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91

2003.07.03

“본전에 망하는 노름 그러나 삶의 윤활유”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입력2003-06-26 1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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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전에 망하는 노름 그러나 삶의 윤활유”
    아직까지 우리는 ‘노름’에 대해 긍정적으로 고찰한 적이 없더군요. 그래서 제가 나섰습니다.”

    강원 춘천에 자리한 ‘한국전래오락연구소’의 김길소 소장(59)은 7월 초 자신의 두 번째 민속문화 연구서 ‘그는 왜! 게임에서 늘 이길까?’를 출간한다. 부제는 ‘노름을 나무라지 않는 첫번째 책’이다. 수십년간 언론인 생활을 한 데다 전문가 못지않은 민속문화재 수집 전력을 고려하면 약간 색다른 도전이다.

    “떡 무늬를 찍어내는 전통떡살을 1000여개나 수집할 정도로 우리 선조의 숨결이 밴 생활문화를 좋아했습니다. 그러다가 그 연장선에서 자연스레 놀이문화에 관심이 쏠렸죠.”

    민속문화에서 ‘놀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의식주를 제외하고는 가히 절대적. 우리나라는 무려 6000여 가지의 놀이가 전해 내려와 세계놀이문화의 원류라 불린다. 도박의 순 한글말인 ‘노름’ 역시 놀이문화에서 온 것. 우리의 노름문화는 민중생활의 가장 큰 근간을 이뤘다.

    “노름이라는 단어가 부정적으로만 쓰이는 게 아쉽습니다. 노름은 삶의 윤활유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수리적·과학적으로 사고하게 합니다. 우리는 노름을 즐길 줄 아는 현명한 민족이었는데, 이를 부정하면서 삶의 지혜까지 잃어버렸습니다.”



    ‘땡잡았다’ ‘바가지 썼다’ 같은 용어가 아직까지도 우리말에 남아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 부정적으로 인식돼온 골패나 투전, 화투 같은 놀음들은 수백년간 계층에 관계 없이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전통문화라는 것. 김소장은 여기에 좀더 과감한 이론을 더한다. 유럽에서 전해온 놀이를 일본에서 변형시킨 것으로 알려진 화투나 중세 이후 유럽에서 유행하는 트럼프가 고려시대부터 유행한 ‘골패’나 조선시대의 카드놀이인 ‘투전’과 놀랄 만큼 유사하며, 때문에 이들의 원류가 우리나라였을지 모른다는 설명을 차근히 풀어내고 있다.

    또한 김소장은 칠교놀이 종경도놀이 고을모듬 산가지놀이 등 어린이들에게 교육적이며, 공동체 문화를 지켜오며 삶의 지혜를 전해주던 전통민속놀이에 대해 세세하게 정리하는 일을 시작했다. 여기에 놀이에서 유래된 속담과 그 전통에 대한 친절한 해석도 곁들였다. 민속놀이에 대한 친절한 주석서인 셈이다. 그는 선조들의 지혜로운 노름문화를 미래지향적인 ‘럭(Luck) 비즈니스’ 산업과 접목하고자 했다.

    “노름은 본전에 망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언제나 제로섬 이하기에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저요? 저는 노름해서 돈을 따지는 못했지만 대신 지혜를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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