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72

2003.02.20

눈 밝아지는 라오스 술 아시나요

50여 가지 약초로 만든 라오왕가 秘傳 ‘맥스 빔’ … 여러 질환 치료효과 현지에선 ‘기적의 술’

  • 안영배 기자 ojong@donga.com

    입력2003-02-13 15: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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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 밝아지는 라오스 술 아시나요

    맥스 빔을 제조, 판매하는 라오스의 김모세 사장. 맥스 빔에는 상황버섯(작은 사진 오른쪽)을 비롯해 50여 가지의 약초가 원료로 쓰인다.

    ”40년 애주가 경력에 이런 술은 처음입니다. 50도짜리 독주라 마시면 분명히 취기가 오르는데 어찌된 일인지 다음날 술이 깬 뒤에도 머리가 아주 맑아요. 게다가 왼쪽 눈이 뿌옇게 보이는 백내장 증세가 있어 수술 날짜까지 받아놓았는데, 라오스에서 제조된 이 술을 마시면서 눈이 계속 밝아지는 바람에 수술을 미루고 있을 정도입니다.”

    태국 방콕에서 만난 김병득 박사(63·가정의학 전문의)의 ‘맥스 빔’(MAX-VIM) 체험담이다. 방콕과 치앙라이 등지의 태국 교민들 사이에 ‘눈 밝아지는 술’ 혹은 ‘정력주’로 소문난 맥스 빔에 대해서는 2년 전 기자가 태국을 방문했을 때도 들었다. 당시는 과장된 술 광고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2년 후 다시 방문해보니 한국인 의사마저 맥스 빔의 ‘신화’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은가.

    한국에서 위스키를 즐겨 마시던 김병득 박사가 이 라오스산 술을 만나게 된 것은 형 김병호 박사(전 유엔FAO수석고문관·소설가)를 통해서다. 현재 태국 북부지역인 치앙라이에 거주하는 김병호 박사는 우연찮게 맥스 빔을 접하면서 침침하던 눈이 밝아지고, 나이와 함께 사라졌던 ‘리비도’도 되살아나는 신기한 체험을 하게 된 것. 그래서 한국을 방문한 길에 동생에게 맥스 빔 예찬론을 폈다. 참새가 방앗간을 어찌 그냥 지나치랴, 애주가 동생은 한달음에 태국으로 가 현장 체험을 한 것이다.

    한국 교민이 운영 … 50도 위스키

    눈 밝아지는 라오스 술 아시나요

    메콩강변의 수상 음식점. 태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맥스 빔 위스키.

    당시는 이 술이 태국에서 법적으로 유통 허가를 받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태국의 상류층 교민들이 쉬쉬하면서 마셨으나 지금은 태국정부로부터 정식 허가를 받아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흥미롭게도 이 술을 제조, 판매하는 사람 역시 한국 교민이다.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에 거주하는 김모세 사장(53)이 그 주인공. 사회주의 국가인 라오스에 두 개밖에 없는 술제조 공장 중 하나가 바로 그의 소유인데, 유일하게 그의 술만이 외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

    김사장을 만나보기 위해 라오스로 가기로 했다. 라오스는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미얀마, 중국에 둘러싸여 있는 내륙국으로 육로나 비행기를 통해서만 입국할 수 있다. 방콕에서 기차로 12시간을 달려 태국 국경지대인 농카이에 도착, 간단한 입국 서류를 작성한 뒤 ‘우정의 다리(싸판 밋따팝)’를 건너 라오스 땅을 밟았다.

    국경선을 넘자마자 태국과는 너무나 다른, 그러나 어딘지 낯이 익은 풍경들이 펼쳐졌다. 마치 50여년 전의 한국으로 되돌아간 듯한 느낌이었다. 1인당 국민소득이 350달러 내외로 세계 최빈국에 속하는 라오스는 농약이 너무 비싸 벼농사에 농약을 쓰지 못하는, 가장 친환경적인(?) 국가이기도 하다. 여기서는 과일도 그저 먼지만 툭툭 털어 껍질째 먹고, 현지인들은 수돗물도 그냥 마신다. 가난이 부여하는 자연미라고나 할까.

    비엔티안 인근에서 술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김사장은 기자를 만나자마자 대뜸 맥스 빔 한 잔을 권하면서 라오스를 떠나기 전까지 매일 커피 한 잔 분량만큼만 마셔보라고 했다. 그 효능은 직접 체험해봐야 안다는 것이다. 진한 약초 맛이 처음에는 이상했으나 조금씩 계속 들이켜보니 50도짜리 위스키의 일종이었다.

    두주불사형인 김사장이 이 술을 만나게 된 경위도 극적이다. 워낙 술을 좋아해 세계 각국의 명주를 즐겨 수집하던 그가 라오스에 들렀다가 우연히 옛 라오스 왕족 출신의 사람을 만난 것이 주류계에 뛰어든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고 한다.

    눈 밝아지는 라오스 술 아시나요

    술 공장 지하 탱크에 ‘모셔진’ 맥스 빔 원액. 술 공장 안에 있는 대나무 술통(위부터).

