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96

2003.08.07

경륜 운영 사장 인선 헛바퀴 도는 까닭은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입력2003-07-30 14: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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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륜 운영 사장 인선 헛바퀴 도는 까닭은

    알짜배기 사업인 경륜사업본부 사장 인사권을 놓고 체육공단과 문광부 측이 갈등양상을 보이고 있다.

    3개월째 공석인 경륜운영본부 사장 인선이 난항을 겪고 있다. 선임이 지연되는 표면적인 이유는 올해 초부터 감사원과 검찰에 의해 진행된 경정과 경륜사업에 대한 비리의혹 때문. 국민체육진흥공단(이하 체육공단)과 문화관광부(이하 문광부)와의 본격적인 갈등은 7월 중순 문광부 출신 박모 국장이 경륜운영본부 사장으로 내정되었다는 소문이 체육계에 퍼지면서 불거졌다.

    체육공단의 이성래 노조위원장은 7월21일 성명을 통해 “경륜운영본부 임원의 절반이 문광부 출신인데 또다시 낙하산 인사가 사장 자리를 차지한다면 이는 공단과 노조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즉각 사장공모제 실시를 요구했다.

    원칙대로라면 경륜운영본부 사장은 체육공단 이사장의 복수추천을 받아 문광부 장관이 임명한다. 현 이종인 이사장에게 특정인물에 대한 추천권을 행사하라는 압력이 들어왔다는 것은 이사장의 인사권이 배제됐음을 의미한다.

    이이사장은 미국에서 한국인권문제연구소 이사 등을 역임하다 귀국, 1998년부터 체육공단 상임감사직을 거쳐 2002년 초 이사장직에 오른 이른바 동교동계 인사. 그러나 매점 운영권 및 경정과 경륜 사업본부의 자금운영 비리의혹이 불거지면서 이이사장은 감사원의 내사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뚜렷한 비위 사실은 확인되지 못했지만 문광부는 현 체제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고 후임 인선에 직접 인사권을 행사하기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의 반발은 문광부가 낙하산 인사를 통해 수익이 좋은 경륜을 별도 법인으로 독립시키려 하지 않겠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결국 문광부 퇴직 관료들의 ‘물 좋은’ 보직처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 이에 대해 문광부 “체육전문가 출신 인사이기 때문에 낙하산 인사가 아니며, 또한 별도 법인으로의 독립도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이사장은 이번 인사권 갈등에 대해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는 게 주변인사들의 전언이다. 이이사장은 지난해 대선 기간중 돼지저금통을 직접 주변에 돌릴 정도로 체육계에서 큰 역할을 했던 것으로 평가받았다. 그럼에도 비위인사로 낙인 찍혀 법적인 인사권조차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 데 대한 서운함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것. 이런 상황에서 사장공모제를 들고 온 공단측에 문광부가 어떻게 대응할지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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