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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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총리 인턴 기간 끝났나

NEIS 사태 등 겪으며 혹독한 신고식 … 노대통령 지원사격 속 교육개혁 본격 추진 시동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입력2003-06-25 15: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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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부총리 인턴 기간 끝났나

    뒤늦게 참여정부에 합류한 후 3개월 동안 윤덕홍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비싼 수업료를 내며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6월19일 열린 대통령 자문정책기획위원회 첫 모임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교육계를 향해 불편한 심경을 토로했다. “3개월밖에 안 된 교육부총리를 바꾸려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 누구를 데려다 앉히면 만족하겠느냐. 교육계에서 합의된 사람이 있다면 말하라. 내게 인사권이 있으니 당장이라도 바꾸겠다.” 그 자리에 참석했던 한 위원은 “교육부총리를 바꿀 의사가 없으니 더 이상 사퇴를 언급하지 말라는 뜻인 것 같다”고 전한다.

    이미 노대통령은 여러 차례 간접적으로 교육부총리를 경질할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6월4일에는 문희상 청와대 비서실장이 나서 “개각은 없다. 잘못이 있더라도 고칠 기회를 줘야 한다”는 대통령의 뜻을 전했고, 정찬용 인사보좌관도 “교육부총리 경질에 대비한 자료를 준비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청와대 쪽의 분명한 입장 표명에 부총리 역시 자신감을 회복한 듯 국회에서의 답변 태도가 한결 유연해졌다는 평가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끈질기게 “사퇴할 용의가 없느냐’고 추궁하면 “그만두는 일은 어렵지 않다. 떠나더라도 수습하고 떠나는 것이 옳다”고 받아넘기고 있다. 교육부 공무원직장협의회의 ‘항명사태’로까지 번졌던 교육부 내홍이 어느 정도 가라앉으면서, 더 늦기 전에 교육부총리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교육계 원로는 “새 며느리가 들어오면 홍치마 바람 때 다져놓으라는 말이 있다”면서 “취임 후 두 달 안에 장관의 의지가 반영된 정책을 선보여야 성공할 수 있다. 윤부총리는 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에 끌려다니느라 정작 교육부 내부 개혁과 교육정책 수립의 기회를 놓쳐버렸다”고 지적했다.

    해임론 나올 때 대구 지식인들 방패막이

    이런 교육부총리의 위상을 가장 안타깝게 여기는 이들이 대구 지역의 진보적 지식인들이다. 이들은 한나라당이 ‘부총리 해임건의안’을 제출하려 할 때 의원총회에서 ‘잠정 유보’ 쪽으로 선회하도록 만드는 데 앞장서기도 했다. 대구대에서 윤부총리와 동고동락했고 대구사회연구소 멤버이기도 한 홍덕률 교수(사회학)는 “대구대 총장으로 10년 분규를 겪은 대학에서 민주적 개혁 모델을 창출해냈고 별다른 잡음 없이 개혁과제를 추진해왔다. 또 대구라는 강고한 보수 지형 안에서 한 대학의 개혁적인 목소리가 지역사회에 확산될 수 있도록 하고 진보적 지식인들의 울타리가 되어주었다”며 “부총리의 장점을 제대로 보여주지도 못하고 타의에 의해 끌어내려져서는 안 된다”고 했다.



    사실 윤부총리는 노대통령의 제의를 받고도 쉽게 서울행을 결심하지 못했다. 대학 구성원들이 “지금 떠나면 다시 대학이 혼란을 겪을 수 있다”며 만류하는 동안, 교육부총리 인선 과정에 몇 차례 쓴 잔을 마신 청와대가 “윤덕홍 총장밖에 대안이 없다”며 밀어붙였다. 망설임 끝에 부총리직을 수락했으나 혈혈단신 올라온 서울은 정글이었다. 지난 3개월 동안 윤부총리는 교육계의 복잡한 지형과 노회한 관료들의 문화를 익히는 데 너무나 비싼 수업료를 지불했다.

    윤부총리는 3월 취임사에서 “뺑뺑이 돌리거나 바지저고리 만들지 말고 진주마피아, 서울사대파 하며 싸우는 일은 그만두자”고 해서 출발 단계부터 교육부 내부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윤부총리측은 “밖에서는 그렇게 말하지만 우리 한번 잘해보자”는 취지였다고 해명했으나 이미 형성된 교육부 수장과 직원들 간의 갈등 전선은 쉽게 허물어지지 않았다.

