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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열린우리당의 위기

열린우리당, 사방이 막혔다

지지율 격차 벌어지고 총선 불안감 증폭 …청와대에 SOS 등 위기 극복 안간힘

  • 김기영 기자 hades@donga.com

열린우리당, 사방이 막혔다

열린우리당, 사방이 막혔다

12월4일 특검법 재의결 직후 열린 열린우리당 의원총회 참석자들은 시종 침울한 표정이었다.

진퇴양난. 열린우리당(이하 우리당)의 처지가 그렇다. 정치개혁의 주역이 되겠다며 출범했지만 현실은 냉담하다. 분당 직후부터 줄곧 지지율이 3위에 머물더니 새천년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 이후, 2위인 민주당과의 지지율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한 조사에서는 거의 10%포인트 가까운 지지율 격차를 보이기도 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끝내 3위에 머무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우리당이 혼란을 벗어나지 못하는 원인은 몇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민주당에서 분당할 때부터 드러난 문제지만 아직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리더십 부재가 문제의 해심이다. 우리당에는 현재 간판스타가 없다. 내년 1월11일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열 예정이지만, 압도적 지지를 확보한 리더가 없다는 점은 두고두고 우리당의 골칫거리가 될 전망이다.

각계각층 개혁세력 결집 … 시너지 효과 못 내

초·재선 중심의 당내 강경개혁파를 중심으로 정동영 의원을 당대표로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중진의원들은 김원기 의장체제를 선호한다. 문제는 어느 쪽이든 자신들이 지지하는 인물이 당대표가 안 될 경우 “우리당에는 희망이 없다”는 말을 공공연히 내뱉고 있다는 것.



최근 우리당 의원들이 노무현 대통령의 우리당 입당을 요구하고 나선 것도 리더십 부재에 대한 공감의 결과라는 분석이다. 12월4일, 209표라는 압도적 찬성으로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법이 국회에서 재의결된 직후 열린 우리당 의원총회(이하 의총)에서 의원들은 이구동성으로 노대통령의 입당을 촉구했다.

신기남 의원은 “대통령과 당의 모호한 관계가 문제”라며 “(당이) 짐은 짊어지면서도 정책 결정에는 참여하지 못하는 어정쩡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노대통령의 입당을 강력히 요구하고, 또 할 말은 분명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수 의원도 “연말로 예정된 개각과 청와대 쇄신 후 노대통령이 입당해 개혁중심세력을 꾸려가야 한다”고 요구했고, 송영길 의원 등도 이에 가세했다.

의원들의 요구가 거세자 김원기 의장도 “대통령은 의원들의 고민을 잘 알고 있다. 우리당에 대한 노대통령의 연대의식도 확고하다”며 “우리당의 성공만이 노대통령의 성공을 담보하는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이날 의총을 마치고 나오는 우리당 의원들의 어깨는 유난히 처져 있었다. 한때 우리당 의원들 사이에선 “노대통령과의 차별화만이 살 길”이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기세당당하던 이 목소리는 슬그머니 사라졌다. 그만큼 상황이 다급해졌다는 얘기다.

우리당 일각에서는 이른바 대한민국의 개혁세력 대다수가 결집한 정당이라는 인적 구성이 오히려 역동성을 발휘하는 데 장애가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초선의원은 “민주당 개혁파와 한나라당 탈당파, 개혁국민정당 세력에 외곽의 신당추진세력, 그리고 시민·사회단체 출신 인사들이 한데 뭉쳐 당을 만들다 보니 오히려 역동적으로 일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지역에서 우리당 지구당 창당작업을 벌이고 있는 한 인사는 “중앙당에서 빨리 창당대회를 치르라고 해 서두르고 있지만 대부분 직장인인 개혁국민정당 출신 당원들이 ‘주말이 아닌 평일에 지구당 창당대회를 하면 우리가 어떻게 참석하느냐’며 반대하는 바람에 일정을 늦출 수밖에 없었다”며 “당을 구성한 세력이 복잡하다 보니 신당답지 않게 신속한 일처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각계각층의 개혁세력이 결집한 정당이라는 자부심도 높지만 한편으로 다양한 계층에서 모인 만큼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오영식 깨끗한정치실현특별위원회 간사는 “여기저기서 인재가 모였지만 대부분 지역구 출마를 위해 현장을 누비다 보니 일선에서는 우리당 후보간 경쟁이 더 치열하다. 가뜩이나 중앙당의 지도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현장에서는 우리당 후보끼리 경쟁을 벌이면서 당이 응집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11월28일 전당대회를 열고 새 지도부체제를 출범시킨 민주당의 지지율 상승도 우리당의 내부 혼란을 부채질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12월2일 우리당은 55명의 2차 영입인사 명단을 공개했는데 이들 가운데 최인기 전 행정자치부 장관 등 몇몇이 “우리당 입당 의사를 밝힌 적이 없는데 이름이 나갔다”며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또 김호복 전 대전지방 국세청장 등 일부 인사의 경우 우리당 내부에서조차 “당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 인사”라며 자격 시비가 이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인기 장관 영입 등 위기 극복 아이디어 만발

