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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미디어 힘 ‘블로거’를 아십니까

세상과 소통 블로그사이트 벌써 1천만개 … ‘글쓰기’로 존재 확인 참여세대의 상징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1인 미디어 힘 ‘블로거’를 아십니까

1인 미디어 힘 ‘블로거’를 아십니까
”국내 대기업이 생산한 음료수(망고주스)를 마신 소비자들이 집단식중독을 일으켰는데도 해당 기업이 적절한 후속조치를 취하기는커녕 ‘약값’ 운운하며 조용히 합의 보고 끝내자는 식의 무성의한 태도를 보여 분노한 소비자가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남기며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성토하는 일이 11월18일 벌어졌다.”

“고유업무 외에 우체국 금융상품 영업에까지 내몰리고 있는 집배원들이 이번엔 우체국측이 목표치를 할당하고 연하장 판매를 독려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11월19일 정보통신부 인터넷 게시판에 따르면 박봉에 시달리고 있는 우체국 집배원들이 1인당 연하장 200장 정도를 할당받아 연하장 영업까지 도맡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신문기사? 아니다. 해당 음료업체와 정보통신부가 뜨끔했을 법한 위 기사는 블로그사이트 뉴스킹(www.newsking.co.kr)이 최근 보도한 것. 기자 뺨치는 솜씨로 매주 10여건의 뉴스를 생산해내는 ‘뉴스킹 주인장’ 김성훈씨(35)는 한국농림수산정보센터에서 일하는 샐러리맨이다. 그는 퇴근 후 북마크를 해놓은 20여개 게시판을 항해하며 ‘뉴스거리’를 찾는다. 청와대 인터넷사이트를 비롯한 각종 게시판들이 출입처인 셈.

기자 뺨치는 솜씨 특종도 여러 번

김씨는 어깨에 힘을 뺀 ‘낮은 뉴스’를 지향한다. 매일 밤 기사를 쓰는 것은 게시판에 쏟아지는 서민들의 하소연을 널리 알리고 싶어서란다. 시시콜콜 알려지는 정치인과 연예인의 일거수 일투족보다 서민들의 억울한 사정이 더 소중하다는 생각에서다. 특종도 여럿 했다. 그는 온라인매체가 받아 대서특필한 대구 K대 성추행 사건 기사가 ‘뜬’ 후, 게임의 일부를 수정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고 CEO(전문경영인) 인터뷰까지 한 리니지의 중독성을 다룬 기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블로그를 이용한 ‘1인 미디어’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심심찮게 특종을 터뜨리는 ‘뉴스킹’같은 블로그사이트가 어느덧 1000만개를 넘어섰다. 블로그 주소(URL) 하나 정도는 있어야 네티즌이라고 불리는 세상이 도래한 것이다.

블로그는 웹(Web)의 ‘B’와 로그(log)의 합성어로 홈페이지 제작기술이 없어도 손쉽게 자신의 공간을 마련할 수 있는 ‘1인 미디어’ 웹사이트를 이르는 말이다. 블로그는 언론사닷컴 사이트처럼 첫 화면에 항상 업데이트된 글과 사진이 올라오도록 설계돼 있는데, 글과 사진·동영상·취재기사를 자연스럽게 올릴 수 있다. 가장 큰 장점은 아마추어가 만들고 관리하기는 까다로운 홈페이지와 달리 블로그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상자기사 참조)의 홈페이지에서 클릭 몇 번만 하면 간단히 자신의 블로그가 완성된다는 것.

블로거들은 블로그의 인기는 ‘중독성’과 ‘글쓰기의 쾌락’에서 기인한다고 입을 모은다. 타인의 블로그를 하나 둘 엿보다 보면 이른 새벽까지 컴퓨터 앞을 떠나지 못하고, 쓴 글에 즉각 반응을 보내는 독자들의 댓글에 ‘감동받아’ 절로 글쓰기에 빠져든다고. 자칭 ‘블로그 중독자’ 최명진씨(29)는 “좋은 블로그를 찾기 위해 밤을 샌 적도 많다”면서 “블로그를 통해 친분을 트고 오프라인에서까지 만나는 친구가 50명이 넘는다”고 했다.

