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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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기를 동시에 ‘이색 경험’

  • 입력2003-02-13 10: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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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고 쓰기를 동시에  ‘이색 경험’
    강우현의 ‘나는 남이섬에 산다’(레종북스 펴냄), 권윤주의 ‘스노우캣 다이어리’(애니북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별나라)는 읽고 쓰기를 동시에 경험하는 책이다.

    레종북스의 이평동 기획실장은 ‘나는 남이섬에 산다’에 대해 “남의 일기에 덮어쓰는 다이어리”라고 표현했다. 일러스트레이터, 캐릭터 디자이너, 그림동화 작가 등 다양한 명함을 갖고 있는 강우현씨가 쓰고 그린 ‘남이섬 동자일기’는 너른 여백에 자신의 일기를 쓰는 새로운 형태의 책이다. 남이섬 지킴이를 자처하는 강우현씨는 남이섬에 살면서 얻은 추억을 먹물 그림과 아포리즘 형태의 문체로 표현했다. 이런 식이다. “남이가 날 불렀나? 내가 남이를 찾았나?” “사람은 시간을 보며 산다. 그러나 시계는 사람을 보지 않고도 산다.” 때로는 무언의 그림일기로만 채워지기도 한다. 독자들은 책장을 넘기다 자연스럽게 회색빛 재생용지 위에 뭔가 끼적거리고 싶어진다. ‘나는 남이섬에서 산다’가 독자의 손길을 기다리는 미완성작이라면, 나란히 출간된 먹물에세이 ‘포인트 스토리’는 완성품 그림일기.

    ‘스노우캣 다이어리’는 귀차니즘을 유행시킨 권윤주씨의 작품이다. 이 책에서는 스노우캣 홈페이지에서는 더 이상 볼 수 없는, 베개처럼 생긴 이 앙증맞은 고양이의 초기 모습을 볼 수 있어 마치 옛일기를 꺼내 보는 기분이 든다. 이 책 역시 그림과 글씨로 채워진 부분보다 여백이 더 많다.

    ‘어린 왕자’는 독자 스스로 책을 완성하는 DIY북임을 자처한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전문을 수록하면서도 일기장, 메모장, 수첩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편집했다. 단행본이라기보다 팬시노트에 가깝다. 글그림 출판사는 ‘별나라’ 브랜드로 이와 같은 DIY팬시북을 계속 펴내기로 했다.

    독자의 손길이 닿지 않으면 결코 완성될 수 없는 책들, 읽다 보면 저절로 저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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