우리당 한 관계자는 “당의 지지율이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누가 봐도 파괴력 있는 거물급 인사들이 입당을 꺼리고 있다”며 “그 결과 무리하게 입당을 추진하면서 2차 영입인사 발표 때와 같은 해프닝이 벌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당 내부에서는 지지율이 20% 이상 되지 않으면 내년 총선에서 ‘신당 돌풍’은 기대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우리당은 11월11일 창당 이후 줄곧 지지율이 10% 초반대에 머물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지지율 정체현상이 두드러져 “이러다간 영남지역에서 의석을 확보하기는커녕 수도권에서조차 전멸하는 것 아니냐”는 불길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 당직자는 “최근 어느 당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서울의 경우 민주당과 우리당이 분열하면서 강북지역 세 곳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구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뭔가 획기적 전기가 없이는 상황 반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대철 의원 등이 우리당과 민주당이 다시 합치는 ‘중부권 신당론’을 주장하는 것도 이런 상황 때문이다. 이 주장에 동조하는 의원은 물론,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의원들도 현재와 같은 분위기에서는 지역구 표 단속에 전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고, 이는 중앙당의 공백을 초래해 결국 당의 지도력과 전략 부재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상황이 여기에 이르자 위기극복을 위한 아이디어도 속출하고 있다. 가장 잘 알려진 방안은 현 정권 인기 장관들의 대거 영입을 통한 바람몰이. 본인의 부인에도, 강금실 법무부 장관을 총선 출전을 위해 징발하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당대표로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은 지난 8일 보도자료를 내 “전국정당, 정책정당, 국민정당을 내건 우리당의 요즘 모습은 한마디로 ‘정체성 혼란’ 그 자체”라며 당내에서 일고 있는 민주당과의 재통합론, 무원칙한 외부인사 영입 등을 맹렬히 비판했다. 김 전 장관은 우리당의 문제해결을 위해 ‘당 지도부 및 당직자 전원 사퇴’를 촉구하는 등 당 쇄신을 요구했다.

총선 불출마 선언을 했지만 심대평 충남도지사를 영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 당직자는 “실제 심지사 건은 꺼진 불씨가 아니다”며 “당 일각에서 은밀히 심지사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우리당은 김혁규 경남도지사를 영입하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당직자는 “어차피 총선 전체 구도는 내년 초, 각당 총선 출마자들의 윤곽이 드러난 뒤에 결정되지 않겠느냐”며 “그때쯤 우리당의 거물급 인사 영입의 전모도 공개되고 자연스레 우리당에 대한 국민적 기대도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당의 지지율 상승을 일시적 현상이라고 폄하하는 이들도 있다. 한 핵심당직자는 “여야 각당이 총선까지 세 가지 대형 정치 이벤트를 앞두고 있다. 지도부 선출과 총선후보 선출, 그리고 총선인데, 우리당의 경우 창당만 했지 지도부 선출 등 3대 이벤트 가운데 어느 것 하나도 시작하지 않았다”며 “당대표를 선출할 1월11일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민주당을 능가하는 지지율 상승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격언이 있다. 이 격언의 위력을 몸으로 보여준 사람이 노대통령이다. 우리당은 노대통령의 입당을 권유하면서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자’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청와대를 향한 우리당의 구조신호는 그만큼 당 사정이 다급하다는 방증이다. 노대통령은 조만간 문제가 제기된 일부 장관을 교체하고 재신임 문제도 마무리지은 뒤 총선을 향한 자산의 거취를 결정할 전망이다.

현재 우리당이 처한 상황이 최악이라는 데는 이론이 없는 듯하다. 어쩌면 지루한 분당과 신당창당 과정에서 켜켜이 쌓인 국민들의 실망감이, 정치개혁을 표방한 우리당의 도약을 막는 결정적 요인일 수도 있다. 과연 노대통령과 우리당이 힘을 모으면 상황은 달라질까. 1월11일 전당대회 이후 과연 ‘우리당 바람’이 일 것인가.





주간동아 414호 (p40~42)

김기영 기자 had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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