    사실 누구나 인정하는 윤부총리의 장점은 친화력이다. 대구대 총장과 전국민주화교수협의회 공동의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구·경북지역 회장 등의 직함 외에도 다양한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통해 대구지역 개혁세력의 좌장 역할을 해왔다. 문제는 이런 친화력이 교육부 조직에서 먹혀들지 않았다는 것. 한 교육부 출입기자는 “부총리가 직접 국·실을 돌아다니며 ‘우리 차 한잔 합시다’라고 직원들에게 말을 건네는 모습은 익숙지 않은 풍경이었다. 소박하고 서민적인 부총리의 정서를 대변하지만 우습게 보인 측면도 분명 있다”고 전한다.

    김동환 교육부총리 정책보좌관은 “노무현 대통령이 ‘교육부총리는 임기를 같이 하겠다’고 누누이 강조한 만큼 윤부총리는 길게 보고 천천히 가자는 생각이다. 공무원을 개혁의 대상이 아니라 개혁 주체로 보았고, 교육부 개혁에 대해서도 당장 직원들과 대립각을 세우기보다 화합을 앞세워 포용하고 호소하면 진심이 통할 거라 믿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교육부 수장으로서 인사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은 것이 패착이었다. 윤부총리의 초기 교육부 인사는 한마디로 ‘참여정부’의 메시지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태작이었다.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이 실·국장급 인사에 이어 과장급 인사에서도 기존 관행을 깬 파격적인 발탁인사를 한 것과 대조적이다. 일단 윤부총리 부임(3월6일) 직후 이루어진 교육부 차관보와 기획관리실장 인사는 부총리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진행됐다.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교육비서관을 지낸 정기언 차관보가 청와대 직제개편 후 교육부로 돌아와야 하는 상황이었고 1급 배려 차원에서 차관보에 임명했다.

    5월6일자로 단행된 실·국장급 인사에서도 윤부총리의 개혁 메시지는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기존 교육부 인사 시스템에 충실한, 개혁보다는 안배 위주의 인사라는 혹평을 받았다. 원래 부총리의 인사원칙은 문민, 국민의 정부를 거치면서 이런저런 보직을 맡은 사람은 가급적 배제하고, 능력 위주로 적재적소에 배치한다는 것이었다. 또 실·국장의 경우 파격적으로 발탁하려 했으나 교육부 내부의 반발 때문에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교육부총리는 교육부의 견고한 ‘인의 장막’에 갇혀버리고 말았다.

    전성은 교장과 함께 교육개혁 투 톱

    업무에서도 교육부총리와 교육부 직원들은 물과 기름이었다. 국회 교육위원인 민주당 이미경 의원은 “지난해 9월 NEIS 문제가 제기됐을 때 여야와 시민단체가 모두 사업 중지를 요구했음에도 교육부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사업을 계속 진행시켰다. 결국 NEIS 대란의 책임이 그동안 이 사업을 진행해온 교육부 공무원들에게 있는데도 사건이 터지니까 부총리에게 책임을 전가했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윤부총리의 교육부 장악력이 의심받는 상황이 되자 청와대 쪽에서 정책보좌관 임명을 채근했다. 참여정부 인수위(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장관과 코드가 맞는 외부인사를 임명해 장관의 의사결정을 돕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정책보좌관 제도를 제안했다. 당시 인수위 관계자는 “장관이 개혁적인 정책을 펼치려 해도 단신으로 입각하고 나면 관료의 숲에 싸여 제대로 뜻을 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책보좌관 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김동환 정책보좌관이 교육부에 정식 발령을 받은 것은 5월27일. “홍치마 바람 때 다져놓으라”는 옛말대로라면 너무 늦은 출발이다.

    3개월의 혹독한 ‘수습기간’을 보낸 윤부총리는 이제 교육부 직원들에게 “개혁의 로드맵을 내놓아라. 그것을 가지고 평가하고 인사를 하겠다”고 강조하면서 참여정부의 국정철학에 맞는 교육개혁의 방향 세우기에 고심중이다.

    우선 교육부총리 정책보좌관실을 ‘국민참여교육센터’로 확대 개편하고, 이곳에서 교육부 조직개편과 더불어 정책수립 과정에 국민참여와 여론수렴을 통한 쌍방향 의사소통 구조를 만들어갈 계획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공약사항인 국민참여교육센터가 사실상 윤부총리의 개혁 브레인 역할을 하는 셈이다.

    여기에 전성은 교장이 이끄는 교육혁신위원회가 출범하면 윤덕홍·전성은 교육개혁의 투 톱시스템이 완성된다. 노무현 정부의 교육개혁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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