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17

2004.01.08

‘서정우 피고인’ 서울지법 부담되네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입력2003-12-31 10: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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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정우 피고인’ 서울지법 부담되네

    LG측으로부터 불법 대선자금 150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수감된 서정우 변호사.

    거물급 법조인에서 피고인으로 전락한 서정우 변호사를 놓고 서울지법 형사부 재판부가 벌이는 신경전이 예사롭지 않다. 잘 알려진 대로 서변호사는 대법관 출신인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최측근이자 이미 10여년 전 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낸 인물. 이른바 법조계의 ‘메인 스트림’인 KS(경기고-서울대 법대)라인의 최고 정점에 있다. 그는 변호사로 활동할 때도 ‘승률 제로’의 어려운 사건들을 맡아 승소율 100%를 기록한 것으로 유명하다.

    후배 판사들은 이 때문에 서변호사가 한나라당 불법 대선자금 모금 사건과 관련해 검찰에 의해 긴급체포될 때부터 고민스러운 눈초리로 검찰의 행보를 지켜봤다는 후문이다. 더욱이 과거 지법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들이 법조비리 사건으로 검찰에 기소된 일이 적지 않았으나 고법 부장판사 출신이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는 일은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사건을 담당해야 할 서울지법 담당판사의 부담감은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12월29일 현재 그동안의 관례대로 서울지법 형사 제21∼25부 가운데 한 부가 이 사건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이들 5개부 부장판사들 모두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서변호사의 직속 후배들이다. 담당 판사가 재판을 공정하게 진행한다 해도 세간의 의혹 어린 시선을 피하기 힘들다. 또한 정치적 폭발력이 큰 사건이기 때문에 재판부가 향후 정쟁에 휩쓸릴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법원 주변에서는 이런 사건 외적인 요소보다 이 사건 자체의 복잡한 성격 때문에 재판부가 더 부담을 느끼는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검찰이 총력을 다해 수사한 한나라당 불법 대선자금 사건은 관련 기록만 수천 페이지에 이르는 초대형 사건이다.

    서울지법 한 관계자는 “형사부의 모든 부서가 굵직한 사건으로 일손이 부족한 형편인 데다, 불법 대선자금 사건 규모가 다른 3∼4개 사건을 합친 것보다 크기 때문에 사건을 배당해야 할 법원장의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현재 형사합의 21부(황창현 부장판사)는 굿모닝게이트 사건, 22부(김상균 부장판사)는 박지원 전 대통령비서실장 비자금사건, 23부(김병운 부장판사)는 썬앤문 그룹 사건, 24부(이대경 부장판사)는 송두율 교수 사건 등을 담당하고 있다.

    당초 부패 전담부서인 형사합의 23부가 ‘차떼기’ 사건 담당부서로 유력시됐으나 최도술 전 대통령 총무비서관과 이재현 한나라당 재정국장 관련 사건을 맡아 더 이상은 무리라는 평가. 결국 부담을 줄이기 위해 사건을 나눠 심리하는 것도 고려하겠지만, 그럴 경우 판결의 일관성이 흐트러질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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