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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이혼 그리고 위자료

“이혼 때 돈 얘기하면 치사한 건가요”

남녀 4인의 솔직토크 “이혼 생각했다면 철저한 준비 필요 … 위자료·재산분할은 현실의 문제”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이혼 때 돈 얘기하면 치사한 건가요”

“이혼 때 돈 얘기하면 치사한 건가요”
요즘 우리 사회에서 가장 흥미를 끄는 화제 둘을 꼽는다면 하나는 이혼이고, 다른 하나는 돈일 것이다. 이 둘이 하나로 합쳐지면 언제 어디서든 ‘울트라 메가톤급’ 수다가 터져 나온다. 최근 한 재벌가 후계자와 이혼한 여자 탤런트 이야기는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대홧거리를 제공했는가. “정말 15억이래?” “에이, 설마…”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사람들은 너나할것없이 몰래 머릿속으로 ‘나는 얼마일까’ 하고 계산기를 두드려보았을지도 모른다. 너무나 ‘속물스러워’ 차마 공개적으로 말하지 못했던 그 주제에 대해, 사회적 지위와 체면을 벗어던진 4명의 남녀가 허심탄회하게 수다 한마당을 벌였다. 이혼할 때 나는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많이 받을 수 있고, 또 어떻게 하면 덜 줄 수 있나.

한 번 이혼해본 여자와 이혼을 숱하게 고민한 아줌마 아저씨, 그리고 너무 흔해진 이혼이 싫어 아예 결혼하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한 여자가 모여 처음 꺼낸 화제는 역시 ‘고현정’이었다.

임계성(이하 임): 고현정이 위자료로 15억원 받았다면서요? 재벌가에서 8년이나 산 대가치고는 너무 적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대로 하면 그 여자가 받을 수 있는 돈이 최소한 280억원은 넘는다던데. 아무래도 더 받겠죠?

김별아(이하 김): 그럼요. 아마 곧 재산분할 청구에 들어갈 거라는 말이 많아요.

임: 그러니까 여자들이 너나없이 돈 있는 남자한테 시집가려고 하는 거야.(웃음) 난 예전에 이혼할 때 3년 식모 살아주고 돈 1000만원 받아서 나왔거든요. 결혼하면서 내가 들인 5000만원은 고스란히 두고 나온 거예요. 그때만 해도 정서가 ‘결혼이 장사도 아니고, 투자한 돈 들고 나가는 게 어딨냐’ 하는 거였으니까요. 남편이 주고 싶으면 좀 주고, 주기 싫으면 말고 하는 식이었어요. 그래서 저는 그후부터 결혼하는 주변사람들한테 재산은 꼭 공동명의로 하라고 신신당부하죠.



“재산은 부부 공동명의로 … 대책 없이 이혼하면 고생 실컷”

천성관(이하 천): 사실 공동명의로 하면 세금이 절약되니까 남자한테도 좋은 거잖아요. 그런 게 홍보가 덜 돼서 남자 이름으로 하는 거 아닐까요? 나도 알았으면 처음부터 공동명의로 했을 거예요.

김: 아니오. 그건 확실히 아니에요. 제 생각에는 남자들이 여자들 모르라고 일부러 홍보를 안 하는 거 같아요.(웃음) 사실 알아도 잘 안 해주거든요. 공동명의로 하는 걸 자기 권위의 상실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제 경우엔 결혼할 때 남편이 돈이 없어서 전부 제 돈으로 했는데도 공동명의로 하는 걸 굉장히 싫어하더라고요. ‘결국은 내가 번 돈으로 먹고사는 거 아니냐’ 하는 생각이죠.

임: 일단 시부모부터 방방 뜨잖아요.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귀하디 귀한 내 아들이 머슴짓하려고 하느냐면서. 그러니까 이혼할 때 되면 다들 돈 문제 때문에 힘들어지죠.

