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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칼럼

2만 달러 시대와 농촌정책

  • 이정재 / 서울대 교수·생물자원공학부

2만 달러 시대와 농촌정책

2만 달러 시대와 농촌정책
최근 농림부가 농업정책 방향을 균형 있는 농업과 농촌에 대한 지원으로 수정했고, 대통령도 총사업비가 119조원에 이르는 농업과 농촌에 대한 장기 지원계획을 발표했다. 골자는 현재 예산규모에 연간 1조2000억원 정도를 증액하되, 그간 주로 해온 기반 조성 부문에 대한 투자에서 탈피해 농촌사회 개발에 지원의 초점을 두겠다는 것이다.

농림부는 이와 함께 앞으로 농업 분야에는 경쟁력 있는 농업 종사자 100여만명만 있으면 족하므로 200만명 이상의 농업 종사자를 전업시킨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들 전업 농민 대부분이 도시로 진출할 경우 국토 이용의 불균형과 도시문제를 심화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전업 농민이 농촌에 머물 수 있도록 하는 농촌정책을 펴나가겠다는 농림부의 방침은 늦은 감이 있지만 올바른 정책이다. 왜냐하면 지난 10년간 늘어난 도시 인구 600여만명 중 35% 정도가 농촌에서 유입되었는데, 이 같은 인구 도시집중 현상으로 인해 도시에서는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환경오염이 심화되고 있는 반면, 농촌은 전통문화 유지와 발전에 필요한 인적·공간적 자원마저 확보하지 못해왔기 때문이다.

도시와 농촌 협력하는 종합적·장기적 정책 절실

이번 농림부의 농정목표 전환은 우리나라의 선진국화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시급히 달성해야 할 국가적 과제는 빈부 격차를 줄이면서 국가 경제를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규모로 키우고, 사회적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삶의 가치가 보장되는 고령화 사회를 달성하는 것이다.

경제발전과 고령화 사회 문제는 별개의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선진국과 같이 빈부 격차가 적은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이미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에 들어선 도시의 활동적인 직업인이 더 많은 소득을 올리도록 할 게 아니라 소득이 평균 이하인 도시 빈민층과 고령의 농촌 거주자 및 퇴직자가 더 높은 삶의 질을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같은 문제이고, 이 문제의 중심에 농업과 농촌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농업문제를 농업만의 문제로 들여다보면 해결책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 농업문제는 보다 근원적인 농촌문제를 먼저 개선함으로써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정부나 공공기관이 주관하여 농촌에 다양한 일자리를 만들어 도시의 퇴직자와 고령자를 농촌에 재취업하게 하거나, 아니면 자본을 투자하면서 이주할 수 있도록 하고, 농촌의 교육과 문화 시설을 확충하는 등 제도를 정비해가면 결과적으로 도시의 젊은 노동력을 농촌에 유입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도시와 농촌이 협력하는 종합적이며 장기적인 농촌정책을 시행해야 국가의 부담도 줄이고 농림업의 유지·발전도 도모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 각 부처에서 이번 대책을 농림부의 희망사항으로 치부하는 인상이 짙고, 이 대책을 비판하는 전문가 대부분도 농업 발전의 문제를 농업적 측면에서만 고려하는 잘못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런 잘못을 저지르는 것은 농촌을 아직도 농업 생산기지로 이해하기 때문인데, 현재 농촌 거주인구가 1000만명인 데 비해 농업인구는 300만명에 불과해 이미 농업인구가 농촌사회를 주도하는 세력이 아니고, 장차 이들이 100만명으로 감소할 것임을 생각해보면 앞으로는 농업이 농촌산업의 한 분야가 될 것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농촌을 경제적 수단으로만 보고 농업 진흥책을 마련하는 것으로 농촌문제에 접근해서는 환경문제나 노인문제 등을 해결하는 차원에서의, 농촌의 기능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정책을 마련하기 어렵다. 지금 농민단체 등의 요구를 어떤 경제정책에 수용할 수 있겠는가. 따라서 농촌을 생활, 산업 및 문화가 복합되어 있는 삶의 공간으로 인식하고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정부 각 부처가 협력해 하나의 대책을 성안하고 이를 실행해야 하는데 이번 정책은 이 같은 행정 노력이 부족해 보인다.

농업과 농촌 대책은 종합대책이어야 하므로 복합적인 기능을 가진 전담기구를 두는 것이 효율적이다. 이에 대해 기득권이 있는 부처는 여러 기관에서 예산을 확보하여 농촌을 지원해야 능률적이고 합리적인 정책 추진이 가능하다는 논리를 편다. 집을 짓는 데 최고의 지붕과 최고의 서까래, 최고의 문을 썼다고 해서 최고로 아름다운 집이 될까? 여러 부처가 참여하는 계획은 계획수립 과정에서는 이상적일지 모르지만 사업추진 과정에서는 각 부처가 따로 놀아 사업 자체가 부실해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번 정책을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현 농림부 체제를 경제·사회적 차원에서 농민의 요구를 수용하고 국가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경제·사회적 정책기능이 강화된 농촌부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주간동아 2003.12.04 412호 (p108~108)

이정재 / 서울대 교수·생물자원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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