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03

2003.10.02

한일 해저터널 ‘꿈’이런가 하노라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입력2003-09-24 14: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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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일 해저터널 ‘꿈’이런가 하노라

    교통개발연구원이 건설교통부의 용역을 의뢰받아 작성한 한일 해저터널 관련 보고서.

    부산에서 일본의 쓰시마(대마도)를 거쳐 규슈지방을 연결하는 한일 해저터널(총 연장 240km) 건설의 타당성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건설교통부(이하 건교부)가 2002년 6월 교통개발연구원(이하 연구원)에 용역을 줘 1년3개월 만에 나온 최종 연구결과는 ‘경제성이 없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1940년대 일본이 대동아공영권 구상 실현을 위해 계획한 뒤 한일 민간단체에서 꾸준히 연구·검토가 이뤄진 한일 해저터널과 관련, 정부 차원에서 검토 작업이 이뤄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일 해저터널의 필요성 연구’라는 제목의 이 최종보고서에서 연구원측은 거제도(A·B안)와 부산(C안) 등을 출발하는 3가지 노선 안을 검토대상으로 삼았다. 연구원측은 한·중·일 교역량, 세계 및 동북아 컨테이너·항만·항공 물동량 등을 비교·분석한 결과 노선이 짧은 A안(230km, 공사비 34조원)이 상대적으로 양호하다고 지적했으나 “거제지역에 대한 철도 인입에 문제가 있는 등 모든 노선이 경제성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건교부가 국회 이해봉 의원(한나라당)에게 제출한 자료에는 해저터널이 통과하는 해저에 화산지대가 있다는 지적도 들어 있었다. 연구원측은 “해저터널이 생길 경우 쓰시마가 육상, 해상, 항공 교통이 연계되는 국제 물류중심기지가 될 가능성이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경우 부산과 광양항의 ‘허브(Hub)’ 기능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게 연구원측의 진단. 1985년 일본의 일한터널연구회가 발간한 ‘일한 터널 연구’에도 쓰시마를 ‘동북아시아 지역의 싱가포르’로 만들려는 구상이 포함돼 있다. 연구원측은 이런 여러 상황을 감안, “해저터널 사업에 대한 정부의 역할을 최소화하라”고 권고했다. 민간기업 및 민.관 합동 참여기구 중심으로 추진하는 유연한 접근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것. 그러나 건교부는 연구원측의 분석과는 생각이 다른 것 같다. 9월 초,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을 담은 최종보고서를 연구원으로부터 받은 건교부는 건설 파급효과, 기술적 검토 등에 대해 재분석을 요청했다. 경제성 분석에 대해서도 “어떤 수요예측 결과를 활용했는지가 불분명하며, 해저터널 건설시 파급효과와 관련,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가 작성한 자료를 활용하라”며 특정 자료까지 제시, 연구원측을 당혹스럽게 했다. 이와 관련, 이해봉 의원은 “건교부는 한일 해저터널 개발을 침체된 국내경제의 견인, 또는 건설경기 부양 수단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구원측은 건교부의 이러한 지시에 따라 9월19일 최종보고서를 수정, 제출했다. 그러나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은 달라지지 않았다.

    1981년 통일교 문선명 총재가 처음 제기한 한일 해저터널 구상은 90년 노태우,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 등이 일본측에 건설을 제의하면서 양국간의 관심 사항으로 떠올랐다. 특히 김 전 대통령은 햇볕정책의 연장선상에서 한일 해저터널을 경의선 복원사업 등과 연계하려는 꿈의 구상에 집착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2003년 2월25일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내한한 고이즈미 일본 총리에게 “북한 문제가 해결되면 해저터널 착공 문제가 경제인들 사이에서 다시 나올 것”이라며 터널 개발에 관심을 표명했다. 이의원은 “정치적 업적주의로 터널 문제를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가 보고서에 담긴 만큼 두 나라 국민의 민족감정, 기술적 가능성, 공사비 부담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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