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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강대국 꿈 키워드는 ‘평화적 도약’

국제사회 ‘중국위협론’ 불식 국가전략 … 막강 경제력 자신감으로 정치력 확대 모색

  • 상하이=소준섭 푸단대 국제관계학 박사 namoo0011@hanmail.net

중국 강대국 꿈 키워드는 ‘평화적 도약’

한 국가가 정상적으로 발전해나가기 위해서는 국가발전 전략이 있어야 하고, 그 전략에서 국가의 이미지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최근 들어 중국이 국가발전 전략과 국가 이미지 창출에서 이론적인 틀을 잡아가기 시작했다. ‘평화적 도약론(和平掘起論)’이 바로 그것이다. ‘평화적 도약론’은 원래 2003년 11월에 중국공산당 당교(黨校) 부총장이자 중국개혁개방포럼 이사장 정비지엔(鄭必堅) 교수가 ‘중국의 평화적 도약의 새로운 노선과 아시아의 미래’라는 연설문에서 처음 주장한 이론으로, 중국의 국가 전략은 마땅히 ‘평화적인 도약’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 뒤 “중국이 가야 할 길은 평화적 도약의 발전 방향이다”는 원자바오 총리의 발언과 “중국은 평화적 도약의 발전 방향과 자주독립적 평화 외교를 견지해야 한다”는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발언이 이어지면서, ‘평화적 도약’은 학술계의 차원을 넘어서 일약 당대 중국의 국가 전략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세계의 공장’ 고도성장 무서운 질주

사실 중국은 15세기 말까지 세계에서 가장 발전한 나라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그 뒤 국력이 서서히 기울기 시작했고 19세기 말에는 급기야 반(半)식민지 상태에 이르는 치욕을 당해야만 했다. 그러한 중국이 사회주의 혁명 이후 1978년 개혁개방을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30년 가까이 매년 8%에 이르는 지속적인 고도성장을 이루고 있다. 도무지 끝이 보일 것 같지 않은 중국의 무서운 질주는 계속되고 있고, 바야흐로 중국은 세상에서 가장 활기찬 지역이 되었다. 예를 들어 지난해 전 세계에서 두 척의 화물 수송선 중 한 척은 중국으로 가는 수송선이었다. 현재 세계에서 철강을 비롯해 시멘트, 휴대전화 등 100여종에 이르는 상품의 최대 시장은 중국이다. 현재의 성장 속도가 계속 이어진다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2030년 이전에 미국을 추월해 세계 1위로 도약할 것이다. 이렇듯 중국의 ‘놀라운’ 기세에 대해, 그동안 서방세계는 중국은 곧 붕괴할 수밖에 없다는 ‘중국붕괴론’과 중국의 급성장은 국제질서의 불안정을 초래한다는 ‘중국위협론(또는 황화론•黃禍論)’의 입장을 취해왔다. 그리고 이러한 중국위협론은 국제무대에서 21세기 강대국을 꿈꾸는 중국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줘온 것이 사실이다. 물론 중국은 이러한 ‘새로운’ 탈냉전적인 이데올로기 공세를 약화시키기 위해 외교적, 학술적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평화적 도약론’ 이전까지는 대부분 외교적 언사나 단편적이고 간단한 반박으로만 그쳤을 뿐 이론적인 틀로서 제기한 적이 없었다.

‘평화적 도약론’은 ‘중국위협론’에 대처하고 평화적인 이미지로서의 국가 이미지를 제고하려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평화적 도약론’의 주창자인 정교수에 따르면, 과거 인류 역사에서 하나의 강대국이 출현하면 반드시 국제정세에 급격한 변동을 초래하고 심지어 전쟁을 발발시키곤 했다. 강대국이 전쟁이라는 방식으로 기존 국제질서를 돌파하려 했기 때문이라는 것. 하지만 중국은 군사적 확장으로 현존 국제질서에 도전하려는 어떠한 의도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주장한다. 즉 이전의 독일이나 일본 등 신흥 강국과 달리 광대한 국토와 엄청난 인구, 그리고 풍부한 자원을 가지고 있는 나라로 외부 자원이 필요하지 않으며 오직 자신을 잘 운영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한편 현재 중국 내에서는 ‘평화적 도약’이라는 국가발전 전략을 실현하기 위해 어떠한 과제를 수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 과제는 정치•안보적, 경제적, 문화적 측면 등으로 나뉘어 전개되고 있다. 중국의 전문가들은 오늘날 평화와 발전이 시대의 조류가 됐으며, 국제정세에서의 다극화•경제적 상호의존의 전면화•정치민주화의 보편화 등 국제정세가 자국의 발전에 매우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세계 경제가 안고 있는 불안정적 요소, 중국의 강대국으로의 성장 가능성을 어떻게든 저지하려는 미국의 정책, 일본 군국주의의 부활 가능성, 고조되는 대만의 독립 움직임, 그리고 갈수록 심각해지는 에너지 문제 등을 중국이 향후 극복해야 할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미국 우회 비판 유럽과 공동 전선

