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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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법 개정, 재·보선 승리하자?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04-07-16 10: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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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보선 승리 위한 노림수?

    낮은 투표율 탓이었다. 투표율 33%. 허남식 한나라당 후보 62.3%, 오거돈 열린우리당 후보 37.7%. 6월5일 열린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근접전이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한나라당의 압승으로 싱겁게 끝났다. 정동영 김근태 장관의 자리다툼, 우리당의 불협화음 등으로 선거 결과는 어느 정도 예상됐지만, 표 차이가 심하게 난 주요 원인은 우리당 지지층인 20, 30대 유권자들의 투표 포기였다.

    그래서일까. 우리당 조성래 의원(비례대표) 등 17명의 의원들은 7월7일 투표율 제고를 위한 선거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투표권 행사를 장려키 위해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 정부투자기관에서 실시하는 공무원 임용시험에 공직선거 투표 여부를 성적에 반영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는 선거법 개정안을 마련한 것.

    개정안은 또 재·보궐선거일을 주5일 근무로 인해 투표율이 낮은 현행 토요일에서 목요일로 변경하는 투표 장려 방안과 개인적인 이유로 선출직에서 사퇴해 보궐선거를 하게 만든 원인제공자에게 국가가 선거기탁금의 10배를 징수하는 제도 등을 담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를 한 응시자에게 투표사실 확인서를 발급해줘야 한다. 투표를 한 응시자가 이 확인서를 임용시험을 주관하는 기관에 제출하면 면접 등에서 가산점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공무원 임용시험에 나서는 응시자의 다수가 20대와 30대로 제한돼 있다는 점이다. 특정 계층과 집단에만 효과를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젊은층의 선호도가 높은 우리당이 투표율이 낮은 재·보선에서 그만큼 유리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재·보선 승리를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또 소수점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공무원 임용시험에서 인센티브는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돼 관련 수험생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선관위 역시 국민의 당연한 권리인 투표권을 행사하는 데 인센티브를 주기보다 투표권 포기에 대해 불이익을 주는 게 논리에 맞다는 의견을 견지해왔다. 낮은 투표율로 고민하고 있는 선진국의 경우에도 인센티브를 도입한 예는 찾아보기 어렵다. 투표권 포기에 대해 벌금 또는 구류, 선거인명부 삭제, 공직취임 금지 등 제재 규정을 두고는 있으나 인센티브를 주는 국가는 거의 없다.

    낮은 투표율이 우려할 만한 수준인 것은 사실이다. ‘6·5’ 재·보선에선 평균 투표율이 28.4%에 그칠 정도로 유권자의 선거 참여가 낮았다. 투표율이 지나치게 낮으면 선출된 대표와 해당 헌법기관의 대표성과 정통성이 의심받는다. 대의정치의 안정적 발전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는 것. 그렇지만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가 따른다. 부진한 투표율은 정치인들의 이전투구 및 당리당략에서 비롯됐다. 원인 제거를 통해 투표율 제고에 나서야 하는 게 사리에 맞고 설득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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