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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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금실 끌고 지은희 밀고 ‘女風은 계속’

실력과 강단으로 ‘여성의 힘’ 과시 … 시민단체 활동에선 남성평등 넘어 여성 상위로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입력2003-12-24 14: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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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금실 끌고 지은희 밀고  ‘女風은 계속’

    강금실 법무부 장관, 곽배희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소장, 김정명신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회장, 김효선 여성신문사 사장, 전현희 변호사 (왼쪽부터).

    관(官) 주도의 여성단체와 여성운동가 그룹이 여성의 전부로 받아들여지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여성계’ ‘여성운동’이란 표현이 어색할 정도로 각 방면에서 여성들의 역량 발휘가 활발하다. 심지어는 “여성 대통령 탄생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 그룹

    변화의 열풍을 주도하는 사회분야 여성인물로는 조금 지겹게 들리겠지만 강금실 법무부 장관(46)으로 시작해야 마땅하다. 참여정부 첫 조각(組閣) 당시 나왔던 ‘과연 여성 법무장관이 가능할까’라는 회의적 시선을 머쓱하게 만들어버린 강장관. 그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참여정부 내에서 변화의 주도적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강장관은 ‘여성 최초’란 수식어를 달고 살아온 인물 중 한 사람. 형사부 여성 첫 단독판사, 법무법인 여성 첫 대표에 이어 여성 첫 법무장관까지. 장관 취임 이후 강력하면서도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남성조직의 대명사인 검찰과 맞장 뜨고, 오히려 시대를 앞서가는 비전과 인권에 대한 높은 기준을 제시해 단번에 국민의 높은 지지를 이끌어냈다.

    2003년 여성계가 이뤄낸 또 하나의 성과로 첫 여성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탄생을 꼽을 수 있다. 전효숙 재판관(52)은 보수적인 판사조직에서 실력과 끈기를 바탕으로 여성판사로서 전인미답의 길을 열어왔다. 전재판관은 2004년에도 그간 여성의 시각이 배제된 채 이뤄진 헌법해석에 사회적 약자인 여성을 위한 단단한 버팀목이 될 전망이다.

    사법개혁을 책임지는 사법개혁위원회 제1분과장을 맡은 이은영 한국외국어대 법대 교수(52)의 역할도 기대된다. 참여정부 초기부터 다양한 부패척결 방안을 제시하며 부패방지위원장 1순위에 오르기도 했던 그는 반부패와 공정거래, 소비자보호 분야에서 정열적으로 활동해온 개혁성향의 대표적인 여성학자로 꼽힌다.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44)는 자신의 전공인 정치학뿐만 아니라 정치평론 분야에서도 강한 인상을 남기며 발언권을 획득한 경우. 현재 참 언론을 지지하는 모임(참언모) 공동대표로 활약하며 주가를 올리고 있다.

    2003년 서울대 법과대학 최초의 여교수로 발탁된 양현아 교수(43)도 사법개혁의 또 다른 지원군이다. 강장관이 진두지휘하는 법무정책위원회에서 호주제 폐지를 연구하여 국회 법안 통과라는 역사적인 성과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밖에 청와대 법무비서관 출신의 황덕남 변호사(46)와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인 김덕현 변호사(45)도 2004년 여성계를 이끌 인물군에 포함된다. 남성을 능가하는 실력으로 차세대 여성지도자의 전형을 보여주는 인물로는 전현희 변호사(39)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치과의사이자 변리사, 그리고 국제통상 전문변호사로 활약하는 그는 전문가적 식견을 바탕으로 관심 분야를 꾸준히 넓혀가고 있어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된다.

    의료계에서는 성폭력상담소를 이끌며 인권운동을 병행하고 있는 박금자 연세대 교수(51), 국립보건원 출신으로 꾸준한 사회봉사 활동을 벌이는 정덕희 대한여의사회 회장(67), 그리고 2002년 여성과학기술자상을 받은 김영중 서울대 약학과 교수(57) 등이 2004년을 빛낼 인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강금실 끌고 지은희 밀고  ‘女風은 계속’

    전효숙 헌법재판소 재판관,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 (왼쪽부터).

    여성계는 2004년이 여성의 본격적인 정치권 진입이라는 꿈을 실현시켜줄 적기라고 판단하고 있다. 오랜 기간 여성계를 지켜온 인사들의 대대적인 총선 징발이 예상되나 굳건하게 여성계를 지킬 인물 또한 적지 않다.

