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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여” 몸단 신·구주류 러브콜

호남정서 한복판 정치적 무게 여전 … 잇단 면담 거절 “나를 내버려두라” 침묵시위 중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DJ여” 몸단 신·구주류 러브콜

“DJ여” 몸단 신·구주류 러브콜

김대중 전 대통령이 5월16일 오후 입원 치료를 받던 서울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병동을 나서고 있다. 평소에 비해 핼쑥한 모습이다.

심혈관 질환으로 신촌세브란스병원에 입원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DJ)이 퇴원한 5월16일 저녁, 동교동은 모처럼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이날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신주류의 워크숍 행사에 빠진 김옥두 박양수 의원 등 동교동계 인사들도 ‘동교동’을 찾았다. 이들은 신당을 추진하는 신주류의 ‘탈DJ’ 움직임과 일련의 사정 흐름 때문에 심기가 몹시 불편한 상태였다. 이들의 동교동행을 지켜본 한 측근 인사는 “비장한 얼굴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DJ는 이들을 만나지 않고 돌려보냈다. 이희호 여사와 박지원 전 비서실장이 DJ를 대신해 동교동계 인사들을 만났지만 ‘속’에 품은얘기는 꺼내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권노갑 전 고문은 17일 아침 일찍 운동(골프)을 핑계 삼아 보따리를 싸들고 서울을 빠져 나갔다가 다음날 저녁 늦게 귀가했다. 주말을 맞아 사람들이 찾아오면 구설에 휘말릴 것을 염려, 피신에 나선 것이다. 동교동 방문은 생각도 못했다. 이에 앞서 민주당 한화갑 전 대표와 정대철 대표 등도 외유 등을 이유로 동교동 문을 노크했지만 면담을 허락받지 못했다. 면담 신청을 했다가 거절당한 사람은 동교동계 인사뿐만이 아니다. 신주류측 핵심인사 몇몇도 “인사를 가겠다”고 통보했다가 거절당했다고 한다. 신기남 추미애 의원을 비롯해 몇몇 신주류 인사들이 동교동을 방문, 자신들의 입장을 밝혔지만 DJ는 이들에게 아무런 언질도 주지 않았다.

신당정국, ‘정치’가 다시 DJ를 부르고 있다. 민주당 신·구주류 인사들이 DJ 주변을 배회하는 것은 신당 방정식에 도사리고 있는 ‘DJ 변수’ 때문이다. 늙고 병든 DJ지만 호남정서의 중심에 선 그의 정치적 무게는 지금도 무시하기 힘들다. 구주류가 신당 창당을 ‘탈DJ’라고 비난하자 신주류가 “탈DJ가 아니라 3김 청산”이라며 비켜선 것은 이 같은 배경 때문이다. 5·18을 맞아 신·구주류 인사들이 줄줄이 광주 망월동 찾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특검, 건강 악화시킨 주요인”

그러나 정작 DJ는 정치에 눈을 돌릴 처지가 못 된다. 그는 한 달 새 세 차례나 병원을 찾았다. 1주일 입원으로 치료를 끝냈지만 주 3회 투석을 해야 하는 아픈 몸이다. 이희호 여사의 극진한 간호로 버티고 있지만(동교동 P의원), 동교동 상공을 덮고 있는 먹구름은 언제 또다시 DJ의 건강을 위협할지 모른다. 동교동계 한 관계자는 “무엇보다 특검에 대한 DJ의 고민이 깊다”고 말한다. 동교동계 B씨는 “DJ의 얼굴에서 웃음을 앗아가고 건강을 악화시킨 게 특검”이라고 말했다. 송두환 특별검사팀은 5월19일 자금 조성과 송금 경위, 그리고 송금 일자 등 그간의 조사결과를 토대로 대북 송금이 ‘남북정상회담의 대가’라는 점에 무게를 두고 송금의 기획 주체를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이근영 전 금융감독위원장, 임동원 전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 한광옥 박지원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을 소환, 대북 송금 과정에 청와대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동교동은 특검조사로 햇볕정책의 본질이 훼손될까 우려한다. 햇볕정책은 DJ 정치의 ‘알파요 오메가’로 이의 훼손은 DJ에 대한 부정이라는 게 동교동계 인사들이 시각이다.

“DJ여” 몸단 신·구주류 러브콜

5·18 민주화운동 제23 주기를 맞이해 광주 북구 운정동 5·18국립묘지를 찾은 정치인들. 김근태, 김영환, 김원웅, 유시민 의원(왼쪽부터).

