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65

2002.12.26

미국 대통령 1등에서 꼴찌까지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입력2002-12-20 09: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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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대통령 1등에서 꼴찌까지
    대통령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일까. 국민의 감시와 평가다. 결과는 다음 선거에서 표로 나타난다. 그러나 국민은 대통령이 열심히 일하고 있는지, 누구를 만나는지, 행정조직을 장악하는 리더십이 있는지, 도덕적인 판단을 내리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믿었던 지도자의 무능 혹은 부도덕함으로 뒤늦게 분노하고 후회하지만, 다시 선택의 기회가 왔을 때 여전히 감성적 판단을 내리기 일쑤다. 나이, 외모, 건강, 학벌, 종교, 지역성과 같은 외형적 이미지에 좌우되는 것이다.

    ‘대통령학’이 발달한 미국에서는 역대 대통령에 대한 평가작업이 매우 활발하다. 누가 가장 성공한 대통령인가, 누가 가장 실패한 대통령인가 끊임없이 묻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다음부터 이런 대통령을 뽑고, 저런 대통령을 뽑지 말자는 의미에서다.

    가장 단순한 평가방식으로 일반 대중에게 ‘가장 위대한 미국 대통령 3명’을 묻는 여론조사가 있다. 비슷한 조사가 국가적 차원에서 실시된 적도 있다. 1945년 7월 덴버 대학의 전국여론조사국이 미국 전역의 일반인을 대상으로 미 역사상 가장 위대한 사람(2, 3명)을 꼽도록 했는데, 특별히 대통령으로 한정하지 않았음에도 응답의 상위 12명 가운데 7명이 대통령이었다. 문제는 이 방식이 객관적이지 않다는 데 있다. 평범한 국민들은 대통령의 업무능력을 평가할 만큼 지식이 충분치 못하고 특히 과거사일수록 객관성이 떨어진다. 이런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학자들은 항상 새로운 대통령 평가법을 궁리한다.

    평가전문가인 찰스 F. 파버와 리처드 B. 파버의 공저 ‘대통령의 성적표(The American Presidents Ranked By Performance)’는 역대 미국 대통령에 대한 최신 평가(2000년)이며, 철저하게 대통령의 업적에 기초해 분석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평가는 외교를 비롯한 대외업무, 국내외 각종 문제 및 사업에 관한 업무, 행정부와 정부 내 관련 업무, 지도력 및 의사결정과 관련된 업무의 수행능력과 개인적 성격 및 도덕성 등 크게 5개 영역에서 이루어졌다.

    5개 영역별로 다시 10개의 하부영역을 제시하고 긍정적일 때는 +1~2점씩, 부정적일 때는 -1~2점씩 주도록 했다. 각 영역별 만점은 20점, 최하 점수는 -20점, 이 점수를 합산하면 -100점부터 +100점까지의 점수가 나온다. 이 방식을 따르면 대상이 된 39명의 미국 대통령 가운데 1등과 꼴찌가 정확히 점수로 가려진다.



    결과부터 보면 각 영역별로 고른 점수를 얻은(지도력 부문에서는 20점 만점) 링컨 대통령이 종합 78점으로 1위, 이어 1점 차로 워싱턴이 2위, 윌슨과 루스벨트가 76점으로 나란히 3위를 차지했다. 5위인 제퍼슨은 70점으로 3위와의 격차가 크다. 최근 대통령 가운데 클린턴이 41점으로 18위, 포드 대통령은 2점을 받아 간신히 긍정적 평가 대열에 끼였다. 34위인 레이건은 -4점, 36위 닉슨은 -6점이며 꼴등은 그랜트로 -42점이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두 저자는 평가 결과 상위 10위까지의 대통령들이 대부분 모든 종류의 여론조사에서 10위 안에 든 인물이나, 제임스 먼로의 경우 이 평가에서 처음으로 10위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가장 뛰어난 행정부를 이끌었던 먼로 대통령이 과소평가된 이유는 그가 평화와 번영과 안정의 시기에 대통령직을 수행했기 때문으로 해석한다. 반면 가장 과대평가된 대통령은 제임스 포크. 그는 정복을 통해 미국 영토를 확장한 공로로 언론과 역사가들로부터 항상 높은 점수를 받아왔지만 실제 업무수행 능력은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았다. 전임자의 카리스마에 가려 손해를 보는 대통령도 있다.

    이처럼 대통령은 무덤에 간 후에도 평가를 받는다. 한 세대의 눈은 가릴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 냉정한 역사의 심판이 기다리고 있다. ‘대통령의 성적표’는 우리에게 이성의 눈으로 대통령을 평가하라고 주문한다. 외교적 수완을 발휘해 국가의 이익에 반하는 전쟁에의 개입을 막았는가, 꼭 필요한 전쟁에서 국민을 효과적으로 지도하여 승리하였는가, 건실한 경제를 유지시키고 부실한 경제를 개선시키기 위해 효과적인 정책을 폈는가, 의회로 하여금 트러스트, 독점, 지주회사를 규제하는 법안을 제정하도록 했는가, 자연자원 보존과 홍수 통제 및 환경보호에 앞장섰는가, 성·인종· 종교·국적·장애에 구애받지 않고 능력 있는 사람들을 임명했는가.

    저자들이 제시한 각종 지표를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5년 뒤 우리는 새 대통령을 포함한 역대 대통령들의 성적을 다시 내야 한다. 1등에서 꼴찌까지.

    대통령의 성적표/ 찰스 F. 파버, 리처드 B. 파버 지음/ 김형곤 옮김/ 혜안 펴냄/ 620쪽/ 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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