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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LG와 구본무

엘지카드 회생 카드는 있나

외자유치 자본 확충이 최선의 방법 … 지주회사 체제 1조원 증자 과정 부담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엘지카드 회생 카드는 있나

엘지카드 회생 카드는 있나
11월23일 LG카드는 채권단 또는 정부로부터 승리를 이끌어냈다. 현금서비스조차 제대로 못한 부도 직전의 카드회사가 ‘배째라 전략’으로 채권단을 굴복시킨 것이다. 이날 마지막까지 LG카드를 압박한 것은 하나은행 김승유 행장이었다. 김행장이 LG가 내놓은 자구계획에 대해 사사건건 목소리를 높이며 따졌다는 것. 하지만 전체 채권단의 분위기는 회의 시작 전부터 포기보다 살리는 쪽으로 추가 기울어져 있었다. 채권단으로서는 LG카드 사태가 LG채권 환매 요구→타사 채권 환매 요구→카드채 금리상승→카드업계 유동성 위기→금융대란으로 이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감수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버티기’로 채권은행들을 굴복시킨 LG는 11월24일 제2금융권 최고경영자들(CEO)과 마주했다. 분위기가 좋을 리 없었다. 시종일관 인상을 찌푸린 채로 LG측의 회생 방안을 경청한 보험·투신업계 CEO들은 ‘기가 찬다’ ‘얘기가 안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날 제2금융권은 울며 겨자 먹기로 LG카드 채권 만기 연장에 합의했지만, LG카드가 설명한 단기·중기 전략에 크게 신뢰를 갖지 못했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투신사 사장은 “LG측이 내놓은 단기·중기 전략을 듣고 난 뒤 침 발린 말이라는 얘기가 오갔다”면서 “일단 합의는 했지만 고객 돈으로 장사를 하는 투신의 자금은 고객의 자산이라 고객들이 안 받아들이면 LG카드를 지원할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시장 붕괴 배수의 진 … 채권단 압박 일단 성공

11월23, 24일 양일에 거쳐 ‘인상을 찌푸린’ 제1, 2금융권으로부터 양보를 받아낸 LG카드는 일단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다. 그러나 LG카드 사태의 여진은 여전히 매서운 기세로 계속되고 있다. 현재 LG카드는 경영정상화 또는 국내외 전략적 투자가에 의한 매각을 추진 중이다. 부도가 나면 금융시장이 붕괴할 수 있다는 무기로 배수진을 치고 있는 것은, 현금서비스를 중단하며 압박을 가했던 11월22일 상황과 별반 다를 게 없다. 부실이 해결되기까지는 앞으로도 지난한 과정을 겪어야 한다. 그렇다면 LG가 배짱을 부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LG카드의 미래는 무엇일까.

사실 LG그룹은 LG카드를 털어버리고 갈 수 있다. 올 3월1일은 한국의 기업사(史)에서 매우 중요한 날이다. LG그룹이 구본무 회장 적통 라인과 다른 구씨, 허씨 지분을 교통정리하며 국내 처음으로 지주회사 체제로 탈바꿈한 날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 지주회사 체제 덕분에 LG그룹은 LG카드의 부실이 다른 계열사로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삼성그룹과 같은 상호출자식 소유구조를 갖고 있었더라면 LG카드의 유동성 문제를 계열사의 지원으로 해결하려 나섰다 동반 부실을 초래했을 가능성이 높았던 것. 김상조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한성대 교수)은 “LG가 지주회사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풍긴 구린내를 차치하면 지주회사 제도는 LG카드 사태가 전체 LG계열사로 번지는 것을 막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LG카드는 현재 LG그룹 계열사들의 지주회사인 ㈜LG에 편입돼 있지 않다. 공정거래법이 사업지주회사와 금융지주회사를 분리토록 규정하면서 금융계열사에 대한 다른 사업 계열사의 지원을 차단해놓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LG그룹은 LG카드가 부도나더라도 다른 계열사가 연쇄적으로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 이미지에 타격을 조금 입더라도 지분에 따른 유한책임만 지고 LG카드를 털어버릴 수 있는 것. LG 계열사들이 LG카드의 ‘목숨’이 오락가락하는 상황에 LG카드 주식을 미리 처분해 리스크를 줄인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LG측은 LG카드의 부도를 받아들일 수 있어도 채권단과 정부는 부도를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엘지카드 회생 카드는 있나

11월24일 LG카드 채권 만기 연장을 논의하기 위해 투신사 사장단 회의가 열렸다(위).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카드 사무실.

