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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시엔 911, 불만신고는 311”

뉴욕市 신고체계 2원화 대대적 홍보 … 블룸버그 시장 “시민의 삶 바꾸는 행정개혁”

  • 홍권희/ 동아일보 뉴욕 특파원 konihong@donga.com

“비상시엔 911, 불만신고는 311”

“비상시엔 911, 불만신고는 311”

311센터에 걸려오는 전화는 하루 평균 8385건이나 된다.

”뉴욕에선 시와 관련된 것이라면 두 개의 전화번호만 기억하면 됩니다. 비상업무는 911, 비상이 아닌 업무는 311.”

뉴욕시가 3월9일 ‘311 시민서비스센터’를 개설하면서 이렇게 외쳤다. 뉴욕시의 이 야심찬 계획을 가능케 한 사람은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이다. 그는 지난해 1월 취임 직후 뉴욕 시민이 시 정부에서 정보를 받는 방법에 대해 철저히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시민의 시각에서 문제점을 파악하도록 한 것이었다.

시장선거에 뛰어들어 시장과 골목길을 누비면서 그는 시 당국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사항을 처리하는 곳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당시엔 수십개 각 부서와 기관별로 40여개의 민원 접수 전화번호만 있을 뿐이었다. 그는 시장에 당선된 뒤 시 정부에 대한 시민들의 모든 불만과 문의사항을 한곳에서 처리하도록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이런 방식은 이미 시카고, 볼티모어, 댈러스에서 시행중이다.

블룸버그 시장은 이 업무를 지노 멘치니 뉴욕시 정보기술국장에게 맡겼다. 멘치니 국장은 전화와 컴퓨터 선을 깔고 응답요원 201명을 배치해 하루 24시간 상시 운영하는 시민서비스센터를 만들었다. 센터 개설 초기비용만 2500만 달러(약 300억원)나 돼 시의회 의원들의 불평을 사기도 했다. 뉴욕시 각 부서의 내년 예산은 줄었지만 유독 정보기술국은 이 업무가 추가돼 예산도 770만 달러나 늘어났다. 뉴욕시는 시의 웹사이트에도 눈에 잘 띄는 자리에 ‘311센터’를 안내하는 문구를 넣는 등 공을 들이고 있다.

하루 8000여건 ‘소음공해’가 최다



이 같은 홍보 덕인지 시민들의 이용이 활발해져 앞으로 3개월 내에 요원 100명이 추가로 배치될 예정이다. 빈센트 라파둘라 시장 수석고문은 “이것은 블룸버그 시장의 최대 역점사업”이라며 “311 개설은 행정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사업으로 10년쯤 후에는 ‘시민의 삶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311로 전화를 걸면 “위급상황이면 911로 전화하라”는 녹음방송이 나온 뒤 약간의 안내를 거쳐 응답요원에게로 연결된다. 시민들은 이 전화를 통해 뉴욕시와 관련된 모든 불만을 신고하면 시 당국에 문의나 요청 등을 할 수 있다. 뉴욕 이외의 지역에서는 212-639-9675로 전화하면 된다. 다민족 도시답게 서비스되는 언어도 170가지나 된다. 311로 걸려오는 전화는 하루 평균 8385건.

센터 출범 이후 한 달여 동안 접수된 불만신고를 살펴보면 오늘의 뉴욕 시민들이 어떤 삶을 영위하고 있는지가 엿보인다. 뉴욕 시민들의 가장 큰 불만은 ‘소음공해’다. 소음에 대한 불만을 호소한 전화는 전체 불만 및 문의 건수 4만2639건의 48%나 됐다.

이어 △금연에 대한 불만 및 금연법 문의 △주차한 차에 막혀 차가 나갈 수가 없다는 신고 △교통신호등 고장신고 △소득세 신고 문의 △팟홀(pot hole·움푹 패인 길바닥)에 대한 불만 △에어컨 폐기방법 문의 △세입자와 집주인의 분쟁 △고장난 가로등 신고 등 순으로 많았다. 시에서는 이 밖에도 동네 도서관의 업무시간 확인이나 쓰레기 수거 일자와 종류에 대한 문의에서부터 시장에게 한마디 남기는 것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다룬다고 안내하고 있다. 심차 펠더 시의원은 “일반 시민들이 화가 식어 불만을 잊어버리기 전에 즉시 이야기해 시정에 반영할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고 311센터의 의의를 말했다.