정세진(이하 정): 맞아요. 저희 언니도 이혼했는데 ‘아이는 내가 키우겠다. 다른 건 다 필요 없다’ 하면서 예물반지까지 빼주고 끝냈어요. 그러고 나니 직업이 있는데도 조카 먹여 살리느라 고생 좀 하죠.

임: 무작정 이혼했다가 물먹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내가 지금 활동하는 솔로사이트 회원이 2만명이 넘는데, 다들 이혼할 때 제일 고민하는 게 돈 문제예요.

김: 특히 애가 있으면 그 문제가 매우 심각해져요. 제가 내년에 결혼 10주년이 되거든요. 그런데 한 10년 사니까 진짜 남편이 지겨워지는 순간이 오데요. 솔직히 올 초에 심각한 위기가 있었어요. 그런데 이혼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는 순간 가장 먼저 문제 되는 게 돈이더라고요. 나는 양육권을 포기할 수 없는데, 과연 내 새끼가 나와 단 둘이 살면서 제대로 얻어먹고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니 앞이 깜깜해지더군요. 사실 소설 써선 큰돈 못 벌거든요. 그래서 올 초에 동화만 4권을 썼잖아요. 결국 이혼은 안 하고 그냥 살게 됐지만 책은 잘 나오고 있죠. 벌써 두 권 나왔고 곧 두 권이 더 나올 거예요.(웃음)

“이혼 때 돈 얘기하면 치사한 건가요”

김별아, 임계성, 정세진, 천성관 (왼쪽부터 시계 방향)

임: 오죽하면 내 신조가 ‘돈 있는 곳에 자유와 평등이 있다’겠어요. 이건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15년 동안 독신으로 살아본 내 처절한 경험에서 나온 말이에요. 나도 결혼생활 해봤지만, 사실 한 한 달 살아보면 이 사람이랑 되겠구나, 아니면 나랑은 정말 안 맞는 사람이구나, 견적이 나오잖아요. 만약 후자로 결론이 나면 그때부터 이혼을 ‘준비’해야 해요.

김: 그러게요. 요새 생각 있는 30대들끼리 만나면 남편이랑 살 때 영어공부를 하든, 제빵기술을 배우든 자식이랑 자기가 먹고살 수 있는 준비는 해놓고, 그 다음에 이혼 이야기를 꺼내야 한다고들 하는걸요.

정: 저는 만약에 결혼하면 아예 ‘내 통장은 내 거다. 아무도 못 건드린다’는 서약서를 남편한테 받으려고 해요.(웃음) 내 돈이 있어야 당당할 수 있을 테니까요.

임: 사람들은 다 이혼하면 대충 살 만큼은 위자료를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죠. 전혀 아니에요. 제 친구가 재판까지 해서 이혼했는데, 양육비로 매달 30만원을 받기로 한 게 전부예요. 요즘 세상에 그 돈으로 어떻게 아이들을 키워요? 재산분할청구권 생겨서 많이 좋아진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고요. 보통 사람들 이럭저럭 먹고살고 집 한 채 지닌 정도의 재산이 몇억 되나요? 거기서 30% 받아서 변호사 비용 내고, 차 떼고 포 떼고 나면 몇천만원도 안 남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김: 그 돈이라도 제대로 주면 좋게요? 남편이 독신일 때야 그래도 돈을 보내죠. 일단 재혼하고 나면 쥐꼬리만한 양육비마저 안 주는 게 보통이잖아요. 남자 입장에서 볼 때는 두 집 살림하는 격이 될 테니 말이에요.

임: 사실 여자 입장에서도 전 남편한테 돈 받아 생활하는 건 부담스럽죠. 제 친구는 이혼한 후 양육비와 생활비조로 매달 170만원을 받는데, 우리나라에서 이만하면 꽤 좋은 조건이거든요. 그러니까 이 돈에 나머지 생을 저당 잡히는 거예요. 만약 다른 남자를 사귀다가 남편한테 들키면 당장 이 돈이 끊길 테니 아무것도 못하는 거죠. 독신이 애인마저 없으면 얼마나 더 힘든데요. 정말 경제력 없는 상태에서 하는 이혼만큼 비참한 게 없어요.