김홍일 의원과 동교동계 인사들의 잇따른 비리 의혹도 몸이 불편한 DJ를 위협한다. 한 관계자는 김의원 비리 의혹을 전해 들은 DJ는 “그 사람(김의원)이 끝내…”라는 말 이외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한 측근은 “진작 정치를 그만뒀어야 하는데…”라고 말했다. DJ는 김의원의 정치활동에 대해 몇 차례 깊이 고민했다고 한다. 집권 초기 동교동 핵심측근인 모 인사가 “정치활동을 중단하고 치료에 전념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 그때 김대통령은 “남의 집안 일에 신경 쓰지 말고 자네 일이나 잘하게. (김의원이) 정치를 그만두면 뭘 해 먹고 사는가”라고 답변했다고 한다. 이후 김의원 문제를 입에 담은 사람은 없었다. 한광옥, 박주선, 최재승 의원 등 동교동계에 대한 사정 흐름을 지켜본 동교동계 인사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DJ와 결별하려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DJ 인사 숙청을 통해 DJ의 영향력을 제거하려는 것으로 해석한 것. 동교동계 P씨는 “김홍일 의원을 비롯해 동교동계 거물급 인사를 손본다면 DJ 인맥의 제거 시도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신당정국과 맞물린 보이지 않는 손이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방미중 보인 노대통령의 각종 각종 대북 문제와 관련한 발언이 이런 믿음을 더욱 구체화했다.

동교동계를 중심으로 한 구주류 인사들은 “당분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검찰의 김홍일 의원 처리 문제를 주시한다. DJ의 장남이자 분신인 그에 대한 조치가 모든 것을 가르는 분수령이라고 말한다. 이미 이들은 ‘동교동의 길’을 어느 정도 구체화해놓고 있다.

동교동계 J씨는 “지난해 연말 이미 이런 사태를 예견했고 그때부터 길을 찾았다”고 말한다. 지난 2월 한화갑 전 대표가 몰리듯 대표직을 던지면서 동교동계는 본격적으로 다른 길을 모색했다는 게 이 인사의 설명이다. 그가 말하는 동교동계의 진로는 신(新)3당 구도다. 물론 당내 구주류와 함께 움직인다는 계산이다. 신3당이란 신주류의 신당, 한나라당, 민주당 잔류파와 자민련을 통합한 당을 의미한다. DJP 연대를 통해 서로에 대해 알고 있기 때문에 위험부담도 적다는 분석이다. 구주류 인사들은 DJ 병풍을 기대하고 있다.

신3당 정국을 지향하는 민주당과 자민련을 맺어주는 수단은 내각제다. 한 전 대표는 물론 박상천 최고위원, 정균환 원내총무, 파트너인 JP 역시 골수 내각제론자다. 최근 민주당 구주류 핵심인사인 P씨는 자민련 모 중진과 여러 차례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민련 중진의 한 측근은 “양측이 모이면 50명 이상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현역의원과 참모, 그리고 DJ정권 시절 청와대에 근무했던 인사가 이 작업을 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움직임을 지켜본 김상현 고문은 최근 “분당 하면 구주류가 자민련과 연대 전국정당을 향해 뛸 것”이라며 동교동의 지향점을 비교적 정확하게 짚었다. 김근태 의원도 “지난 선거에서 6000표 차로 이겼는데 (분당 되면) 어렵다”고 말했다.

내각제 고리 新3당 구도 되나

동교동계 인사들은 민주당 신당 추진 워크숍에서 인위적 인적 청산 배제, 분당 반대 등이 공식화하자 신당창당론에 합류하겠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그러나 마음을 완전히 연 것은 아니다. 당내 반발을 잠재우기 위한 친노(親盧) 강경파들의 위장전술이라는 시각은 아직 구주류 인사들 대부분이 공유하는 의혹이다. 권노갑 전 고문의 한 측근은 “어차피 같이 가기 어려운 사람들”이라며 “결국 갈라설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동교동계의 행보가 가벼운 것은 아니다. 최근 드러난 비리 의혹에서 알 수 있듯 역풍이 만만치 않다. 비리 의혹에 대한 국민여론은 얼음장처럼 차갑다. 동교동계의 인적 네트워크도 예전 같지 않다. 권 전 고문과 김옥두 의원은 요즘 거의 만나지 않고 있다. 분당파크뷰 사건 당시 김의원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자 권고문은 “자네 도대체 그게 무슨 짓인가”라며 심하게 꾸지람을 했고, 이후 두 사람은 줄곧 서먹서먹하다.

DJ는 이 모든 상황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동교동계 한 관계자는 DJ의 침묵을 “방향만 다를 뿐 신주류와 구주류 양측 모두 DJ를 정치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에 감정이 상했다”고 해석한다. “신당 창당이든 뭐든 나를 내버려두라”는 무언의 시위라는 것. 문병을 명분으로 동교동을 찾은 정치권 인사들을 내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DJ는 5월18일 신·구주류 인사 20여명이 광주 망월동 국립5·18묘지를 찾아 서로 ‘5·18 정신의 계승자’임을 자처하며 신경전을 벌이는 것을 TV를 통해 지켜봤다고 한다.



주간동아 386호 (p24~26)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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