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91

2003.07.03

요실금 탈출 첫 계명 “생활습관 바꿔라”

남성도 발병 증가 추세 ‘16명 중 1명꼴 찔끔’ … 술·담배만 끊어도 치료·예방 효과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도움말/ 대한배뇨장애 및 요실금학회 http://www.kocon.or.kr

    입력2003-06-26 14: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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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실금 탈출 첫 계명 “생활습관 바꿔라”

    요실금이 있는 사람은 일상생활이 자유롭지 못하다.

    40대 이상의 사람이라면 어린 시절 축구공을 대신해 갖고 놀았던 돼지 오줌보를 기억할 것이다. 손바닥만한 크기의 오줌보에 바람을 불어넣으면 한없이 커지던 자연식 축구공. 그 질기고 둥근 오줌보가 우리 몸 속에도 하나씩 있다. 소변을 저장하고 몸 밖으로 배출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방광이 바로 그것. 평소에는 요도(오줌이 지나가는 관)를 막고 있는 요도괄약근이 수축하여(배뇨근은 이완 상태) 소변이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흘러나오는 것을 막는다. 하지만 방광에 250ml 우유 두 통 분량의 소변이 차면 요의를 느낀 뇌가 요도괄약근을 이완시켜(배뇨근은 수축 상태) 소변을 내보내게 된다.

    바로 이런 정상적인 배뇨 과정에 문제가 생겨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오줌이 새어나오는 질병을 요실금이라고 한다. 하지만 요실금 환자가 워낙 많아 지금껏 이 질환은 제대로 질환으로서 취급받지 못했다. 대한배뇨장애 및 요실금학회(이하 요실금학회)가 4월에서 5월까지 전국의 30세 이상 남녀 2577명(남 1274명, 여 1303명)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조사를 한 결과 여성의 41.1%, 남성의 6.4%에게 요실금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우리나라 30세 이상 여성 10명 중 4명이, 남성 16명 중 1명이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오줌을 찔끔거린다는 이야기다. 이번 조사에서 30대 젊은 여성의 27.6%가 요실금 증세를 호소해 요실금이 나이가 들면 찾아오는 질병이라는 통설을 무색케 하기도 했다.

    조사 결과 여성과 남성의 요실금 발생 형태도 크게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들은 배에 힘을 줄 때 소변이 나오는 복압성 요실금의 유병률(37.8%, 남성 2.4%)이 높은 반면, 남성들은 소변이 마려울 때 참지 못해 속옷을 적시는 절박성 요실금(5.2%)이 주종을 이뤘다.

    증세 심할 땐 수술로 말끔히

    전문의들은 여성에게서 복압성 요실금이 높게 나타나는 원인을 주로 출산 과정에서 찾는다. 태아의 머리가 임산부의 장기를 지지하는 골반근육이나 인대를 파열하면서 골반 내 방광경부와 요도가 아래로 처지게 되고, 바로 이 때문에 소변이 배출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 줄넘기를 할 때, 재채기를 할 때, 크게 웃을 때 등 배에 힘이 들어가는 순간 소변이 나오는데 골반근육이 얼마나 손상되었는지에 따라 소변이 속옷을 조금 적시는 정도에서 줄줄 흐르는 정도의 심각한 상태까지 증상이 다양하다.



    가벼운 복압성 요실금일 경우에는 골반근육운동과 바이오피드백 및 전기자극 치료를 통해 약 70% 이상이 증세가 호전되거나 완치가 가능하다. 골반근육운동은 요도괄약근을 조이고 푸는 것을 반복하는 운동으로 1회당 15번 정도를, 매일 3회씩 6개월 이상 꾸준히 해줘야 한다. 그러나 심한 복압성 요실금의 경우는 현재까지 수술만이 유일한 치료 방법으로 인정되고 있다. 특수테이프 등을 이용해 처진 방광과 방광 주변 조직을 끌어올려주는 것으로 수술시간은 30분 정도 걸리며 입원할 필요도 없어 환자들의 반응이 좋다.

    남성에게는 절박성 요실금이 더 많다. 요실금학회의 조사에 따르면 남성의 경우 복압성 요실금의 비율이 2.4%였으나 절박성 요실금은 5.2%로, 특히 60대부터 그 비율이 높아져 70대에는 25.8%나 절박성 요실금을 앓고 있다.

    요실금 탈출 첫 계명 “생활습관 바꿔라”

    요실금 상담을 하고 있는 20대 여성(왼쪽). 대한배뇨장애 및 요실금학회가 주최한 요실금 탈출의 날 행사 포스터.

    요실금학회 김준철 홍보간사(강남성모병원 비뇨기과)는 “남성은 남성만의 기관인 전립선이 비대해져 요실금을 유발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고 설명한다. 전립선비대증은 50대 남자의 50%, 60대는 60%가 앓고 있다고 할 정도로 흔한 질병. 비대해진 전립선이 방광과 요도를 압박하다 보니 소변을 참지 못하는 ‘요절박’ 증상뿐 아니라 ‘빈뇨(소변이 자주 마려운 것)’, ‘지연뇨(소변이 잘 안 나오는 것)’, ‘세뇨(소변줄기가 가는 것)’ 등의 여러 증상을 호소하게 된다.

    절박성 요실금을 치료하는 데는 1차적으로 약물요법이 시도된다. 방광의 수축은 콜린성 신경의 작용에 의해 일어나기 때문에 전통적으로는 항콜린제제를 사용해 방광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는 약물을 사용하는 것. 하지만 전립선비대증을 동반하는 요실금의 경우에는 소변을 잘 볼 수 있도록 하는 알파차단제와 전립선 크기를 줄이는 남성호르몬차단제 등을 이용한 약물치료를 우선시한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소변을 보도록 유도하는 방광훈련도 절박성 요실금 치료에 효과적이다. 만일 배뇨 간격이 1시간이라면 처음 1시간에서 2주일 단위로 배뇨 간격을 15분씩 4시간까지 연장한다. 훈련중에는 절박감을 느끼더라도 예정된 배뇨 시간까지 참아야 하기 때문에 환자 본인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노화현상의 일부로 취급됐던 요실금도 이제는 생활습관을 바꿈으로써 치료는 물론이고 예방까지도 가능해졌다. 여성의 경우 출산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골반근육운동을 하여 복압성 요실금을 방지할 수 있으며 비만, 장시간 서서 일하기, 격한 운동 등 복압을 증가해 요실금을 악화시키는 생활습관이나 여건을 바꿔주면 질환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 흡연, 음주, 카페인 섭취도 복병이다. 알코올은 이뇨를 촉진해 요실금의 주증상인 요절박이나 빈뇨를 유발하며 소프트 드링크, 커피, 콜라, 차와 같이 카페인이 함유된 식품은 방광을 자극해 소변량을 늘리기 때문. 요실금은 몹시 피곤하거나 감기에 걸렸을 때에도 일시적으로 악화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김준철 홍보간사는 “흡연은 기침을 유발해 복압을 증가시키고, 알코올과 니코틴은 방광을 자극한다. 치료에 앞서 생활습관을 고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충고한다.

    한편 대한배뇨장애 및 요실금학회는 6월17일부터 28일까지를 ‘요실금 국민대회’ 주간으로 정하고, 국민병으로 확산되어가는 요실금에 대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특히 이 주간중 ‘요실금 탈출의 날’이었던 6월22일에는 일반인에게 요실금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줄넘기 마라톤 대회, 전문의 무료 상담, 요실금 예방 에어로빅 시연 등 다양한 행사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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