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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北, 체제보장 없인 핵 양보 안 할 것”

박재규 전 통일부 장관 “6자회담 후의 北 부정적 태도는 향후 회담 염두에 둔 전술”

  • 김영식/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spear@donga.com

“北, 체제보장 없인 핵 양보 안 할 것”

“北, 체제보장 없인 핵 양보 안 할 것”
북한 핵문제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문제를 다루기 위해 남북한과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가 만난 6자회담이 8월27일부터 29일까지 중국 베이징에서 진행됐다. 한반도의 운명과 직결된 6자회담은 당초 예상했던 대로 순탄치 않은 미래를 예고하고 있다. 6개국이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2차 회담을 개최키로 합의했다는 우리 정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통해 “핵 억제력을 계속 강화해 나가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도대체 회담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참가국들이 협의 사안을 놓고 합의를 하기는 한 것인지에 대한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핵개발을 위협하는 북한과의 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다른 한편에서는 남북간 경제협력 문제가 합의되고, 대구유니버시아드에서는 북한의 여성 응원단들이 관심을 끄는 모순된 상황이 벌어져 한반도의 현주소가 도대체 어디인지 되묻게 만든다.

남북관계가 정점에 달했던 2000년 남북정상회담과 남북장관급 회담을 잇따라 이끌며 남북관계의 새로운 장을 열었던 박재규 전 통일부 장관(경남대 총장)을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에서 만나 어지러운 현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할지 물어보았다.

-6자회담에 대한 기대와 아쉬움이 교차합니다.

“지난해 10월 북한 핵문제가 대두된 이후 북한과 미국은 극단적인 입장을 견지해왔습니다.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남북관계마저 불확실해지게 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열린 6자회담은 일단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서로 모호한 입장을 보인 참가국들이 공식회담을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분명히 드러낸 것도 성과로 보입니다. 그러나 공동합의문은 물론 차기 회담 일정도 확정하지 못한 것은 이번 회담에 상당한 진통이 있었으며 앞으로도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을 것임을 시사합니다.”



-중국이 ‘주최국 요약 발표문’ 형태로 발표한 6개항의 내용에도 불구하고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핵 억제력을 강화하고 회담의 유용성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북한이 비록 회담이 끝난 뒤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이는 향후 회담을 염두에 둔 전술적 차원의 준비작업으로 평가됩니다. 북한은 유용성의 의문을 제기하기는 했지만, 6자회담을 하지 않겠다고 명시적으로 밝힌 적도 없습니다. 따라서 회담은 계속 진행될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이왕 북핵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된 이상, 북한은 과거처럼 선전전이나 심리전 차원에서 접근하는 태도를 버려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북한이 2차 회담을 통해 핵문제에 대한 태도를 바꿀 수 있을까요.

“북한은 핵문제를 김정일 국방위원장 체제의 운명과 같이 여기기 때문에 체제에 대한 보장 없이는 쉽게 양보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번 회담에서 미국이 대북 적대시정책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핵 억제력을 보유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 나온 것입니다. 그러나 김위원장도 심각한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남북관계 개선, 북-일 경제협력, 미국의 체제보장과 국제사회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태도 변화를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北, 체제보장 없인 핵 양보 안 할 것”
-앞으로의 6자회담을 어떻게 전망합니까.

“궁극적으로는 미국의 핵폐기 요구와 북한의 체제보장 입장을 중심으로 관련국들이 만족할 수 있는 해결방안을 도출하는 문제가 핵심 쟁점이 될 것입니다. 물론 1차 회담은 첫 모임인 만큼 각국의 입장을 분명히 하는 과정이었고, 이제 핵문제 해결을 위한 여러 방안이 제시되고 그에 따른 협상 노력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만 지난해 10월 2차 북핵 위기가 불거진 이후 실제로 6자회담이 개최되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걸린 점을 감안할 때 해결 과정에도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6자회담의 장기적인 목표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어떤 전략을 마련해야 합니까.

