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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로통신 외자유치 ‘LG 재뿌리기’

주총서 부결시킬 가능성… 미래 경쟁요소 제거·유선 시장 교두보 확보 노림수

  • 성기영 기자 sky3203@donga.com

하나로통신 외자유치 ‘LG 재뿌리기’

하나로통신 외자유치 ‘LG 재뿌리기’

LG는 정홍식 전 정보통신부 차관(오른쪽 사진)을 영입해 정부의 정책 지원을 기대하고 있고, 하나로통신 외자유치 파트너인 모리스 그린버그 AIG 회장은 ‘더 이상의 협상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하나로통신의 외자유치를 승인하기 위한 이사회가 최대주주인 LG측의 반대로 연기된 지 사흘 후인 6월27일. 하나로통신의 외자유치 파트너 중 한 명인 AIG의 모리스 그린버그 회장이 한국을 방문했다. 한미재계회의에 미국측 대표 자격으로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그린버그 회장은 이날 하나로통신 외자유치 협상과 관련해 중요한 발언을 했다. 바로 7월3일 열릴 하나로통신 이사회에서 외자유치 승인안이 결렬할 경우 ‘더 이상의 협상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대부분의 언론이 노사문제와 관련한 그린버그 회장의 발언에 초점을 맞추는 바람에 많은 관심을 끌지는 못했지만, 그의 이날 발언은 이날 이사회에서 외자유치 방안이 승인되지 않을 경우 하나로통신이 추진해오던 4억5000만 달러의 외자유치 노력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예고한 것이다.

이 말을 듣고 하나로통신 최대주주인 LG측은 당황했을까, 아니면 남몰래 미소를 띠었을까. 통신 시장 관계자들은 LG가 그린버그 회장의 말을 전해 듣고 회심의 미소를 지었을 것이라는 데에 동의하고 있다. 역설적이지만 최대주주로서 LG의 1차 목적은 하나로통신의 외자유치 협상이 ‘결렬하도록 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LG가 하나로통신 이사회의 외자유치 승인을 무산시키기 위해 들고 나온 명분은 ‘헐값 매각’과 ‘국부 유출’이라는 논리였다.

하나로 노조 “경영권 찬탈 음모” 비난

LG는 왜 기껏 공들여온 외자유치 협상이 결렬하기를 원하는 것일까. 사정은 이렇다. 하나로통신이 AIG와 뉴브리지가 참여하는 컨소시엄을 통한 외자유치에 성공해 자력으로 회생하면 KT, SK텔레콤, LG의 통신 3강 구도는 외국인회사로 탈바꿈한 하나로통신의 도전을 받게 된다. 반면 외자유치에 실패하면 기존의 불안정한 3강 구도는 더욱 단단해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 LG는 초고속인터넷 업계 2위인 하나로통신을 통신계열사인 데이콤 및 지난해 인수한 파워콤과 연계하는 전략을 통해 3강 구도를 정착시키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최소한의 고정비용 투자를 통해 유선 시장에 교두보를 확보하려는 LG 입장에서는 하나로통신을 통해 이러한 계획을 실현하는 것이 가장 ‘싸게 먹히는 길’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 따라서 당장 유동성이 풍부한 형편은 못 되지만 최소한 하나로통신이 외자유치를 통해 LG의 영향권에서 벗어나는 것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절박한 상황인 것이다.



반면 하나로통신 입장에서는 7월3일 이사회에서 외자유치 방안을 승인받지 못하면 LG의 이러한 속셈에 말려들고 말 가능성이 크다. 하나로통신 관계자들은 “더 이상 LG측에서 ‘헐값 매각’이라는 논리를 들고 나오지 못하도록 AIG측과 충분한 가격협상을 벌여 적정가격을 산출해내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하나로통신의 뜻대로 이사회에서 승인안이 가결된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하나로통신의 외자유치는 주주총회(이하 주총) 특별결의사항에 해당하기 때문에 정식 주총을 열어 LG 삼성 등을 포함한 각 주주들이 외자유치 승인 여부를 놓고 표 대결을 벌여야 하는 것. 시장 분석가들은 의결 총주식 수의 3분의 1이 투표에 참여하고 참여 주식 수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특별결의가 성립되는 만큼 외자유치안이 이사회를 통과하더라도 LG측이 주총 표 대결을 통해 이를 부결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LG측의 이러한 속셈을 꿰뚫고 있는 하나로통신이 가만히 앉아서 당할 리 없다. 당장 하나로통신 노동조합은 이사회에서 외자유치 승인이 연기되자마자 성명을 내고 LG측의 행위를 ‘변칙적 경영권 찬탈 음모’로 규정하고 나섰다.