정: 문제는 막상 이혼할 때는 그런 거 다 따지는 걸 치사하다고 생각한다는 거죠. 결혼생활에 문제가 생기면 억지로 버티기보다는 ‘내가 벌어서 먹고살 수 있다. 갈라서자’ 이러는 걸 쿨하게 보는 분위기가 있잖아요. 요즘 여자들은 헤어지는 마당에 시간 끌기 싫어서 그냥 다 두고 나와버리는 것 같아요.

“이혼 때 돈 얘기하면 치사한 건가요”

KBS 드라마 ‘사랑과 전쟁’은 `여러 이혼위기 사례를 통해 가족간의 역할과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해준다.

김: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유교적인 문화의 영향으로 그런 거 계산하고 행동하는 걸 천하게 여기는 분위기도 있고요. 그런데 남자들은 이혼 이야기가 나오면 놀랍게 계산적으로 움직이는 것 같아요.

천: 결혼생활이라는 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항상 이혼을 생각하게 되잖아요. 저도 당연히 이혼을 생각해봤죠. 하지만 구체적으로 위자료를 얼마쯤 받아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집사람이 아이 둘을 키워야 할 테니 줄 만큼은 줘야지’ 하는 정도였죠.

임: ‘줄 만큼’이 어느 정도인데요?

천: 한 절반이오? 솔직히 그 이상은 어렵겠죠. 하지만 그건 제 생각이고, 오늘 이야기 나온 것처럼 이혼할 때 아내가 ‘당신 재산 중에 얼마 정도는 내 몫이니 내놔라’ 하고 나오면 솔직히 당황스러울 것 같아요. 처음에는 ‘내 재산이 그렇게 되나’ 생각할 거고, 그 다음에는 ‘이 사람이 부부로 살면서도 저렇게 다 계산하고 있었구나’ 하고 무섭다고 느껴지겠죠.

김: 저는 그게 우리나라 가정의 큰 문제인 것 같아요. 가족을 너무 고귀하게 여기고, 그 안에서는 서로 다 이해하고, 포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오. 그래서 돈이나 계산 같은 속물적인 것이 개입하면 안 된다고 믿지만, 사실 한편으로는 또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는, 그런거요.

임: 그럼요. 가족에 대한 순진한 믿음, 그건 너무 무모한 거예요. 남자든 여자든 재산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다 그러잖아요. ‘이게 뭐 내 건가. 나중에 당신 이름으로 다 바꿔줄게.’ 그런데 둘 사이 나빠지면 그런 약속은 무가치해지거든요. 막상 이혼할 때 보면 그건 이미 다 다른 사람 명의로 바뀌어 있는걸요, 뭐.

천: 사실 평소에는 재테크에 무지한 것 같은 남자들도 마음먹으면 무섭게 돌변하죠.(웃음)

김: 중요한 건 가족이든 누구든 각자 서로 다른 욕망을 가진 ‘개인’이라는 걸 인정하는 거 아닐까요. 요즘 참 똑똑해 보이는 20대들조차도 ‘사랑은 무조건 헌신하는 것’이라는 환상을 품고 사는 것 같은데 그건 ‘맹한’ 짓이잖아요. 자기가 있어야 상대방도 있는 거죠.

임: 결혼생활을 하다 보면 누구에게나 한 번은 위기가 찾아오게 돼 있어요. 중요한 건 그 전에 충분히 그에 관해 생각해봐야 한다는 거예요. 각자 자신의 모든 조건을 꺼내놓고 실질적인 이혼 시나리오를 써보는 게 ‘덜 주고 많이 받아올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죠. 만약 이혼할 수밖에 없다면, 이왕 할 거 잘해야 하지 않겠어요?





주간동아 413호 (p20~22)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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