“현재와 같이 핵문제를 둘러싸고 북-미, 남북의 의견대립이 있는 상황에서 논의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입니다. 평화체제 구축 문제는 6자회담을 통해 핵문제 해결의 가닥이 잡히고, 그를 통해 관련국 간의 신뢰 수준이 제고되면 자연스레 부각될 것입니다.”

-관심을 남북문제로 돌리겠습니다. 유니버시아드대회가 시작될 때 북한은 보수단체들의 8·15 행사를 문제삼아 선수단과 응원단의 불참을 시사하기도 했는데요. 노무현 대통령의 유감 표명으로 번복하기는 했지만 과연 어떤 생각으로 이 같은 태도를 보였을까요.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상화와 인공기를 소각한 데 대해 그들의 체제와 자존심을 훼손시킨 것으로 인식해 강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 대회 불참까지 시사한 것은 향후 보수단체들의 북한 체제를 자극하는 행동을 차단하고, 우리 사회 내부에 대북지원 및 경협에 반대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것을 억제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유감 표명 등 남측의 대응 과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노대통령이 직접 나서 유감을 표명해 남북간에 화해 협력의 흐름을 원만하게 이어갈 수 있게 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북측의 사죄 요구에 대해 통일부 장관이 ‘북측이 거론한 문제에 유의한다’는 내용의 대북 전화통지문을 보낸 데 이어 대통령이 유감을 표명한 것은 다소 매끄럽지 못한 측면이 있습니다.”

-통일부 장관 재직시 남북정상회담 등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는데, 비록 통일부가 직접 관여하지는 않았지만 당시 주요한 역할을 했던 멤버들이 5억 달러 불법 대북송금 혐의 등으로 형을 선고받았는데요.

“북핵 문제나 대북송금 문제는 모두 남북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북송금 문제 부분은 재판에 계류중인 만큼 더 이상 언급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관련자들이 한때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함께 고민했던 분들이라는 점에서 저의 마음 한구석에는 아픔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투명한 절차와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우리 국민과 정치인 모두 공감하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간에 과거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점은 분명합니다. 크게 볼 때 분단 이후 반세기가 넘도록 반목과 대결로 점철된 남북관계에 종지부를 찍고 남북간에 서로 화해하고 협력하는 관계로 발전한 결정적인 계기는 바로 남북정상회담입니다.”

-남북경협 개선에 역할을 했던 고 정몽헌 회장이 세상을 떠나고, 현대아산도 어려움에 처했는데요.

“몽골에서 열린 동북아대학 총장회의에 참석하던 중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너무도 슬펐고 충격적이었습니다. 한때 정부의 대북정책을 담당했던 본인에게도 많은 책임이 있음을 통감합니다. 그의 공과에 대해서는 훗날 역사가들이 평가하겠지만 그가 부친과 함께 한반도 역사의 새 장을 여는 초석을 마련했다는 데는 이론이 없을 것입니다. 그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어떤 조언을 해주시겠습니까.

“세 가지 정도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첫째, 남북한 관계가 계속 유지되며 점진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 여론을 통합하고, 국내적 합의구조에 기반해 대북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둘째, 안보 우선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북한의 핵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미공조 체제를 강조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셋째로는 민족 경제공동체를 위한 협력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일관된 정책과 정책 이행의 혼선을 피하기 위해 대북채널을 하나로 통일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가벼운 얘기를 해볼까요. 북한대학원 신축공사가 한창인데, 완공시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한다는 얘기가 있던데요.

“내년 5월에 신축공사 중인 통일관이 문을 열게 됩니다. 개관은 6월 중순에 할 예정인데 6·15 공동선언 발표 시점에 맞춰 남북정상회담 4주년을 기념하는 남북공동학술회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제 파트너였던 전금진 북한 내각 책임참사를 비롯해 북측 관계자들을 초청하겠다는 뜻을 북측에 이미 전달했으며, 남북 및 해외의 저명인사들을 초빙해 한반도 평화와 민족문제 해결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하려고 합니다.”



주간동아 401호 (p48~50)

김영식/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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