지명일 전후로 실시된 AP통신의 설문조사에서는 회복돼가는 경제에 힘입어 부시가 케리를 49대 45로 이겼다. 허용오차 ±3.5%).



    달변 … 자수성가 … “에드워즈 반했어요”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나선 조지 W 부시 대통령 부부(왼쪽)와 딕 체니 대통령 부부.

    #장면2

    역시 ‘무슨 일이든 벌어질 수 있는’ 뉴욕.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에 참여한 에드워즈가 컬럼비아대학을 방문해 연설을 하던 올해 초의 일이다. 평소처럼 “미국은 부유한 사람과 겨우 생활을 꾸려나가느라 애쓰는 보통사람들로 나뉘어 있다”면서 ‘두 개의 미국’을 외치며 지지를 호소하던 자리였다. 갑자기 연설장 뒤편이 어수선해졌다. 여남은 명의 시위대가 피켓을 들고 들어온 것. 한 사람이 “에이즈”라고 외쳤다. 다른 한 사람이 에드워즈를 가리키며 “당신은 에이즈를 잊어버렸지”라고 비난하듯 소리쳤다. 이럴 때 정치인들이 하는 방법은 오만가지. 경비를 불러 “저 사람들 밖으로 쫓아내라”고 요구하기도 하고, 괴로운 표정으로 시위대가 진정될 때까지 기다리기도 한다. 이러다가 소동이 벌어질 수도 있다. 고함소리가 진정되기를 기다리던 에드워즈는 이렇게 말했다. “그렇습니다. 미국은 세계 에이즈 문제에 도덕적 책임을 느껴야 합니다. 내년에 내가 백악관에 들어가면, 내가 그동안 변호사로서 곤경에 처한 사람들을 힘써 도왔듯이 에이즈 문제에 대해서도 집중할 것입니다.” 강연장은 잡음 하나 없었다. 에드워즈가 청중에게 에이즈 시위대를 위한 박수를 유도하자 청중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시위대는 에드워즈와 그 지지자들에게 박수를 쳤다. 에드워즈가 빼어난 연설가라는 점을 청중들 앞에서 증명한 사례다.

    미국 대선 판도를 바꿔놓고 있는 에드워즈는 자수성가형 변호사이며 정치인이다. 올해 51살.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세네카라는 조그만 도시의 가난한 가정에서 1953년 6월10일 태어나 역시 작은 도시인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로빈스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직물공장에서 36년간 일했고, 어머니는 조그만 가게와 우체국 직원 등 여러 직업을 옮겨 다녔다. 가족 가운데 처음으로 대학물을 먹은 이가 에드워즈였을 정도다.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에서 섬유공학을 전공한 그는 졸업연도를 따지는 미국식으로 74학번이며 한국식으로 하자면 70학번인 셈. 77년 노스캐롤라이나대학 채플 힐 법학대학원을 졸업했다.

    달변 … 자수성가 … “에드워즈 반했어요”

    민주당의 ‘케리(오른쪽) -에드워즈’ 커플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공화당의 ‘부시-체니’ 커플을 압도하고 있다.

    1977년부터 20년간 그가 한 일은 법정 변호사. 의료분쟁이나 불량제품 피해소송 등을 주로 맡았다. 당시 동료들은 그를 ‘완벽한 법정 변호사’라고 기억한다. 친구들을 좋아했고 법정에 일하러 가는 것을 즐겼으며 토론을 좋아했다는 것. 법정에서 대형 사건들을 많이 다뤄 돈도 많이 벌었다. 대기업 경영자들이 가장 두려워하고 싫어하는 인물이 바로 기업의 과실을 물고 늘어지는 법정 변호사. 이 때문에 상공회의소 등에선 대놓고 케리-에드워즈 반대운동을 펴겠다고 말할 정도다. 대선전이 달아오르면 에드워즈의 법정 변호사 시절의 반(反)기업적인 변론활동 내용이 흘러나와 에드워즈를 곤란하게 만들 가능성도 없지 않다.

    현안과제 취급 못 해본 약점도

    에드워즈는 98년 노스캐롤라이나 주 상원의원에 당선돼 워싱턴 정가에 들어섰다. 공직생활은 6년 임기의 상원의원이 전부. 공립학교 투자, 환자보호, 대(對)테러 조치, 금융제도 개선, 기업부패와의 전쟁 등에 관심을 보였지만 내세울 만한 입법 활동 사례는 없다. 외교 안보 등 미국의 현안과제들을 다뤄본 일이 없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존 F 케네디를 역할모델로 삼았던 그는 잡지 ‘피플’이 꼽은 ‘섹시한 정치인’ 가운데 한 명, 가난한 노동자 집안 출신, 남부 출신, 빼어난 연설 솜씨와 대중 친화력 등을 정치적 자산으로 갖고 있다. 이런 점을 활용해 민주당 대선후보 지명전에 나서 1월 첫 예선인 아이오와 주에서 예상을 뒤엎고 2위를 하면서 주목을 끌었으며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 1위를 했지만, 케리에 계속 뒤지자 중도하차했다. 그는 대선 레이스를 접었지만 미국인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겨 민주당 부통령후보로 강력하게 거론돼왔다.

    #장면3

    7월6일 케리가 에드워즈를 러닝메이트로 지명한 직후 기자회견장. 케리는 에드워즈의 어린 남매인 엠마 클레어(6)와 잭(4)이 수학을 잘한다면서 “이번 선거에 이들에게 플로리다 주에서 검표를 하는 특별임무를 맡기겠다”고 농담을 했다. 케리의 부인인 테레사 여사는 손을 빨고 서 있는 잭의 손을 빼주기도 했다. 이 장면은 다음날 뉴욕타임스 1면에 커다랗게 실려 존-존 커플이 매우 가정적이라는 인상을 심어주기도 했다.

    이미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테레사 여사 외에 이번에 관심의 대상이 된 인물은 에드워즈의 부인인 엘리자베스 여사. 그녀는 케리보다 4살 위인 55살로 어려서 해군인 부친을 따라 일본에서 9년을 지내는 등 18살이 될 때까지 10여 차례 이사를 다녀야 했다. 이어 노스캐롤라이나대학과 법과대학원을 졸업한 뒤 변호사 등으로 사회생활을 했다. 96년 교통사고로 큰아들을 잃은 뒤 가정으로 돌아온 엘리자베스 여사는 현재 프린스턴대학에 다니는 큰딸 케이트(22)만 키우다가 뒤늦게 아이를 더 낳기로 결심했다. “어린 남매가 상상할 수 없는 행복을 준다”는 것이 그녀의 자랑. 뚱뚱한 몸매 탓에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는 그녀에게 미국인들은 호감을 갖는다. 그녀는 큰아들을 잃은 이후 ‘부모 중 최소한 한 사람은 아이들과 함께 있기’ 약속을 실천해왔으나, 이제 대통령선거 유세에 본격 뛰어들 수밖에 없다면서 아이들을 유모 손에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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