중국은 미국을 가장 중요한 외교대상국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제까지 대미 외교에서 중국의 기본 정책은 최강대국 미국에 도전하지 않고 때를 기다린다는 덩샤오핑의 ‘도광양회(韜光養晦•재능을 숨기고 시기를 기다린다)’ 전략이었다. 이러한 전제 아래에서 중국은 미국의 동맹전략 가운데 일본 군국주의 및 러시아의 팽창주의를 견제하는 요소가 있으며, 세력균형 전략 가운데 중국의 발전에 유리한 가능성과 요소가 있음을 주목하고, 이러한 미국 전략의 양면성을 이용해 가능한 한 빠른 시일 안에 자국을 발전시킨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현실주의적이며 실용주의적인 대미 전략은 눈여겨볼 만하다. 한국에는 미국에 대한 전통적 의존의 관점과 민족주의적 반미라는 양극단의 주장만이 존재했고, 항상 국가이익이라는 현실적 범주에서는 명확한 전술조차 마련돼 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평화적 도약론’은 중국이 이제 자국의 급속한 경제발전이라는 자신감을 토대로 일방주의적인 미국의 행태가 전 세계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한 걸음 나아가 자국의 평화적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궁극적으로 21세기 국제무대에서 자국의 입지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려는 것이다. 특히 이라크 전쟁을 계기로 미국과 서유럽 간의 견해 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은 ‘평화적 도약론’을 주창함으로써 유럽에서 ‘중국위협론’을 불식하고자 한다. 즉 중국과 유럽은 모두 평화적으로 도약한 나라들로, 동시에 정치적 다원주의와 문화적 다양성을 중시한다는 공통성을 강조함으로써 현재 미국의 일방주의적 행태를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유럽과 공동 전선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 들어 원자바오 총리와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잇따라 유럽을 순회 방문하고 ‘평화적 도약론’을 주창한 데서 전략의 맥락을 읽을 수 있다. 원자바오 총리는 유럽 방문 중 중국의 도약은 자국의 광대한 시장과 풍부한 노동력, 자금 축적, 그리고 개혁개방에 의한 체제 정비에 힘입은 바라고 규정하면서, 중국은 패권을 지향하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영원히 지향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의 ‘평화적 도약’을 실현하는 데 경제적 측면에서는 외국 상품의 대규모 진입, WTO(세계무역기구) 가입 후 경제주권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 자본의 대규모 유출 및 유입 등 금융시장의 교란, 그리고 에너지 문제 등이 장애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석유 문제는 중국에서도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세계의 공장으로 불릴 만큼 제조업 비중이 높은 중국의 석유 소비량은 1990년의 1억1500만t에서 2002년 2억3900만t으로 급증, 2003년 미국에 이어 세계 제2의 석유 소비국이 되었다. 더욱이 1993년부터 석유수입국으로 바뀐 중국은 2002년 7000여만t을 수입해야 했으며, 이로써 석유의 지속적 확보와 석유 수송로의 안정적 확보 역시 중요한 과제로 등장하게 됐다. 획기적인 개선 조치가 없는 한 석유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질 전망이다.

그러나 ‘평화적 도약론’은 단순한 전술적 대안에 그치지 않는다. ‘평화적 도약론’을 처음 주장한 정교수에 따르면, 이는 단순한 발전문제만이 아니라 총체적인 것이다. 그는 만약 중국이 현재의 발전 모델을 운용한 채 선진국 수준에 이르면 13억, 아니 15억 인구(2040년에 중국 인구는 15억명에 이를 전망이다)의 중국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자원을 고갈시킬 것이 분명하다고 전망한다. 따라서 중국은 전반적인 국민 능력의 향상과 과학기술의 진보를 통해 자원 및 환경 문제 등 ‘초대규모 발전의 딜레마’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 중국의 성장에 대해 적지 않은 국가들은 단지 군사적 위협만이 아니라 환경 파괴와 자원고갈 문제를 들어 중국을 비판해왔다. ‘평화적 도약론’은 중국도 더 이상 이러한 비판을 도외시할 수만은 없는 상황에 처했음을 반영하고 있으며, 동시에 중국이 전 지구적인 문제에 대해 세계와 함께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다만 현재 중국에서 논의되고 있는 ‘평화적 도약론’과 관련한 수많은 주장들이 ‘선(先)성장’에만 집중한 채 자원 및 환경 문제에 대해서는 별로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은 명백한 한계가 아닐 수 없다.



주간동아 441호 (p54~55)

상하이=소준섭 푸단대 국제관계학 박사 namoo00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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