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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다가도 벌떡 … 동영상 미치겠네

김선일씨 피살 모습 여전히 확산 …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초기 증상 호소 늘어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자다가도 벌떡 … 동영상 미치겠네

자다가도 벌떡 … 동영상 미치겠네

인터넷을 통해 떠돌아다니는 동영상. 호기심이 뜻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김선일씨 피살 장면이 찍힌 동영상을 본 회사원 조모씨(30•서울 관악구 신림동)는 요즘 심신이 괴롭다. “일단은 급성 스트레스로 보이지만 잘못하면 ‘트라우마(영구적 정신장애로 남을 수 있는 충격)’가 될 수도 있다”는 의사의 진단을 받았기 때문. 이 동영상은 정부와 포털 사이트가 접속을 차단하고 있지만 P2P(일대일 파일공유) 사이트와 메신저 웹하드를 통해 여전히 확산되고 있다. 게다가 이를 본 사람들 가운데 PTSD(Post-traumatic stress disorder•외상후 스트레스장애)로 의심되는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까지 나타나기 시작했다.

조씨가 동영상을 본 것은 6월30일. 호기심 탓이었다. 대학 동기모임에 나갔다 친구들한테서 동영상 얘기를 듣고 궁금증이 생긴 것. 집에 오자마자 미국에서 유학 중인 동생과 메신저로 접속해 동영상을 내려받았다. 조씨는 동영상을 본 뒤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동영상을 끝까지 보지도 않았다고 한다. 무장세력이 김씨의 얼굴을 화면 앞으로 들이대는 장면에서 소름이 끼쳐 창을 닫은 것. 그럼에도 친구들의 전언과 화면이 오버랩되면서 마치 살해 장면을 직접 본 것처럼 느껴졌다. “괜찮다가도 침대에만 누우면 불안해졌지요. 겁이 많은 편도 아닌데,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자고 일어나면 나아지겠지’하고 버티던 조씨는 7월7일 결국 병원을 찾았다. 조씨가 다니는 병원에만 비슷한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가 2명이 더 있다. 조씨는 “뒤늦게 후회할 짓을 왜 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조씨가 받은 진단은 급성 스트레스. 1개월이 지나도 가라앉지 않으면 PTSD를 앓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PTSD의 경우에도 6개월 정도가 지나면 정상으로 돌아오는 사례가 많지만, 증세가 수십년 동안 이어지기도 한다. 베트남전에서 얻은 PTSD에 여전히 시달리고 있는 예비역 미군들이 대표적인 경우. 미국에서 PTSD가 보고된 것은 베트남 파병 이후부터다.

끔찍한 기억 치명타 될 수 있어

PTSD는 보통 전쟁에 참여하거나 강간 화재 비행기 사고 등을 당하거나 목격하면서 발생한다. 신체적 정신적 충격을 경험한 후 나타나는 질병으로 전체 환자의 40%가량은 가벼운 증세를 나타내다 치료되나, 만성의 경우에는 30% 정도만 완치가 가능하다. 대표적인 증세는 불면증과 불안이다. 김선일씨 동영상이 유포되기 이전에도 닉 버그와 폴 존슨 등 살해된 미국인들의 참수 장면이 인터넷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그때는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환자들이 거의 없었다. 한국인과 직접적인 연관관계가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9•11 사건을 TV 화면을 통해 본 것만으로 PTSD를 호소하는 환자들이 생겨난 것과 같은 이유다. 자신과 연계돼 있는 장소나 사람이 사고를 당하는 장면을 보면 공포영화를 즐기는 사람조차도 PTSD를 앓을 수 있다”는 게 의사들의 설명이다.



우려되는 점은 PTSD는 충격을 받은 뒤 수년 뒤에 느닷없이 나타나기도 한다는 점. 김씨 비디오를 가장 많이 접한 연령층은 인터넷에 익숙한 10, 20대로 추정된다. H여고 교사 안정윤씨는 “여학교인데도 한 학급의 4분의 1가량이 동영상을 봤고, 동영상을 본 학생들이 끔찍한 기억이라고 호소한다”고 전했다. 서울 용인정신병원 하지현 과장은 “살해 동영상으로 인한 PTSD는 사회적으로 우려할 정도는 아니지만 특정 개인에게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이라크 파병 이후 한국과 관련한 테러가 일어나 매스컴에 보도되면 가족을 비롯해 화면을 본 특정인에게 PTSD가 나타날 수 있다. 만일의 사태가 발생한다면 언론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444호 (p50~50)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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