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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첫 삽 ‘전기 코드’ 빠졌다

土公 “전력공급 안 되면 사업 어려워” … 산자부 “시간 있다” 여유만만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개성공단 첫 삽 ‘전기 코드’ 빠졌다

개성공단 첫 삽 ‘전기 코드’ 빠졌다

개성시 및 판문군 평화리 일대에 2000만평 규모로 조성될 개성공단 조감도. 한국토지공사가 건교부 등 정부기관에 전력공급 대책을 요구하며 보낸 각종 자료들.

6월30일 착공식이 예정된 개성공단 개발에 필요한 ‘전력’공급 문제를 놓고 정부부처간 갈등이 일고 있다. 정부측이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이하 경추위) 등을 통해 북측에 ‘상업적 방식에 따라 지원한다’는 원칙을 정해놓고도 구체적 계획을 마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긴 것. 한국토지공사(사장 김진호·이하 토공)는 수차례에 걸쳐 건설교통부(이하 건교부) 등 관계당국에 전력 공급과 관련한 대책 마련을 요청하고 구체적 계획이 세워지지 않을 경우 공단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렵다는 입장을 간접적으로 피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철도, 도로 등 공단 조성에 필요한 각종 인프라 중 전력 공급과 관련한 정부측의 대책이 빠진 것은 또 다른 ‘퍼주기’라는 비난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2002년 8월27일부터 서울에서 열린 제2차 경추위에서 남북 당국은 ‘전력 등 기반시설은 상업적 방식으로 추진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상업적 방식이란 전력·통신 공급업자가 시설을 하고 전기료·이용료 징수를 통해 투자비용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이후 남북은 몇 차례의 경추위와 개성공단 건설 실무접촉 등을 통해 이를 재확인했다. 그러나 정부는 착공식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전력공급 방법이나 재원 마련 등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 문제를 조사하고 있는 이해봉 의원(한나라당)은 “건교부 등 정부부처에서 큰 논란이 돼온 ‘퍼주기’ 의혹을 우려, 전력공급 문제를 공론화하기 부담스러워한다”고 말했다.

건교부 “향후 사업자간 협의할 문제”

정부가 이처럼 전력공급 문제에 대해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자 개성공단 개발사업자인 토공은 지난 2월27일 건교부 장관에게 ‘개성공단 전력공급 관련 협조 요청서’를 발송, 정부 대책을 요구했다. 건교부가 국회에 제출한 토공의 요청서는 “공단 건설의 필수 전제조건인 전력공급 문제가 확정되지 않아, 전력공급시설 설치 및 준비기간 등을 감안할 밝히고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되기 어렵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전력공급 주무부처인 산업자원부(이하 산자부)는 3월12일 ‘개성공단 전력공급 관련 협조요청에 대한 회신’을 통해 “전력 등 기반시설은 상업적 방식에 따라 추진키로 함에 따라 향후 개성공단 개발사업자의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토대로 관계부처, 한전 등과 협의해 결정하여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건교부도 6월21일 이해봉 의원에게 제출한 ‘개성공단 전력공급 계획 방안’ 자료에서 “향후 사업자간 합의에 따라 착공식이 개최되고 조사 설계 및 개발계획 수립 등 추진사항을 봐가며 관계 부처간에 협의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건교부는 이 자료에서 “2003년 6월 현재, 개성공단 전력공급 문제와 관련하여 부처간 회의는 없었다”면서 “착공 자체가 중요한 문제였고 나머지 문제는 부수적인 문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일단 착공식을 하고 난 뒤 전력공급 문제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는 입장인 셈이다.

그러나 사업주체인 토공의 시각은 다르다. 전력공급과 관련해 공급방식 및 방법, 주체, 전력요금 조성 방법 등에 대한 구체적 계획 없이 사업을 추진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잘못하면 또 ‘퍼주기’시비의 전철을 밟을 수 있고 경우에 따라 각 부처간에 알력이 생길 수 있다는 것. 문제는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불거진다. 산자부 측은 “착공식 이후 연말까지 설계, 지질조사 등 기초조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여유가 있다”고 말했지만 토공측은 “전력시설 설치는 3년의 공사기간이 필요한 인프라”라며 “착공식과 동시에 전력공급 공사가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력공급 없이 공단만 지어놓으면 그 공단이 제 기능을 하겠느냐는 것. 특히 송전선 건설 등과 관련한 북측의 부지 제공 등 협의사항들이 수두룩하지만 정부 입장이 정리되지 않아 뒤로 미뤄놓은 상황이다.

‘상업적 방식’이 안고 있는 현실적 문제도 전력공급을 어렵게 만드는 난제다. 토공은 건교부에 제출한 전력공급 협조 요청 자료에서 “경추위에서 합의한 상업적 방법으로 전력을 공급할 경우 전력 사용료가 비싸 입주 기업의 부담이 커 기업 유치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지 않아도 개성공단의 경우 중국 푸둥공단 등과 비교할 경우 임금 등에 있어 경쟁력이 열악한 상태인데 전력요금마저 비쌀 경우 기업들이 외면할 수밖에 없다는 게 토공측의 분석이다. 반대로 국내 산업단지에 준하는 전력사용료를 받을 경우 사업성 확보가 어려워 전력공급자(한전)가 개성공단에 전력공급을 꺼려 사업 추진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개성공단 첫 삽 ‘전기 코드’ 빠졌다

2003년 5월20일 평양에서 열린 제5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회의 모습.

한전은 전력공급이 말 그대로 ‘지원’ 성격으로 굳어지면서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내 공단인 경우 한전은 전력공급 의무가 있지만 개성은 이 대상에서 제외된다. 한전은 지난해 개성공단 전력공급과 관련, 국회에서 문제가 불거지자 사장 명의로 공문을 보내 이를 공식 부인했다(상자기사 참고). 손해보는 장사를 할 수 없다는 것.

개성공단 전력공급 문제는 공동 개발사업자인 현대아산과 토공이 해결해야 한다. 그렇지만 현대는 기반시설에 투자할 자금 여력이 없다. 결국 총대는 토공이 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토공 역시 자금 여력이 넉넉지 않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토공측은 “확실한 전력공급 방안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나중에 어떤 책임 문제가 터져 나올지 모른다”며 “요구할 것은 요구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지원 시비 韓電 “손해보는 장사 안 한다”

이에 앞서 토공은 개성공단 착공 시기를 놓고 통일부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지난해 중순 통일부가 “개성공단 착공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어 연내에 착공되기를 바란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 임기 내에 햇볕정책의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는 듯한 발언을 하자 토공은 “전제요건인 기반시설과 비용 부분의 합의가 아직 이뤄지지 않아 기본설계조차 착수하지 못했다”며 조기 착공에 반대했다. 햇볕정책의 가시적 성과라는 정치적 판단과 사업자의 경제적 시각이 빚어낸 파열음이다. 이 같은 시각차가 전력공급을 놓고도 다시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개성공단 전력공급 문제는 결국 정부가 교통정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방법이라곤 남북협력기금으로 전력요금을 보전해주는 방법 등 극히 제한적이다. 이 경우 또 다른 ‘퍼주기’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이미 바닥을 드러낸 남북협력기금도 정부측의 결단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특히 북한 핵 문제로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시선이 싸늘하고 국내에서도 특검의 수사 결과 대북송금의 구체적인 실상이 밝혀지면서 정부로서는 매우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다. 불(전력) 없이 착공식을 여는 개성공단의 미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주간동아 391호 (p30~31)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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