하나로통신 노조는 LG측이 제시한 △삼성전자 지분 8.3% 인수 △하나로통신과 데이콤의 합병 △하나로통신 및 데이콤 자가망 매각 등을 통한 하나로통신 인수 방안은 사실상 실현 불가능하며 외자유치를 무산시키기 위한 술책에 지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하나로통신 노동조합 김명록 위원장은 “LG그룹은 LG카드 문제로 인해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고 데이콤 역시 파워콤 인수대금 8000억원 중 4000억원을 지급하지 못한 상태라 하나로통신에 유동성 지원을 할 만한 여력이 전혀 없다. 외자유치에 반대하는 LG측의 태도는 한마디로 하나로통신을 공중분해해서 헐값으로 인수하겠다는 뜻”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LG측에서는 부인하고 있지만 하나로통신 노조측은 최근 신윤식 전 하나로통신 사장에 대한 경찰 내사가 다시 시작된 것조차 LG측의 ‘작품’으로 보고 있다.

하나로통신의 반발과 회사 내 취약한 유동성에도 LG측이 이런 시나리오를 추진하는 것은 물론 믿는 구석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LG는 최근 정홍식 전 정보통신부(이하 정통부) 차관을 통신 부문 총괄사장으로 영입했다. 후발사업자 구조조정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끌어내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이다. LG가 내세우는 논리는 통신 3강정책 유지와 후발사업자 구조조정이다. LG는 통신 3강정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KT, SK텔레콤과 함께 자신들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통신 시장 위기감 따른 고육책” 시각도

또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태에 있는 두루넷 온세통신 등 후발사업자들의 구조조정에 총대를 멜 의향이 있다는 점도 은근히 강조하고 있다. 동양증권 이영주 연구원은 “LG가 일단 하나로통신 외자유치에 제동을 걸어놓은 뒤 법정관리중인 두루넷 인수를 추진할 것”이라고 점쳤다. 두루넷은 조만간 주요 통신사업자에게 입찰 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한다는 계획이다. 진대제 정통부 장관 역시 전임 장관이 추진해온 3강 정책을 유지하고 후발사업자에 유리한 비대칭 규제를 계속 유지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어 LG측의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다.

LG가 우려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하나로통신이 외자유치에 성공하고 이를 통해 두루넷마저 인수해버리는 것이다. 이 경우 LG 입장에서는 공들여 파워콤을 인수한 의미조차 없어지게 된다. LG로서는 도박이라도 하는 심정으로 마지막 승부수를 띄워야 할 판이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LG측은 2000억원의 하나로통신 전환사채(CB)를 발행해 이중 800억원을 계열 자회사인 데이콤이 인수하도록 하고 나머지 1200억원을 산업은행이 인수하도록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사실상 정부에 손을 벌리겠다는 것이다. 정통부 차관 출신의 정홍식 사장이 떠맡아야 할 몫이 바로 이것이다. 동양증권 이영주 연구원은 “하반기 데이콤의 증자 가능성과 얼마 전 산업은행이 하나로통신의 사모사채의 만기를 연장해준 것을 보면 산업은행이 새로 전환사채를 인수해주는 것이 크게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최근 LG의 움직임을 통신 시장의 양강 구도에서 밀려나는 데 따른 위기감의 발로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권영주 연구원의 설명이다.

“새로운 통신 시장의 화두는 데이터이고 데이터 시장에서 기반이 되는 것은 유선망이다. 따라서 LG로서는 이 기회에 유선 분야에 교두보를 마련하지 않고서는 통신 시장에서 완전히 도태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꼈을 것이다. 실현 가능성은 둘째 문제다.”

그렇다면 ‘무리수’라는 평가까지 받으면서 유선 시장 교두보 확보에 나선 LG의 3강 구도 확보 전략은 과연 성공할 것인가. 문제는 그렇게 간단치 않다. 권영주 연구원은 “LG측의 자신감에 근거가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10년 후쯤이라면 모를까, LG가 하나로통신을 통해 유선 쪽에 교두보를 확보하더라도 지금으로서는 별로 시너지 효과를 낼 것 같지 않다”고 평가했다. LG로서는 갈 길이 여간 먼 것이 아닌 셈이다.



주간동아 392호 (p34~36)

성기영 기자 sky32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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