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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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년 인류는 행복할까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입력2004-03-25 14: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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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50년 인류는 행복할까
    2040년 8월15일 푸에르토리코 북쪽 해변에 있는 아레시보 천문대는 외계인의 신호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이 신호는 1974년 지구에서 2만5000광년 떨어진 별들을 향해 쏜 아레시보 전신문과 비슷하다고 한다. 천문대에 따르면 이 신호를 완전히 해독하는 데는 몇 달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과학 저술가 이인식씨(과학문화연구소장)가 최근 펴낸 ‘미래신문’이 그리고 있는 2040년의 한 풍경이다. 정말 지구는 앞으로 36년 뒤 우주인과 교신하는 데 성공할 수 있을까. 이씨는 그것이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

    우리가 사는 은하에는 약 1000억개의 별이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지구는 태양이며, 그런 태양의 행성 중 하나일 뿐이다. 또한 우주에는 우리 은하와 같은 별무리가 수십억 개(또는 훨씬 더 많이)나 있다. 그러니 그 광활한 우주 속 어딘가에 지구와 같은 고도의 문명사회가 존재해 지구와 교신하는 것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이씨는 과학 지식을 토대로 그럴듯한 미래사회를 그려내고 있다. 그에 따르면 맞춤형 인간이 탄생하고, 생각만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사회가 멀지 않다. 고령사회는 극에 달해 70세 이상 경력사원이 상한가를 기록한다. 매연 없는 수소자동차와 가상인간의 등장은 놀랄 일도 아니다. 인간 게놈 지도의 완성으로 DNA칩은 암 당뇨 고혈압 등 어떤 병이든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미래신문’이 여기에 그쳤다면 여느 공상과학소설이나 다름없었을 것이다. 저자는 인류의 미래를 정치 경제 사회 등의 변수를 고려하지 않고 오직 과학기술의 관점에서 전망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하고 무모한 일인지 잘 알고 있다. 따라서 그는 과학기술의 진보가 인간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그 빛과 그림자를 짚어내고 있다.



    책은 모두 10호의 신문으로 구성돼 있다. 2005년부터 2050년까지 과학기술의 전환기 때마다 1호씩 발행했다. 기사 내용은 정보기술, 생명공학, 나노기술, 우주항공기술 등과 그것이 미래의 의료, 교통, 에너지, 환경, 사생활, 섹스, 전쟁 등 인류사회의 여러 측면에 끼치는 영향들을 기자들의 취재 형식으로 분석했다. 각 호마다 덧붙인 편집자 칼럼에서 저자는 과학기술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의 공상을 더 따라가보자. 2030년 12월25일 화성에서 크리스마스 선물이 왔다. 인류 최초로 화성에 발을 내디딘 우주비행사가 메시지를 보내온 것이다. 그 우주비행사로 인해 화성에 생명체가 존재했는지를 밝혀내기 위한 노력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2050년 하늘로 꿈을 실어 나르는 우주 엘리베이터가 건설됐다. 지구에서 우주공간에 떠 있는 수만km 거리의 인공위성까지 사람을 실어 나르는 우주 엘리베이터 ‘밀레니엄 특급’이 운행을 시작한 것이다. 탑승 비용은 불과 16만원. 신소재 탄소나노 튜브의 개발로 가능해진 일이다.

    그림자로 치면 이런 것들이 있다. 2010년만 돼도 기술 없이는 살 수 없는 기술중독 사회에서 일상사 전반에 걸쳐 속도경쟁 문화가 만연한다. 이런 하이퍼 문화(hyper culture)에서 사람들의 스트레스와 속도에 대한 병적인 집착은 사람들의 건강을 해치고, 가정을 파편화한다. 국가간, 지역간 분쟁도 끊이지 않아 핵테러의 공포가 상존한다.

    정보기술의 발달로 2020년이 되면 컴퓨터의 처리능력이 사람의 그것과 맞먹고 2025년에는 기계는 할 수 없고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을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게 된다. 정보기술이 생명공학의 성과를 수용하면서 인류는 기계와 인간의 중간인 사이보그(cyborg)로 급속히 바뀐다. 따라서 현생 인류인 호모사피엔스의 미래가 불투명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그러나 과학기술이 엄청나게 발전하게 될 2050년에 편집자는 다시 묻는다. 50년 뒤에 인류는 과연 지금보다 더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인가. 우리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진기한 것들과 여가로 가득한 생활을 누릴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과연 모두가 행복해질 것인가.

    ‘미래신문’에서는 2051년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날, 새로운 반세기를 맞아 시사주간지 ‘타임’이 최후의 심판일에 대한 의식조사를 행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65%가 요한 계시록에 나오는 최후의 심판일이 임박한 것으로 믿고 있었다. 이는 2002년 ‘타임’이 실시했던 같은 주제의 설문 결과보다 6%나 높은 수치다. 여기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과학기술의 발전이 반드시 모든 인간의 행복으로 귀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오직 심리학자 칙센트미하이가 말했듯 “적어도 행복의 50%는 유전된다”는 믿음을 갖고 더 먼 미래의 과학기술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것 아닐까.

    이인식 지음/ 김영사 펴냄/ 132쪽/ 1만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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