    지은희 여성부 장관(56)은 여성계의 오랜 숙원인 호주제 폐지를 가능하게 할 대표주자. 장관 취임 이후에도 헌법재판소가 호주제 위헌 여부에 대해 구두 변론을 벌이자 이해관계인 자격으로 직접 출석해 변론했을 정도로 열정적이다. ‘여성계의 작은 거인’이라는 별명대로 강한 추진력과 포용력을 겸비했다는 평을 듣는 그는 행정가로 변신한 이후에도 시민단체들과 유기적 연대를 통해 여성운동가적 기질을 발휘하고 있다.

    여성법률운동의 대모 곽배희 가정법률상담소장(57)도 2004년을 이끌 여성으로 손색이 없다. 1973년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상담위원 활동을 시작한 후 30여년 동안 불우하고 고통받는 여성들의 법률상담에 전력을 기울여왔다. 또한 호주제 폐지, 재산분할청구권 신설 등에 앞장서 법적인 영역에서 여성들의 권익을 보호해왔다.

    김효선 여성신문사 사장(42)은 여성계에서 보기 드물게 전문 CEO로 입지를 굳혔다. 대학 졸업 후 10여년간 여성신문사에서 기자로 활동했던 그는, 돈벌이와 거리가 먼 다른 활동가들과 달리 여성포털사이트 여자와닷컴과 사이버멘토링 사업체 ㈜비즈의 대표를 역임하며 경영수업을 쌓았다. 어떤 사업을 하든 페미니즘을 바탕에 깔고 활동한 김사장은 합리적인 페미니스트로서 여성계의 신망이 두텁다.

    신혜수 정신대대책협의회 대표(53)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국제사회에 널리 알렸을 뿐 아니라 한국여성의전화연합 대표로 활동하며 가정폭력방지법 제정에도 기여하는 등 여성운동 분야에서 손꼽히는 전문가다. 이밖에 호주제폐지모임 고은광순 대표(48), 한국여성유권자연맹 이춘호 회장(58), 이화학당 윤후정 이사장(70) 등도 여성계의 버팀목으로서 활약이 기대된다.

    이미 ‘양성평등’의 대원칙이 폭넓게 공유된 시민단체에서는 여성들의 활동이 남성을 능가하기 시작했다. 사회적 약자인 여성으로서의 자각과 그에 따른 사회적 실천을 담보해내는 그들의 정열은 여성의 사회진출의 귀감이 되기에 충분하다는 평. 하지만 여전히 여성계를 벗어나 시민단체를 대표할 만한 중량감 있는 인물까지는 배출하지 못한 한계도 동시에 안고 있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53)은 아직도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이란 타이틀을 벗지 못하고 있다. 그가 쌓아온 사회적 역량을 대신할 만한 인물을 찾기 어렵기 때문. 최총장은 2003년 한해가 인권문제가 사회 전반에 뿌리내리는 계기가 되었다면 2004년은 인권이 문화로 승화되기를 꿈꾸고 있다.

    2003년 한해 동안 첨예한 논란의 중심에는 환경관련 뉴스가 있었다. 새만금 논란에서 부안핵폐기장 건설 논란에 이르기까지.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간사(33)는 떠오르는 차세대 여성환경운동가다.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그는 핵폐기물 문제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의견을 강력하게 결집시켰고 이후 부안주민들마저 설득, 결국 산업자원부의 어설픈 준비를 통렬하게 반박해내는 데 성공했다.

    교육계에서 2003년은 학부모들의 자발적인 권리 찾기 운동이 본격적으로 개화한 시기로 기억될 것 같다. 그 와중에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김정명신 회장(48)과 윤지희 정책위원장(44)의 활약이 돋보였다. 한국교육의 모든 문제점이 응축된 서울 강남지역의 학부모단체로 시민단체에 발을 내딛은 김정회장은 이후 사립학교법 개정, 학벌폐지운동, 교육개방 저지 등으로 활동의 외연을 넓혔다. 교육계 이념논쟁과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등 주요 현안에 대해서도 균형감 있는 목소리를 내왔다.

    이밖에도 송영옥 아동 성폭력 피해자가족모임 대표(45)와 지난해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문제와 대한적십자사 오염 혈액사건을 파헤친 김명희 전 한마음한몸운동 사무총장(45), 미군문제를 끈질기게 파헤치는 이소희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사무국장(29) 역시 각종 현안과 관련해 활약이 기대되는 인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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