    “술친구로 삼은 라오스 사람이 친해지자 자신이 라오스가 1975년 공산화되기 이전의 라오왕족이라면서 라오왕가에서도 극소수에게만 전수되는 비전의 술 제조법을 얘기해주더군요. 왕들이 자손의 번성을 위해 마시던 술이라고 해서 정력주라고 알려진 이 술은 여러 질환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면서….”

    처음에는 김사장도 이를 믿지 않았다고 한다. 김사장이 “술은 술일 뿐이지 건강에 좋은 술이 세상에 어디 있겠느냐”며 못 믿겠다는 투로 말하자, 라오왕족은 “직접 마셔보면 될 것 아니냐”며 권하더라는 것. 그렇게 해서 만들기 시작한 맥스 빔은 김사장의 술에 대한 관념을 확 바꾸어놓았다. 깨알같이 씌어진 성경의 글자들을 읽기 위해 돋보기를 사용했던 그가 어느날인가부터 돋보기 없이 성경을 읽기 시작했고, 새벽이 되면 20대의 정력이 살아나는 등 신기한 체험을 하게 된 것. 김사장은 바로 술 제조사업에 뛰어들었다.

    “이 술을 제조하는 데는 무려 50여 가지의 약초가 재료로 이용되고, 좋은 물을 사용해야 합니다. 흥미롭게도 라오스는 무더운 기후지만 라오스 전체 면적의 70%를 차지하는 산악지대는 해발 1500m 이상으로 한국의 가을 날 씨와 매우 비슷해 이곳에서 나는 약초들 또한 한국산과 거의 다를 바 없다고 보면 됩니다. 오히려 천연약재라 재배약초보다 효능이 뛰어날 겁니다. 실제로도 상황버섯과 송이버섯 등은 바로 이웃의 캄보디아산과는 확실히 차이가 나고, 한국과 일본으로 비싼 값에 팔려나가고 있지요.”

    김사장은 제조비법이라서 다 공개할 수 없지만 맥스 빔에는 한국에서도 그 효능이 익히 알려진 산딸기, 오미자, 감초, 지황 등의 한약재 외에 로이벳, 창라이 등 라오스 특유의 약초, 그리고 값이 비싸 잘 쓰지 못하는 연씨(연꽃의 씨앗), 상황버섯 등이 재료로 들어간다고 밝혔다.

    치료효과 의학적 검증 아직 없어

    특히 암 예방 및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상황버섯의 경우 국내에서는 값이 비싼 데다 구하기도 힘든 상태다. 그런데 라오스에서 품질이 뛰어난 상황버섯이 산출된다는 것이 태국까지 알려지면서 현재 한국인 관광객들의 귀국 선물용으로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물론 라오스산 상황버섯을 공급하는 이도 김사장. 술 재료로 쓰기 위해 모아놓은 상황버섯이 묘하게도 술 공장 운영 비용을 충당하는 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아무튼 현재 150여명이 거주하는 라오스 교민 사회에서도 이 술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무엇보다 눈이 밝아지고, 정력이 세지며, 술을 마시고 나서도 깨어날 때 머리가 아주 맑다는 것 등이 공통된 반응이었다.

    기자는 라오스에서 다시 방콕으로 나오는 길에 태국에서 맥스 빔을 가장 많이 마셨다는 정모 박사(54)를 찾아보았다. 한국에서 지방국립대 경제학 교수를 지내다가 태국으로 건너가 ‘한국관’이라는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정박사는 지난 30년간 매일 소주 1병씩 마시는 주력을 자랑하다가 지금은 소주를 끊고 맥스 빔에 푹 빠져 산다고 소문나 있었다. 그는 “태국 교민들 사이에는 맥스 빔이 ‘기적의 술’로 불린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40대 중반의 한 여성은 생리가 끊어졌는데 이 술을 마신 다음부터 생리를 다시 시작했다고 얘기하고, 평소 늘 어깨가 결린다고 하던 사람이 이 술을 먹고 나았다고 하고, 관절이 쑤시거나 허리가 아프다던 사람들도 술을 마시고 나서부터는 안 아프다고 하거든요.”

    하도 여기저기서 맥스 빔에 대한 얘기를 듣다 보니 마치 맥스 빔이 만병통치약인 듯한 착각조차 들 정도였다. 그러나 의사인 김병득 박사는 이 술을 치료약처럼 생각해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한약재를 많이 사용해 일부 질환에 대한 치료적 효과를 기대할 수는 있으나 의학적으로 검증된 것은 아직 없습니다. 특히 심근경색이나 부정맥이 있는 사람들은 술을 마셔서는 안 된다는 게 기본 상식이지요. 다만 일반인들이 이왕 술을 마실 바에는 다른 술에 비해 맛도 좋고, 숙취가 없을 뿐더러 건강에도 좋다는 이 술을 권하고 싶습니다.”

    방콕 맨하탄 호텔에서 선물로 받은 맥스 빔을 들고 나오려는데, 호텔 책임 매니저가 이 술을 보더니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맥스 빔, 넘버 원! 나의 아내가 매일밤 즐거워하고 있습니다.” 태국인인 그도 이 술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뜻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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