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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사라진 여름 파리만 날리네

佛 문화예술인 파업 문화행사 줄취소 … 지역상인·관광업계 종사자 “망했다 망했어”

  • 파리=지동혁 통신원 jidh@hotmail.com

축제 사라진 여름 파리만 날리네

‘한 달간의 여름휴가를 위해 1년 동안 일한다’는 사람들의 나라 프랑스에서는 여름이면 다양한 축제와 문화행사들이 집중적으로 열린다. 해마다 바캉스 시즌에 전국 각지에서 풍성한 문화 예술 행사가 펼쳐지며, 이 행사를 찾는 국내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매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나라라는 명성에 걸맞게 이들 축제 역시 대부분 국제적인 수준을 자랑한다.

그러나 올해는 이 행사들 중 상당수가 무산될 위기에 빠졌다. ‘엥떼르미땅’이라 불리는 문화 예술 분야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정부의 근로협약 개정에 반대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엥떼르미땅 제도는 ‘문화 대국’ 프랑스의 문화 예술 경쟁력의 근간을 이루는 문화 예술인에 대한 정부의 지원정책으로, 소득이 불규칙한 문화 예술계 종사자들에게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해주기 위해 1969년에 만들어졌다. 이에 따르면 일반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연간 606시간을 노동하면 매달 실업수당을 받을 수 있는 데 비해, 공연 예술 부문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507시간을 노동하면 동일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 또한 일반직 실업수당이 하루 평균 45유로(약 5만9000원)인 반면, 문화 예술 분야 실업수당은 하루 평균 122.55유로(약 16만원)에 달한다.

전통의 ‘아비뇽 연극제’도 포기

이러한 문화 예술인 우대정책은 유럽 내 다른 국가들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어 프랑스 문화 예술 분야 종사자들이 인근 국가의 동종업계 종사자들로부터 부러움을 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정작 재정을 집행하는 프랑스 정부는 매년 늘어나는 적자로 골머리를 앓아왔다. 2002년 한 해 동안 10만명을 넘는 수혜자로 인해 8억3000만 유로(약 1조800억원)의 재정 적자를 감수해야 했던 정부가 마침내 이 문제에 손을 대기로 결정했다. 근로시간 충족요건은 강화하고 실업수당 혜택 일수는 줄이는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그러자 노조가 즉각 이에 반발하고 나섰다. 노조가 연극, 영화, 방송 등 공연 예술인과 지원업무 종사자들을 주축으로 6월부터 예정돼 있던 문화행사들을 잇따라 무산시켜버리는 실력행사에 나선 것이다. 노조의 집단행동 여파로 몽펠리에 무용축제, 마르세유 현대무용축제 등 무용축제를 비롯해 엑상프로방스의 오페라축제, 렌느의 야간축제 등이 줄줄이 취소됐다. 급기야는 7월8일부터 28일까지 열릴 예정이던 세계적 명성의 아비뇽 연극제마저 취소되기에 이르렀다. 장 자크 아야공 문화부 장관은 아비뇽 연극제 개막을 하루 앞둔 7일 문화 예술계 비정규직 근로협약 개정안 시행을 내년으로 연기하겠다고 밝히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섰으나 축제를 열리게 하지는 못했다. 연극제 조직위원회측은 개막일날 축제의 개막을 연기한다고 밝히며 추이를 지켜보다 결국 이틀 만에 전면 취소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이로써 1947년 이래 단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열리며 명성을 쌓아온 아비뇽 연극제는 사상 초유의 취소 사태를 맞았다. 이 행사 한 건을 취소함으로써 발생한 순 손실액만 250만 유로(약 33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며, 이번 파업으로 인한 전체 손실액은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파업이 원인인 경우 어떠한 보험도 그 피해액을 보상해주지 않기 때문에 문제는 더욱 심각한 상태다.



‘취소의 축제’가 되어버린 일련의 상황에 대한 당사자들의 의견도 분분하다. 판소리와 접목시킨 ‘에클립스’라는 작품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징가로 극단은 이번에 아비뇽에서 창작극 ‘룽타’를 3주간 무대에 올릴 계획이었다. 이 극단의 바르타바스 단장은 파업으로 축제가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엥떼르미땅 제도가 극단 운영에 반드시 필요한 조건임을 인정하면서도, 관객과 쌓아온 신뢰를 내세우며 파업 주도 세력을 비판했다.

“관객이 없다면 징가로는 존재할 수조차 없습니다. 우리에게 관객은 신성한 존재며 우리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 관객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20년을 투자해왔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관객을 볼모로 삼아 자신들의 주장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들은 이번 축제가 자신들의 입장을 대중과 공유할 수 있는 훌륭한 기회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반면 파업을 지지하는 노동자들은 이 방법만이 자신들의 생존권 보장과 프랑스의 공연예술 존속을 위해 취할 수 있는 유일한 방어책이라며 그동안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들은 연금 축소 방안에 이어 현재 추진되고 있는 이 법안이 관철될 경우 다른 모든 분야의 사회복지 정책도 비슷한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며 강경대응을 촉구하는 한편, 오랜 기간 공들여 준비해온 공연을 포기하면서까지 파업을 해야만 하는 자신들의 입장을 여론에 호소하고 있다. 한편 시위 행렬에는 문화 예술 분야 관련 당사자들뿐 아니라 ‘관객도 파업중’이라는 배지를 달고 동참하는 일반 시민들의 모습도 눈에 많이 띈다.

파업밖에 볼거리 없는 도시

결국 마땅히 호소할 곳도 없이 손해를 보고 있는 쪽은 ‘대목’을 놓친 지역 상인들과 관광업계 종사자들이다. 각지에서 몰려든 관객들을 맞을 준비로 들떠 있던 이들은 마치 태풍을 만난 어부처럼 망연자실해 일손을 놓은 채 울상을 짓고 있다. 여기에 수개월 전부터 공연을 보기 위해 입장권을 예약하고 여행일정을 잡아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은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표를 환불받고는 서둘러 발길을 돌리고 있다. 축제를 개최하는 프랑스 도시들은 졸지에 ‘파업밖에 볼거리가 없는’ 쓸쓸한 여름을 맞게 된 것이다.

올봄부터 이어진 교육계와 운송계의 잇따른 파업에 프랑스 정부는 강경대응 입장을 굽히지 않으며 다소 느긋한 태도를 취해왔다. 무엇보다도 재정 적자를 최소화하려는 우파 정부의 강한 의지가 이를 뒷받침했으나, 한편으로는 국민 대부분이 바캉스를 떠나는 휴가철이 되면 파업 움직임도 잦아들 것이라는 기대심리도 작용했다. 또한 매년 이러한 관례가 자주 되풀이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올여름 휴가철에 들어서도 이러한 파업이 계속되자 정부는 당황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계속되는 파업에도 프랑스 국민들은 ‘바캉스 때 떠나서 즐기면 된다’는 생각으로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파업에 대한 연대의식을 발휘해왔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문화 예술인들의 파업으로 여가를 즐기는 것마저 여의치 않게 되자 더 이상 인내심을 발휘하기가 어려워진 듯하다. 언론에서는 줄줄이 이어지는 축제들의 취소 소식을 ‘우울한’ 어조로 전하고 있으며, 이것이 가져올 경제적 손실에 초점을 맞추어 보도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든, 국민이든 파업 열기 때문에 올여름을 더욱 무덥게 보낼 전망이다.



주간동아 394호 (p70~71)

파리=지동혁 통신원 jidh@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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