다만 지주회사 체제는 LG카드가 채권단에 약속한 1조원 증자 과정에서 거추장스러운 옷이 될 전망이다. 계열사의 지원이 제도적으로 막혀 있는 상황이라 재원 마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LG가 지주회사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자금동원력에 한계를 드러내 오히려 위기를 맞았다”는 주장을 펴며 지주회사 제도에 반대하는 삼성그룹 등의 논리를 내세우기도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 캐시카우(수익 창출원) 노릇을 하는 회사를 통해 계열사를 지원하는 것은 경영 투명화에도 맞지 않을 뿐더러 주주들도 용납하지 않는다. 홍익대 선우석호 교수(경영학과)는 “LG가 지주회사 체제를 도입하지 않았더라면 지금보다 상황이 더 좋지 않았을 것”이라며 “지주회사가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 여부는 유능한 전문경영인에 의해 경영되는가 그렇지 않은가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예방주사 역할을 했던 지주회사 체제는 전혀 다른 방향에서 LG그룹을 압박하고 있다. LG 대주주들이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데 필요한 막대한 자금을 마련하는 과정과 관련한 각종 ‘설’이 난무하는 상황이다. 불법대선자금을 수사 중인 대검 중수부는 △구씨와 허씨 집안 간 경영권 승계 과정 △구씨 집안 내의 지분 인수·교환 과정 △LG그룹의 지주회사 설립 과정 △이 과정에서 거액의 비자금이 조성됐는지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LG그룹 대주주들은 11월28일 현재 5000원대로 추락한 LG카드 주가가 10만원에 육박하던 시절 대량 처분해 거액의 차익을 챙겼고, 또 LG카드의 증자 발표 이전에 주식을 대량 매도하는 등 비상장 계열사들의 주식거래로 짭짤한 재미를 봤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김상조 소장은 “LG카드 등 몇몇 비상장 계열사들을 이용해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했다는 의혹이 투명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시장에서 LG카드는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LG카드는 11월27일 오후 교보생명과 한미은행에 각각 3025억원과 300억원을 상환하면서 다시 부도 위기를 넘긴 바 있다. 사실 교보생명이 챙겨간 자금은 24일 제2금융권 사장단 회의에서 LG카드가 결제하기로 약속한 대금이다. 교보생명과 한미은행 채권은 매출채권을 매매한 대금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한 투신사 사장은 “교보생명이 3025억원에 대한 결제를 요구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일종의 배임에 해당한다”면서 “LG측이 매출채권 부분은 갚기로 약속했으니 앞으로도 비슷한 요구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LG카드가 채권단으로부터 지원받은 2조원은 올 연말이나 내년 1/4분기까지 신규자금 차입 등 외부 지원 없이 회사를 운영할 수 있는 규모다. 여기에 채권단과 약속한 1조원의 유상증자가 이뤄지면 회사는 어느 정도 정상을 되찾게 된다. 그러나 대주주들의 참여로 1차로 증자하기로 한 3000억원을 채운다고 하더라도 이후 이뤄질 7000억원의 추가 증자는 만만찮다. LG투자증권이 실권에 대비해 총액 인수하기로 채권단과 약속했지만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LG측의 약속과는 달리 증권감독 규정상 계열사 지분보유 한도 때문에 실현되기 어려운 것. 또 적절한 투자자를 끌어들이지 못한다면 LG증권의 동반 부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전략적 투자자를 통한 자본 확충이 LG카드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인 것으로 보인다. 투자유치 없이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불가능한 데다 현재의 자본력으로는 향후 다른 카드사와의 경쟁에서도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LG투자증권이 지분만큼 LG카드 증자에 참여한 뒤 다른 생명줄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행히 올 3월 낙마한 이헌출 전 사장 대신 LG카드의 조종간을 잡은 이종석 사장은 LG그룹 내에서 손꼽히는 외자유치 전문가다. IMF구제금융 시절 외자유치를 통해 LG가 외환위기를 별 무리 없이 극복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한 이사장이 이번에도 LG카드를 살려낼 동아줄을 찾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주간동아 413호 (p40~42)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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