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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칼럼

아바타 세대와 非아바타 세대

  • 위정현 / 중앙대 교수·경영학

아바타 세대와 非아바타 세대

아바타 세대와 非아바타 세대
‘혈관 연령’이라는 말이 있다. 인간은 혈관과 함께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다. 저명한 내과의사인 윌리엄 오슬러는 “인간은 자신의 혈관 나이만큼 늙어간다”라고 말했다.

이 혈관 연령은 개개인의 물리·생리적 나이와는 다른 육체적 노화 상태를 측정하는 지수다. 예를 들어 나이는 20대라도 육식이나 패스트푸드를 즐기고,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40대의 혈관을 가질 수도 있다.

이런 혈관 연령을 측정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우선 손뼉을 두 번 치고 3초 이내에 엄지손가락 아래 불룩한 부분의 혈색 변화를 지켜본다. 만약 붉어지지 않는다면 횟수를 5회, 10회 늘려 되풀이한다. 박수의 횟수가 적어도 붉어진다면 동맥경화가 적으며 혈액도 깨끗하고 순조롭게 흐르고 있으나 손뼉을 여러 번 쳐도 붉어지지 않고 새파란 채로 있다면 혈액이나 혈관의 노화가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10년 후에는 ‘진보와 보수’ 대립의 새 경계선

인간의 정신이나 사고에도 마찬가지로 나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인간은 나이를 먹으면서 동시에 보수화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나이와 사고의 보수화가 모든 사람에게서 동일한 정도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런 괴리를 측정하기 위해 필자는 종종 ‘아바타 지수’라는 것을 사용한다. 아바타에 관한 여러 질문을 던져 그 사람의 의식을 측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바타를 항상 사용하는가’라는 질문을 해보면 그 경계선이 대략 30대 초반이 된다. 30대 초반까지는 일상적으로 익숙하게 아바타를 사용하지만 30대 중반부터는 그다지 사용하지 않는다.



또 ‘아바타를 유료로 구입하는 데 대한 의식’을 조사해보면 20대 초반과 10대 후반, 10대 초·중반이 큰 차이를 보인다. 20대 초반은 아바타를 사용하지만 유료로 구매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이들의 의식 속에는 아직 유형의 재화와 무형의 재화가 다르다는 잠재의식이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10대 초반은 현실세계에서의 자신과 가상공간에서의 아바타를 동일시한다. 그래서 현실세계의 자신이 햄버거를 먹는 것과 가상공간에서의 아바타가 햄버거를 먹고 에너지를 보충하는 것을 동일하게 여긴다. 이런 10대 초반을 필자는 ‘A세대(아바타 세대)’라고 부른다. 이런 아바타에 대한 의식을 조사해보면 자신이 A세대와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를 알 수 있다.

한국 사회는 아직도 정치적인 진보와 보수의 대립이 존재한다. 국가보안법이나 통일 문제, 최근에는 대법관 임명 제청을 둘러싸고 진보와 보수 진영의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대립이 오래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진보진영은 자신들이 지향하고자 하는 목표를 잃은 지 오래며 보수진영의 완고한 ‘꼴보수’는 고령화하고 있다. 선거에서 다수를 획득해야 하는 진보와 보수는 시간이 갈수록 닮은꼴이 되어갈 수밖에 없다.

이런 정치적인 보수와 진보 대신에 한국 사회에는 기술 발전에 대한 태도를 둘러싼 진보와 보수라는 새로운 대립축이 등장하고 있다.

앞에서 설명한 A세대와 비(非)A세대는 온라인게임, 아이템 거래, 채팅 등 인터넷 콘텐츠 비즈니스를 둘러싸고 곳곳에서 대립과 충돌을 빚고 있다. 비A세대는 (온라인) 게임중독을 들어 게임 규제를 부르짖고, 청소년 범죄를 조장하는 각종 아이템의 거래를 중지할 것을 외치며, 채팅에 의한 부도덕한 남녀관계의 증가를 우려한다. 그러나 A세대는 온라인게임을 매개로 한 자유로운 인간관계의 확대를 주장하며, 아이템과 같은 무형자산의 생성과 거래에 대해 지극히 당연시하는 태도를 취한다.

이런 A세대가 옳은가 그른가 하는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문제의 핵심은 A세대의 등장이 하나의 현실적 흐름이라는 것이다. 향후 10년이 지나면 A세대 출신의 기자나 법률가, 교수가 등장하게 될 것이다. 즉 A세대가 한국 사회의 중심에 진입하게 되는 것이다. 현재 시민권을 획득하지 못하고 있는 A세대가 한국 사회의 중심에 들어오게 되면 본격적으로 새로운 ‘진보와 보수’의 대립은 시작될 것이다.

‘당신의 아바타 지수는 얼마인가.’



주간동아 2003.09.04 400호 (p100~100)

위정현 / 중앙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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