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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부는 달 탐사 열풍

EU 시작으로 일본 중국 인도 등 계획 … 국가적 자존심 살리고 기술 검증도 노려

  • 이충환/ 동아사이언스 기자 cosmos@donga.com

다시 부는 달 탐사 열풍

다시 부는 달 탐사 열풍

유럽의 달 탐사선 스마트 1호가 달을 탐사하는 모습의 상상도.

한가위날 바라보며 소원을 비는 대상인 달. 최근 세계 여러 나라에서 달을 탐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해 화제가 되고 있다. 미국이 지난 2월 일어난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 폭발사고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럽 일본 중국 인도 등 우주개발 후발국들이 달 탐사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30년 만에 갑자기 ‘달 열풍’이 부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동안 달 탐사는 미국과 러시아의 독무대였다. 지난 세기 이루어진 수많은 탐사 가운데 하이라이트는 역시 미국의 아폴로 계획이다. 1969년 인류로 하여금 달 표면에 발을 내딛게 했던 아폴로 계획은 1972년 아폴로17호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물론 그 뒤로 미국의 무인 달 탐사선인 클레멘타인(1994년)과 루나 프로스펙터(1998년)가 다시 달을 방문하기도 했다.

최근 불고 있는 달 탐사 러시의 선봉에 나선 것은 유럽연합(EU)이다. 유럽우주기구(ESA)에서 약 1억 유로(약 1300억원)를 들여 만든 유럽 최초의 무인 달 탐사선인 ‘스마트 1호’는 획기적인 기술이 적용된 차세대 우주선으로, 9월4일 프랑스령인 기아나의 쿠루 기지에서 아리안 5호 로켓에 실려 발사될 예정이다. 21세기 달 탐사 역사의 첫 테이프를 끊는 것이다.

EU, 달 탐사선에 1300억원 들여

다시 부는 달 탐사 열풍

지난 5월 말 중국에서 발사된 ‘장정’ 로켓의 모습.

그러나 이런 달 탐사에 있어 유럽연합보다 한 발 앞선 나라가 일본이다. 이미 1990년에 12kg짜리 초소형 위성 ‘하고로모’를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세 번째로 달 궤도에 진입시켰기 때문이다. 일본은 내년 8월에 ‘루나-A’, 2005년에 ‘셀레네 1호’를 발사할 계획이다. 루나-A는 달 표면을 파고드는 굴착형 탐사선이고, 셀레네 1호는 달 주위 궤도를 돌 수도 있고 표면에 착륙할 수도 있는 탐사선이다. 또한 일본은 2020년까지 유인 달 탐사선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주개발 분야에서 서구에 뒤졌던 아시아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우주개발 국가가 바로 중국이다. 미국과 옛 소련에 이어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유인 우주선을 발사할 것이라는 야심찬 계획을 내놓고 있다. 10월로 예정된 첫 유인 우주선 ‘선저우 5호’ 발사를 앞두고 한창 바빠진 중국 과학계는 2020년 유인 탐사선을 달에 보내겠다고 호언하고 있다.

또 하나의 신흥 우주개발 국가는 인도다. 그동안 몇몇 강국의 고유영역으로 여겼던 달 탐사에 개발도상국인 인도가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인도는 8월15일 2008년까지 무인 탐사선을 달에 보내겠다고 발표했다. ‘찬드라야 프라삼’(첫번째 달 여행)이라 불리는 인도의 달 탐사 계획은 순수 자국 기술로 진행되며 전체 예산이 8000만 달러로 책정돼 있다. 구체적으로 신형 우주발사체(PSLV)를 이용해 525kg의 무인 탐사선을 달 표면에서부터 100km 상공의 극궤도에 올려놓겠다고 한다. 이 위성에는 X선 분광계, 감마선 분광계, 고해상도 카메라 등 첨단장비가 장착된다.

그렇다면 왜 세계 여러 나라가 서로 경쟁하듯 달에 가려고 하는 것일까. 1960년대 달 탐사 경쟁은 미국과 옛 소련의 국가적 자존심에서 촉발됐다. 유럽 일본 중국 인도 등이 가세한 최근의 달 탐사 경쟁 역시 국가적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아직 빈곤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 인도가 수천만 달러가 드는 우주개발에 뛰어든 이유도 “달 탐사는 젊은 세대를 고무시키는 동시에 인도의 국가신인도를 크게 높일 것”이라는 메논 전 인도 과학장관의 말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다.