1인 미디어 힘 ‘블로거’를 아십니까

유진닷컴, 뉴스킹, Today's Top 리스트(위부터)

벤처기업에서 일하는 이용진씨(31)는 ‘글쓰기의 쾌락’에 흠뻑 빠져 있다. 그는 블로그사이트 ‘Today’s top 5 리스트’(www.top5list. co.kr)를 운영한다. 이씨는 처음엔 글 쓰는 게 영 어색하고 힘들었지만 매일 찾아오는 팬이 생기고 하나 둘씩 독자 수가 늘어가면서 요즈음엔 글 쓰는 재미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고 했다. 최근 올린 글의 제목은 ‘로맨틱송 탑 5’ ‘최고의 나이키 광고 탑 5’ ‘최고의 복수극 탑 5’ 등등. 그는 “언제부턴가 독자들을 위해 반드시 글을 써야 한다는 일종의 의무감까지 생겼다”고 말한다.

‘1인 미디어’로서, 더 나아가 대중 미디어로서의 블로그의 힘과 가능성은 ‘연대’에 있다. 블로그에 올린 글은 하나의 블로그 안에 머물지 않는다. 블로거들은 상호간의 ‘연대’를 통해 영토를 확장한다. ‘내 즐거움’은 ‘너의 것’이 되고, 다시 ‘온라인 세상 모두의 것’이 된다. 블로그사이트로 자신을 표현하고, 그곳에서 블로그를 통해 타자와 대화하면서 이슈를 만들고 퍼뜨리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수십, 수백, 수천개의 블로그가 연결되면서 정보 생산자와 소비자의 구별이 없는 거대한 새로운 네트워크가 만들어진다는 얘기다.

예컨대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의 단식’에 대해 한 블로거가 예리하게 필봉을 휘둘렀다 치자. 그러면 이 글은 블로그링(블로그링에 등록하면 블로그에 글을 올림과 동시에 자동으로 자신과 취향이 비슷한, 블로그링된 사이트에 글이 올라간다)이나 트랙백(다른 사람의 글에 대한 코멘트를 자신의 블로그에 쓰되, 상대방 블로그에 그 주소와 일부 내용이 기록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을 타고 일파만파로 퍼져나간다. 결국 글 하나에 ‘리플’과 ‘악플’(악의적인 댓글) ‘관련글’이 덧붙여지며 확대, 재생산돼 파도 타듯 인터넷 세상을 넘실거리게 되는 것이다.

일기 형식의 감칠맛 나는 글로 인기를 끌고 있는 블로그사이트 유진닷컴(www.youzin.com)의 정유진씨(웹칼럼니스트)는 “내 블로그를 본 사람들이 내 온라인 동료들의 블로그들로 파도를 타고 들어오고, 다른 블로그에서 파도를 타고 넘어온 사람들과 친구가 되는 과정에서 가장 사적이고 폐쇄적인 나만의 일기, 나만의 미디어가 생명력을 갖고 살아 움직이며 더 넓은 세상과 소통하고 교류하는 수단으로 쓰인다는 게 블로그의 가장 큰 매력이다”고 말했다.

‘1인 미디어’라고 불리는 ‘게시판 저널리즘’은 지금 개봉영화의 흥행을 좌우하는 수준을 넘어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할 어떤 곳을 향해 ‘파도를 타고’ 있다. 그 종착점이 사회 각 분야에서 이슈를 제기하고 여론을 선도하는 바람직한 방향이 될지, 아니면 장삿속이 판치고 정치적 유언비어가 넘실대는 쓰레기장이 될지는 아직 장담할 수 없다. 다만 확실한 것은 나를 드러내는 데 거부감이 없고, 정치적 참여의식이 높으며, 블로깅으로 ‘친밀하게’ 연결된 ‘P세대’(Partici-pation·참여)가 사회의 ‘주류’가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주간동아 413호 (p58~59)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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