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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식지 않는 부동산 열기

집 지금 살까, 기다릴까

부동산 안정대책도 집값 잡기 역부족 … ‘상투론’ 제기 속 전문가들 “그래도 사는 편이 나을 듯”

  • 전원경 기자 winnie@donga.com

집 지금 살까, 기다릴까

집 지금 살까, 기다릴까

LG 양주 자이 모델하우스 안.정부가 투기과열지구의 분양권 전매를 금지하면서 비투기과열지구와 주상복합 아파트에 대한 청약 열기가 높아지고 있다.

5월16일 오전 11시경. 이날 경기 의정부 전철역 부근에 개관한 ‘LG 양주 자이’의 모델하우스는 문을 연 지 1시간 만에 북새통으로 변했다. 몰려든 사람들로 인해 모델하우스 안은 발 디딜 틈도 없었고 바깥은 바깥대로 20여개의 파라솔이 빽빽하게 늘어섰다. 소위 ‘떴다방’들이었다. 이들은 기자가 다가서자 “서울 1순위냐, 수도권 1순위냐”라고 물으면서 무조건 청약하라고 권했다. “여기는 투기과열지구가 아니라서 당첨만 되면 내일이라도 되팔 수 있어요. 피(프리미엄)요? 당연히 붙지요. 아파트 가격 떨어지는 거 보셨어요?” 모델하우스 인근 주차장에 가득 찬 차량 중에는 서울 강남이나 분당의 번호판도 적지 않았다.

비투기과열지구·주상복합 아파트로 분양 열기 이동

5000여 가구의 대단지 아파트촌으로 건설되는 ‘LG 양주 자이’는 애당초 미분양 사태를 걱정했던 곳. 이 때문에 건설회사측은 중도금 전액 무이자 융자 등 파격적 조건을 내걸었다. 그러나 정부가 5월8일 서울과 수도권, 천안, 대전 일부 지역 등 투기과열지구 내에서 분양권 전매를 전면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주택시장 안정대책을 내놓자 양주와 같은 비투기과열지구, 그리고 분양권 전매 제한에 해당하지 않는 주상복합 아파트 등은 뜻밖의 호재를 만났다.

“이대로라면 전 평형 1순위 마감이 거의 확실한 것 같습니다. 정부 정책의 덕을 보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지요. 아직 서울지역은 집의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정부가 부동산 억제책을 시행한다고 해서 집을 마련하려는 서민들의 열망을 꺾을 수 있겠어요?” LG건설 주택영업부 한상천 과장의 말이다. 한과장은 “1주일 전 신문광고가 나간 후부터 문의전화가 폭주해 분양 열기가 뜨거울 것으로 짐작했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안정대책에도 이처럼 과열된 부동산시장 열기는 식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김포 파주 등 신도시 예정지역의 집값과 전매 가능한 분양권의 가격만 올려놓았다는 비난도 있다. 정부 대책이 집중된 강남권의 아파트값은 안정대책 발표 후 오히려 더 상승했다.



‘LG 양주 자이’ 모델하우스의 북새통 속에 난감한 표정으로 서 있는 이현석씨(37세·가명). 그는 많고 많은 ‘집 없는 서민’의 한 사람이다. 서울지역 청약통장 1순위인 것은 물론이고, 1년 전에는 무주택 1순위까지 됐다. 그러나 그는 2년이 넘도록 매달 있었던 서울 동시분양에서 줄줄이 떨어졌다. “하도 많이 떨어져서 몇 번 떨어졌는지조차 생각나지 않아요. 남들은 무주택 1순위니 마음만 먹으면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지 않느냐고 묻지만 제 기억으로는 가장 경쟁률이 낮았던 때가 6대 1이었습니다.”

그가 청약통장에 모든 희망을 걸고 있는 동안 서울시와 수도권의 집값은 ‘꾸준히’ 올랐다. “게다가 이제는 집값이 너무 많이 올라 엄두도 나지 않습니다. 차라리 2년 전쯤 큰맘먹고 집을 샀더라면 하고 후회해요. 지금이라도 은행대출을 얻어 집을 사야 하는 건지….”

‘이렇게나 올랐는데 집을 사야 되나, 말아야 되나’ 하는 이씨의 고민은 대다수 서민의 고민이기도 하다. 지금 사면 상승의 정점에서 ‘상투’를 잡게 되는 것 아닌지, 갑자기 집값의 거품이 빠지고 금리가 올라 대출상환의 고통을 받게 되는 것 아닌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집 지금 살까, 기다릴까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 정부의 부동산 안정대책이 발표되자 이 아파트를 비롯한 강남 재건축 기대 물량의 호가는 일주일 새 1000만원 이상 뛰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사는 게 낫다”고 말한다. “집을 사려다 잠깐 망설이는 동안 집값이 몇 천만원 올라 또 못 사고, 그런 와중에 자꾸 집값이 올라 내 집 마련의 꿈을 점점 포기하는 안타까운 사연이 많죠. 하지만 앞으로도 아파트 가격은 떨어지기 어렵습니다. 아파트 가격의 기반인 토지 가격이 계속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죠. 이런 상황에서 어차피 서민의 가장 큰 소망은 내 집 마련인 만큼 살까 말까 망설이는 실수요자는 과감하게 집을 사는 게 낫다고 봅니다.” 건국컨설팅 박종헌 투자분석 1팀장의 조언이다.

