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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票心의 절반 … ‘여성 정치’ 봄날은 온다

여야, 총선 겨냥 여성 인재 모시기 등 女心 잡기 총력… 박근혜· 추미애 등 간판급 스타 계보 누가 이을까

  • 김기영 기자 hades@donga.com

    입력2003-12-24 14: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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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票心의 절반 … ‘여성  정치’ 봄날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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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 대통령선거의 화두는 ‘정치개혁’이었다. 국민들은 개혁을 잘할 사람으로 노무현 대통령을 선택했다. 그렇다면 ‘포스트 노무현’ 시대를 이끌 사람은 누구일까. 구체적 인물을 떠올리기는 어렵겠지만, ‘여심(女心)’을 잡지 못하는 정치인은 차기 대선 승리를 노리기 어려울 듯하다. 누가 대한민국 여성의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문제해결의 열쇠를 내놓을 것인가가 차기 대선의 핵심 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정치권 “전국구 50% 여성 할당” 등 말의 성찬

    票心의 절반 … ‘여성  정치’ 봄날은 온다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 김영선 한나라당 의원,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 신낙균 전 의원, 이연숙 한나라당 의원 (왼쪽부터) .

    2004년 ‘4·15’총선은 여심의 위력을 검증하는 이벤트가 될 전망이다. 여심의 파괴력은 얼마나 많은 여성 국회의원을 배출하느냐로도 확인될 것 같다. 여야 정치권은 한목소리로 “여성의 정치참여를 최대한 보장하겠다”고 말한다. “전국구 50% 여성 할당, 지역구 30% 여성 공천” 등 말의 성찬에 여성 정치 지망생들은 지금 한없이 들떠 있다.



    하지만 수십 년 동안 여성에게 닫혀 있던 정치 공간의 문이 활짝 열리기엔 장애도 적지 않다. 여야를 막론하고 “여성 인물이 없다”는 푸념을 내놓고 있다. 웬만하다 싶은 여성에겐 각 정당이 제각각 인연을 내세워 영입전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하 우리당) 간의 여성 인물 쟁탈 각축전이 치열하다. 한나라당은 젊은 여성 인재 기근에 고심하고 있다.

    여성의 정치진출에 관한 한 한나라당은 더 보수적이었다. 최근 박근혜 의원의 공천심사위원장 임명을 놓고 당지도부 간에 논란이 벌어졌던 게 그 대표적 사례. 여성이 ‘뜨는 것’을 못마땅해하는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정당문화가 뿌리깊은 게 한나라당의 현실이다.

    당세에 비해 여성 인재가 크게 부족한 게 한나라당의 고민. 특히 젊은 여성 정치인들이 적다. 김문수 대외인사영입위원장은 “제도가 정비되지 않은 상태이고 아무것도 보장해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여성을 포함한 외부인사의 영입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정숙 여성위원장(비례대표 의원)도 “야당이기 때문인지 젊은 여성들이 한나라당 입당을 꺼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2002년 6·13 지방선거 때 한나라당 소속 여성 당선자가 여당에 비해 배 이상 많았는데 당시의 경험에 비춰 총선이 임박하면 한나라당에 입당할 여성 인재가 꽤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까지 한나라당 공천으로 지역구 출마를 선언한 여성 정치인은 대략 10여명. 박근혜 의원과 손희정 의원(비례대표)이 대구 달성군 출마를 위해 경합을 벌이고, 경기 광명에서는 전재희 의원이 재선을 위한 칼날을 갈고 있다. 김정숙 의원은 분구가 예상되는 경기 안양 동안구 출마를 준비 중이다. 지난 대선 직전 한나라당에 입당해 화제가 됐던 이계경 전 여성신문사장은 전국구 공천이 유력한 인물. 김영선 의원(비례대표)도 서울 강남지역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票心의 절반 … ‘여성  정치’ 봄날은 온다

    최영희 민주당 의원, 추미애 민주당 상임중앙위원, 고은광순 우리당 중앙위원, 김강자 전 총경, 서영교 우리당 공보 부실장 (왼쪽부터) .

    이밖에 6·13 지방선거에서 당선돼 전국 유일의 여성구청장인 한나라당 소속 허옥경 전 부산해운대 구청장이 같은 당 서병수 의원(해운대·기장군갑)과 공천경쟁을 벌일 예정. 만약 허 전 구청장이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에 당선될 경우 고 박순천 여사 이후 51년 만의 첫 부산 지역구 여성의원이 될 전망이다. 한나라당 소속 현영희 부산시의원도 박관용 국회의장의 불출마 선언으로 공석이 된 부산 동래구에 출마의사를 밝히고 활동에 들어갔다. 부산 사하갑구에는 김영수 당 여성특위 위원이 엄호성 의원을 향해 도전장을 내밀었다.