또한 달은 지구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기 때문에 우주개발기술을 검증할 수 있는 대상으로 적합하다. 예를 들면 유럽의 스마트 1호는 태양열 발전을 동력으로 하는 이온엔진을 시험한다. 이온엔진은 이온화된 물질을 전기장에서 가속시켜 그 반발력으로 추진력을 얻는 시스템으로 보통 화학 추진 엔진보다 10배나 더 속도를 낼 수 있게 해준다. 이번 실험에 성공하면 장거리 우주여행을 할 때 필요한 연료 문제를 해결하고 여행 시간도 단축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온엔진은 기존 엔진보다 연료가 적게 들고 장기간 추진할 경우 로켓에 가속도를 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부는 달 탐사 열풍

미래에 달에 건설될 식민지의 상상도. 스마트 1호에 장착된 이온엔진을 시험하는 모습. 일본이 달 표면에서 사용하려고 개발중인 월면차의 모형(왼쪽부터).

한편으로 과학적인 측면에서도 달을 탐사하려는 목적을 찾을 수 있다. 언뜻 생각하면 지금까지 달 탐사가 여러 차례 이루어졌기 때문에 달에 대한 웬만한 사실이 다 밝혀졌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심지어 달의 토양과 암석을 지구로 가져와 분석까지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여태껏 밝혀진 사실보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것이 더 많다. 달에 대한 대표적인 미스터리가 바로 기원의 문제다.

달은 어떻게 태어난 것일까. 1970년대 이전까지 달의 탄생에 관한 시나리오에는 세 가지가 있었다. 태양계에서 행성이 형성되던 초기에 지구에서 떨어져 나온 일부가 달이 됐다는 분리설, 주변에서 떠돌던 작은 천체가 지구 중력에 잡혀서 달이 됐다는 포획설, 지구가 탄생하던 ‘반죽’에서 달이 함께 태어났다는 동시탄생설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들 시나리오에는 각각 문제점이 있고, 특히 월석(月石)의 성분을 설명하지 못하는 약점도 있었다.

얼음 존재 여부 밝혀질까 ‘관심’

그래서 1980년대 중반부터는 달 탄생의 시나리오로 대충돌설이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대충돌설은 45억 년 전 지구가 형성될 때 화성 정도 크기의 천체가 지구와 충돌하면서 주변에 뿌려진 수많은 부스러기가 뭉쳐져 달이 탄생했다는 주장이다. 만일 이 가설이 사실이라면, 달은 지구보다 마그네슘이나 알루미늄 같은 가벼운 원소에 비해 무거운 철을 좀더 적게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 이들 원소를 측정하는 것이 최근 달 탐사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유럽의 스마트 1호에는 달의 화학조성을 전체적으로 탐사할 수 있는 장비가 실려 있다. 스마트 1호는 달에 직접 착륙하지 않고 나선형 궤도를 돌면서 달 탄생의 비밀을 파헤칠 단서를 찾게 된다. 특히 X선 분광계로 달의 전체 지도를 만들면서 달을 구성하는 물질을 분석할 예정이다.

또한 달에 얼음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문제도 아직 풀리지 않았다. 1994년 미국의 클레멘타인이 달 남극 근처에 있는 영구 동토지역에서 얼음의 존재 가능성을 포착했지만, 1999년 미국의 루나 프로스펙터가 달 남극의 얼음이 있을 만한 지역에 충돌했을 때는 물에 대한 아무런 증거를 찾지 못했다. 그래서 유럽의 스마트 1호도 달 남극에서 얼음을 찾아볼 계획이다.

달의 정확한 조성을 밝히고 달에 얼음이 존재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일은 미래에 인류가 달에 식민지를 건설할 때 필요한 광물과 물을 지구에서 가져갈 필요 없이 달에 있는 것을 사용할 수 있을지를 판단하기 위해 꼭 필요한 작업이다.

실제로 8월19일 영국의 BBC방송은 유럽의 저명한 우주과학자 베르나드 포잉 박사의 말을 빌려 “앞으로 20년 내에 달에 식민지를 건설해 그곳에서 인간이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달 식민지는 다른 우주로 가기 위한 전진기지 역할을 할 수 있다. 지구보다 중력이 작은 달에서 우주선을 발사하는 것이 연료가 적게 드는 등 유리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물론 달에 기지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국제적 협력이 필수적이다. 유럽은 최근 달 탐사 계획을 밝힌 중국 인도 등을 협력이 가능한 국가로 지목했다.

하지만 달에 기지를 건설하고 달 탐사선을 개발하는 데는 상당한 위험도 따른다. 우주개발에는 항상 희생이 동반되기 때문이다. 2월 미국의 컬럼비아호 폭발사고와 8월22일 브라질에서 있었던 로켓 폭발사고가 이를 잘 증명해준다.

그래도 달을 향한 인류의 사모곡은 계속될 것이다. 계수나무 아래에서 토끼가 떡방아를 찧고 있지는 않지만, 먼 미래에 달은 인류의 새로운 보금자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간동아 401호 (p158~160)

이충환/ 동아사이언스 기자 cosm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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