그렇다면 이씨처럼 ‘무주택 1순위’ 청약통장이 있는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씨는 “언론은 항상 ‘청약통장을 활용하라’고 말해왔다. 그러나 2년 넘게 청약에서 떨어지다 보니 이제는 과연 당첨이 가능할지 회의가 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의견 역시 엇갈린다. 부동산 전문가인 어득해씨는 “청약통장 가입자가 500만명이 넘은 상황에서 청약통장은 더 이상 실익이 크지 않은 재테크 수단인 게 사실이다. 내가 이씨의 경우라면 차라리 서울지역이나 수도권에서 저평가돼 있는 분양권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상영 부동산114 대표이사는 “무주택 1순위자는 강남 등 인기지역의 청약만 피하면 내 집 마련을 앞당길 수 있다”는 의견이다. 동시분양의 당첨 확률이 낮다 해도 현재로서는 가장 유리한 조건이 무주택 1순위라는 것. “상대적으로 경쟁률이 낮은 지역, 다시 말해 프리미엄이 덜 형성될 지역이나 수도권 등에서 계속 청약하는 게 낫다고 봅니다. 분양권 전매 금지 조치로 인해 가수요자들이 많이 사라지는 추세니까요.”

하지만 모든 전문가가 집을 사는 데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LG경제연구원의 김성식 연구위원은 “주택경기는 10년을 주기로 상승과 하강을 되풀이하는데 이제는 하락 시점이 도래했다”고 지적했다. “1980년대 말 주택 가격이 폭등하자 정부는 88년부터 주택 200만 호를 건설했습니다. 이 주택들의 입주가 시작되면서 92년부터 아파트 가격이 하락해 서민들이 큰 고통을 겪었죠. 또 성장보다 균등 분배를 원칙으로 하는 현 정부의 철학으로 미루어볼 때 앞으로 더욱 강도 높은 억제책이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때문에 무리하게 빚을 내서 집을 사는 것은 말리고 싶습니다. 힘겹게 빚 내서 집을 샀는데 가격이 떨어진다면 그 고통은 상상외로 클 테니까요.”



집 지금 살까, 기다릴까

모델하우스 인근에 나타난 ‘떴다방’들. 이들은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는 거 봤느냐”며 투자수익을 장담한다.

이처럼 한 치 앞을 내다보기도 어려운 부동산시장. 어쩌면 이씨에게 꼭 필요한 충고는 어느 지역에 몇 평짜리 아파트를 사라는 조언보다도 욕심을 버리라는 말일지도 모른다. 실수요자라 해도 이왕이면 내가 산 집이 보다 많이 오르기를 바라는 것이 현실. 그러나 남들 눈에도 탐나는 부동산은 이미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 있는 만큼 차라리 향후의 가격상승 등을 고려하지 말고 ‘내게 꼭 맞는 물건’을 사는 것이 내 집을 갖는 지름길일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문숙 LMS컨설팅 대표의 충고는 귀담아들을 만하다. “내 집 마련과 투자수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으려고 하기 때문에 집을 못 사는 겁니다. 정말 내 집이 필요하다면, 투자수익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집을 사야지요. 어차피 현재는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오른 후이기 때문에 어디서나 2002년과 같은 큰 수익은 기대하기 어려워요.”

즉 직장이나 학교 등 여건을 고려해 마음에 드는 지역을 정하고 이 지역을 장기간 관찰하고 있다가 마음에 드는 주택이 나오면 과감히 매입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이다. 박종헌 팀장은 “프리미엄이 높게 형성된 신규 아파트나 분양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기존 아파트를 찾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권했다.

‘집을 사느냐 마느냐’는 결국 개개인이 결정해야 할 문제다. 많은 경우 전문가의 조언은 객관성은 높지만 ‘나의 특수한 사정’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이씨는 어떤 결정을 해야 할까. 이씨는 “나 역시 재테크의 수단이 될 만한 집만 찾아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내가 살고 싶은 동네에서 집을 찾아보겠다. 그러면 집값이 많이 오르지 않아도 상관없을 것 같다”고 말하면서도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주간동아 386호 (p36~38)

전원경 기자 winni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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