    민주당의 여성 간판은 추미애 의원이다. 수석 상임중앙위원이기도 한 추의원은 이번 총선을 다가올 대선의 전초전으로 삼겠다는 각오다. 김경천 의원(광주 동구)은 역으로 지역의 젊은 도전자에 맞서 수성을 해야 할 처지다.

    민주당은 ‘윤락과의 전쟁’으로 유명세를 떨친 김강자 전 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을 영입했다. 경찰 내에서 ‘첫 여성총경, 첫 여성경찰서장’으로 이름을 날린 김씨에 대해 민주당은 비례대표 공천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상현 의원(비례대표)도 도의원 당선 경험이 있는 강원 원주시에서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이고 박금자 당무위원은 서울 영등포을구 출마를 노리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몇몇 여성 인사들은 민주당과 우리당 사이에서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명자, 손숙 전 환경부 장관과 손봉숙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이사장 등이 고민의 주인공들. 김대중 정권의 입 역할을 맡았던 박선숙 전 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도 민주당과 우리당 모두로부터 ‘러브콜’을 받은 상태.

    우리당은 여성 정치지망생의 절대 수에서는 앞서고 있지만 박근혜, 추미애 의원에 필적할 만한 간판급이 없다는 게 고민. 강금실 법무부 장관은 본인이 정치권 진입을 완강하게 고사하는 상태. 우리당이 내놓은 여성 인재의 조건은 크게 4가지. 개혁적일 것, 도덕적일 것, 전문성을 갖출 것, 그리고 여성적 관점을 가질 것 등이다. 호주제, 모성보호, 성범죄 등 여성보호를 위한 입법에서 한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여성이어야 한다는 것. 추미애 의원의 경우 호주제 폐지 입법 발의 서명을 하지 않아 화제가 됐는데, 이 때문에 여성계에서는 추의원이 여성적 관점을 갖지 않은 정치인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이오경숙 우리당 공동의장은 “강장관은 우리가 요구하는 네 가지 조건을 고루 갖추었다”며 기대감을 나타내지만 강장관 입당 가능성은 아주 낮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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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봉숙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이사장, 윤선희 우리당 청년위원장, 이오경숙 우리당 공동의장, 허옥경 전 부산해운대 구청장, 홍미영 전 인천시의원 (왼쪽부터) .

    여야 약속 실현 땐 50명 가량의 여성 의원 탄생할 듯

    한명숙 환경부 장관, 지은희 여성부 장관 등 현 정부 여성 장관의 우리당 입당에 대해 이오의장은 “대환영이다. 그런 분들이 입당해 선거에 나설 경우 여성들의 정치 진출이 더욱 힘을 받을 것”이라고 전제한 뒤 “그렇다고 전부 행정부를 떠나 의회로만 오는 것도 바람직하지만은 않다. 그분들 사이에 역할 분담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우리당 공천으로 출마를 준비 중인 인사들은 서울 동대문갑에서 재선을 노리는 김희선 의원, 은평갑구에 도전장을 낸 이미경 전 의원, 경기 분당에 나서는 허운나 전 의원 등이다. 호주제 폐지 운동의 선구자인 고은광순 중앙위원은 서울 서초갑, 산본 신도시 설계자로 유명한 김진애 과학특위 위원장은 경기 용인 수지에 출마를 준비 중이다. 이밖에 노혜경 시민사회위원장이 정형근 의원이 버티고 있는 부산 북·강서구갑에 출사표를 던졌고, 윤선희 청년위원장이 서울 동작구갑(현역 한나라당 서청원 의원) 당내 경선에 나설 예정이다. 또 송미화 전 서울시의원도 서울 은평구을(현역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에, 홍미영 전 인천시의원은 인천 부평갑(현역 한나라당 박상규 의원)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들 외에도 장복심 대한여약사회 회장, 김영주 전 전국금융노련 부위원장, 김현미 전 청와대 정무2비서관, 서영교 우리당 공보실 부실장 등이 여성 몫 비례대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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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애 우리당 과학특위 위원장, 손숙 전 환경부 장관(왼쪽부터) .

    이번 국회에서 여야 정치권의 약속이 실현될 경우 50명 가량의 여성 의원이 탄생할 것이라는 전망도 가능하다. 하지만 낙관은 이르다. 우여곡절 끝에 각 당의 공천을 받아 선거전에 나선 뒤에도 여성 정치인들 앞에는 또 다른 장애물이 남아 있기 때문. 출마자들의 최대 고민거리인 조직과 돈이 그것이다. 이오경숙 의장은 “선거구제도 개선 등 정치개혁 입법도 중요하지만 여성들의 지역구 출마를 막는 요인이 돈과 조직인 만큼 완전공영제가 도입될 때야 비로소 여성들의 정치 진출이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저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과연 여성은 정치세력으로 성장할 것인가. 그리하여 2004년 새봄, ‘여성 정치의 봄’은 정말 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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