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13

2003.12.11

72년 장기영씨에게 꽃 준 소녀 김현희 아니다

  •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입력2003-12-03 14: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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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2년 장기영씨에게 꽃 준 소녀 김현희 아니다

    1972년 장기영씨에게 꽃을 건넸다는 김현희(위)와 1988년 기자회견을 하는 김현희씨의 귀는 완전히 다르다.

    1972년 11월2일 제2차 남북조절위원회(이하 남북조절위) 회담을 위해 평양을 방문한 장기영 대표(작고)에게 꽃다발을 전달한 소녀는 대한항공 858기 폭파범 김현희씨(41)가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 같은 사실은 서현우씨(41)가 ‘대항항공 858기 사건은 국가정보기관이 조작한 것이다’라는 내용을 담은 소설 ‘배후’를 출판한 데 대해 이 사건을 수사했던 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이하 안기부) 조사관 5명이 서씨와 출판사를 상대로 각각 2억5000만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민사)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소송(형사)을 제기하면서 서씨가 제기한 의혹을 반박하기 위해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이 작성한 자료에서 밝혀졌다. 국정원은 조만간 이 자료를 검찰과 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1988년 1월15일 김현희 사건에 대한 수사발표를 할 당시 안기부는 “김현희씨가 만 10살이던 1972년 남북조절위 회담을 위해 평양을 방문한 장기영 대표에게 꽃다발을 전달한 사실이 있다”며 남북조절위에서 보관해온 사진을 공개했다. 그러나 장대표에게 꽃다발을 건네는 소녀는 귓불이 통통하나, 김씨는 귓불이 전혀 없는 속칭 ‘칼귀’다.

    안기부의 수사발표가 있은 한 달 후쯤 북한 여성 정희선은 북한 당국이 불러들인 외신기자들 앞에서 “장기영 대표에게 꽃다발을 건넨 소녀는 나”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했고, 북한은 정희선이 장대표에게 꽃다발을 전달하는 비디오 사진을 공개하였다. 이 비디오는 일본에서 방영돼 파문을 일으켰는데, 일본 작가 노다 미네오(野田峯雄)는 이 자료 등을 근거로 ‘김현희 사건은 조작됐다’는 내용의 책 ‘파괴공작’을 출판했다. 이 책은 한국에서 ‘김현희는 가짜다’(두리미디어사 펴냄)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돼 김현희 사건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자료로 활용돼왔다.

    국정원 한 관계자는 “당시 안기부는 김씨가 ‘남북조절위 회담을 위해 평양에 온 남측대표단에게 두 번째로 꽃다발을 건넨 적이 있다’고 진술한 것을 믿고, 사진 자료를 뒤지던 중 북한 소녀로부터 두 번째로 꽃다발을 받은 이가 장기영씨로 확인돼 이를 공개했던 것”이라며 “그런데 여러 군데서 사진 속의 소녀는 김현희가 아니다는 주장이 제기돼 다시 확인해보니 김씨는 두 번째가 아닌 세 번째로 우리 대표단(이동복씨)에게 꽃다발을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그는 “원래 북한 소녀들은 두 줄로 서 있었고 김씨는 뒷줄 첫번째에 있다가 두 번째로 꽃을 주기로 돼 있었으나 남측대표가 헬기에서 내리기 직전 한 줄로 바꿔 서면서 두 번째가 아닌 세 번째로 이동하게 된 것”이라며 “그러나 김씨는 당시 두 번째로 꽃다발을 줘야 한다는 것만 강하게 의식하고 있어 사실과 다르게 진술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행히 우리는 한 줄로 늘어선 북한 소녀의 사진을 갖고 있는데 그 중 세 번째 소녀의 모습을 확대해보면 지금 김씨와 가장 흡사한 것으로 판명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정원측은 김씨 사진에 착오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858기 폭파사건 자체가 조작된 것은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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