4월부터 뉴욕시는 식당과 술집에서도 전면적인 금연을 실시했다. 이를 위해 뉴욕시는 3만5000명에게 6주일치의 금연패치를 무료로 공급했는데, 이 역시 311센터를 통해서 이루어졌다. 그런가 하면 이곳에서는 바가지요금도 신고받는다. 뉴욕시 소비자보호과에서는 부활절 연휴를 앞두고 “연휴 기간중 가격을 올려 받는 음식점이나 음식판매대가 있으면 311센터로 신고하라”고 안내했다. 녹음된 신고전화는 소비자보호과로 전달된다.

“비상시엔 911, 불만신고는 311”

퇴근시간 맨해튼 사거리에서 교통정리를 하는 뉴욕 경찰(왼쪽). 월드 트레이드 센터 재건 기자회견장에서 설명을 듣고 있는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맨 왼쪽).

블룸버그 시장은 며칠 전 ‘뉴욕에 팟홀이 많다’는 지역신문 기사를 보고 소리를 질렀다. “팟홀을 보면 어떻게 하면 되죠? 311로 전화를 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 다음 날이면 싹 고쳐질 텐데…. 이젠 사람들이 팟홀에 대해 불평하는 것에 지쳤어요.”

블룸버그 시장으로선 311센터가 얼마나 편리한지를 자랑하고 싶었겠지만 사실 뉴욕 시민들에게 팟홀은 골치 아픈 문젯거리다. 블룸버그 시장의 발언에 대해 뉴욕의 한 신문은 이렇게 지적했다. “좋아요. 겨울 추위가 대단했지요. 눈도 많이 왔고요. 얼었다 녹았다 하니까 팟홀이 많이 생길 수밖에 없겠죠. 눈을 치운다. 쓰레기를 치운다. 그 지겨운 팟홀을 메운다! 정치는 가장 지역적인 것이라고 왕년의 정치인 토머스 오닐이 말했죠. 그리고 팟홀보다 더 지역적인 것은 없답니다.”

새로운 관리 시스템으로 활용

로어맨해튼에 있는 약 1200평의 ‘311센터’로 걸려오는 전화들은 대체로 세 가지 방법으로 처리된다. 답변하기 가장 쉬운 질문은 시청 각 부서의 전화번호에 대한 문의. 상담요원이 번호를 가르쳐주거나 직접 연결해준다. 간단한 정보 또는 불만 접수는 마우스를 클릭하기만 하면 해결된다. 동물원 개장시간 문의나 팟홀 신고 등이 이런 종류. 더 복잡한 불만이나 문의는 센터 내의 전문가를 바꿔주거나 시청의 담당부서로 연결해준다. 상담에만 45분씩 걸리는 세금문제가 이런 경우다.

이중에서도 뉴욕시가 특히 주목하는 전화는 소음, 교통 등 시민의 삶의 질과 관련된 불만들이다. 이들을 즉시 처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담당구역 책임자가 리얼타임으로 이런 정보들을 접하고 대응하도록 시스템을 갖추겠다는 것이 블룸버그 시장의 생각이다. 결국 ‘311 시스템’을 시와 시 공무원의 새로운 관리 시스템으로 활용하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예를 들어 경찰은 311 전화를 통해 어느 지역에서 어떤 유형의 불만이 많이 제기되는지를 범죄 통계의 한 종류로 활용하게 된다.

블룸버그 시장은 지난해 시정연설에서 311센터 추진방안을 밝히면서 “시민들은 다목적 전화번호를 통해 빠르고 효율적으로 시 정부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시민들의 사소한, 그러나 직접적인 불만들을 파악하고 해결해가는 과정은 블룸버그가 말하는 행정개혁의 중요한 부분인 것이다.





주간동아 384호 (p56~57)

홍권희/ 동아일보 뉴욕 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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