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92

2003.07.10

‘꼬리 문 파업’ … 勞-政 정면충돌

노동계 “철도 노조 강경대응 규탄 전면전” … 정부 “명백한 불법, 더 이상 양보 못한다”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03-07-03 14: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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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하투(夏鬪·노동계의 여름철 시기 집중 파업)가 마침내 격랑을 일으키고 있다.

    6월30일 노동계는 “정부 노동정책이 군사정권 시절의 반(反)노동정책으로 회귀했다”며 대(對)정부 전면전을 선포했다. 반면 정부는 철도파업이 명분 없는 불법파업인 만큼 더 이상 ‘대화와 타협’은 없다는 강경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민영화 철회와 고용승계 보장 등 철도 노조의 요구를 대부분 받아들였다”면서 “정부로서도 양보할 카드가 없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연대파업으로 철도 노조에 ‘힘’을 실어주고 나섰다. 6월28일부터 단병호 위원장 등 지도부 7명이 무기한 밤샘농성중인 민주노총은 6월30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에서 노조원 3000명이 참가한 가운데 ‘철도파업 무력진압 및 노무현 정권 규탄대회’를 개최했다. 한국노총도 이날 ‘1일 총파업’을 결의하고 오후 2시 서울 종묘에서 ‘총파업 진군대회’를 열고 정부에 격앙된 감정을 표출했다.

    “약속 지켜라” 화물연대도 2차 파업 경고

    노·정 대립이 이처럼 극한 상황까지 치닫고 있는 것은 정부가 철도파업을 ‘명백한 불법’이라고 규정하고 전례 없이 ‘강경 드라이브’로 몰아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나서 공권력 투입이 “적절한 조치”였다며 타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기까지 했다. 반면 철도 노조는 “정부가 철도 노조와의 협의하에 철도 구조개혁을 진행한다는 지난 4·20 합의를 깼기 때문에 파업은 정당하다”면서 휴대전화를 이용한 게릴라전 형태의 ‘산개투쟁’에 나섰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정부가 철도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파업은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동안 정부와 노동계는 현대자동차 노조(이하 현대차 노조) 파업, 철도 노조 파업을 올 하투의 최대 분수령으로 지목해왔다. 현대차 노조는 산별노조 전환 찬반투표에서 조합원들이 노조 집행부를 전폭적으로 지지하지 않음으로써 ‘투쟁 동력’이 크게 약화된 상태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6월30일 “현재로선 7월2일 전면파업에 나설 계획이 없다”며 “회사측과 임단협 협상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노동계는 현대차와 대우조선 등 대기업 노조의 산별노조 전환과 함께 현대차 노조, 철도 노조의 파업 등으로 시기 집중 투쟁에 나서 대정부 교섭력을 강화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현대차 노조가 엇박자로 나오면서 올 하투의 위력이 당초 예상과 달리 ‘메가톤급’에 이르지 못할 것이라는 게 철도 노조 파업 이전의 일반적인 관측이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정부가 철도파업 초기에 강경대응에 나섬으로써 노동계가 격앙된 감정을 표출하며 다시 결집력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철도파업에 이어 올 하투를 뒤흔들 또 다른 ‘태풍의 눈’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5월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는 구호를 내걸고 파업에 나섰던 화물연대의 재파업이 바로 그것이다. 화물연대는 “정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면서 합의사항 실천을 요구하며 7월6일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철도파업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화물연대가 파업에 돌입하면 ‘1차 화물대란’의 파괴력을 능가하는 ‘2차 화물대란’이 우려된다.

    정부는 당초 공권력 투입 이후 철도 노조의 파업이 조기 해결될 것으로 낙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해산된 노조원들의 산개투쟁이 위력을 발휘, 파업 장기화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정부도 적잖게 당황하고 있다는 후문. 민주노총은 현재 철도파업 무력진압과 관련 △최종찬 건설교통부 장관 사퇴 △철도 노조와 대화 즉각 재개 △4·20 합의 파기한 철도 구조개혁 법안 강행 중단 등을 요구했다.

    대화 재개 외에 정부가 들어줄 수 있는 ‘카드’는 사실상 없다. 노무현 대통령은 6월30일 “불법을 용납하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대응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철도노조의 낮은 업무 복귀율에 당황하고 있는 정부가 끝까지 ‘법과 원칙’을 고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철도 노조의 파업과 화물연대의 재파업을 정부가 어떻게 수습하느냐가 향후 노동운동의 방향을 좌우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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