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62

2002.12.05

“살 너무 빠질까봐 오히려 걱정이에요”

첨단 과학 응용한 비만관리법 화제… 우주비행사 유산소운동기구 바쿠 도입 ‘효과 만점’

  • 안영배 기자 ojong@donga.com

    입력2002-11-28 17: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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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 너무 빠질까봐 오히려 걱정이에요”

    우주선 내에 설치된 ‘바쿠’가 비만 치료용으로 개발됐다. 바쿠는 용해된 지방을 체외로 배출시키는 효과가 있다.

    무중력 공간인 우주를 여행하는 비행사들에게 가장 큰 골칫거리는 혈압 조절 문제다. 우주선을 타고 있을 때 머리 쪽 혈압이 높아져 얼굴이 부풀어오르며, 허리의 혈액이 가슴으로 이동하면서 허리둘레가 6∼10cm 줄어들고, 양쪽 다리 역시 혈액이 지구에 있을 때보다 1ℓ 정도 줄어든다고 한다. 그래서 우주비행사에게는 혈액순환을 원활히 해주는 유산소운동과 다리에 비중이 실리는 운동이 권장된다.

    문제는 좁은 우주선 안에서 비행사들이 이 같은 운동을 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 때문에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는 혈액순환을 원활히 하면서 동시에 다리에 비중이 실리게 하는 특수한 기기(VACUSTYLER·일명 바쿠)를 우주선 내에 장착해 비행사들의 건강을 돌보고 있다. 독일 의료기기 제조회사(Weyergans High-Care)가 개발해낸 ‘바쿠’(사진 참조)는 하루 30분 정도 그 속에 들어가 누워만 있어도 유산소운동이 저절로 된다고 한다.

    지방질 분해시켜 체외 배출

    최근 이 독일산 기기가 한국에 처음으로 도입됐다. 그것도 비만 치료용으로. 우주비행사의 건강관리를 위한 바쿠가 비만증 치료와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을까. 비만 전문 클리닉인 심스클리닉(www. spinekorea.com) 심제성 원장의 말.

    “비만환자에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지방질이 분해가 안 돼 특정 부위에 축적됨으로써 합병증 등 건강상 문제를 일으킨다는 점입니다. 놀랍게도 우주비행사들이 사용하는 이 기기가 인체 내에 충분한 산소를 공급하는 한편, 혈액순환을 촉진시켜 림프선을 통해 지방을 배출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증명됐습니다. 우주비행사들치고 비만에 시달리는 사람이 없는 이유도 바로 이 효과 덕분이지요.”



    이는 독일에서 발표된 논문에서도 확인된다. 1998년 독일 괴팅겐대학 막스-플랑크(MAX-Planck) 연구소 팀이 963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이 기기에 대한 임상실험을 한 결과 매우 만족할 만한 비만 치료효과가 나타났다는 것(독일 T&E Dermatology 학회지 1-2, 1998).

    “살 너무 빠질까봐 오히려 걱정이에요”
    바쿠를 국내에 소개한 의료기기 업체인 ‘㈜유로시스 코리아’(대표 김성우)의 관계자는 “바쿠는 원래 우주비행사들의 건강을 돌보기 위해 개발됐지만, 독일인 의사 케테크레프트 바이어간스 박사와 루돌프 바이어간스 박사 팀에 의해 비만·피부노화·말초혈행 장애 등을 치료하는 하이케어 시스템(High-Care System)의 중요 치료수단으로 자리잡게 됐다”고 밝혔다.

    이 하이케어 시스템을 국내에 도입, 비만환자들에게 적절히 응용하고 있는 곳이 바로 강남구 삼성동의 심스클리닉이다. 따라서 이 병원의 비만치료는 국내 다른 비만치료 기관과는 차별되는 독특한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먼저 비만환자는 의사와의 진료 상담을 시작으로 ‘BCT 검사(생물학적 나이 검사)’를 받는다. 이는 환자의 소변과 혈액, 타액을 채취해 현재의 ‘신체 나이’를 측정하는 검진법으로, 실제 나이에 비해 몸이 얼마나 노화돼 있는지 등 신체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다. 환자는 하이케어 시스템에 따라 비만관리를 하면서 정기적으로 BCT 검사를 받아 자신의 신체 상태를 객관적으로 확인해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세밀한 혈액 진단에 들어간다. 비만환자 혈액의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박테리아 등의 상태(Live Blood Condition)를 극초미세 현미경으로 관찰해보면 어떤 식생활이나 생활습관이 비만의 원인이 되고 있는지 찾아낼 수 있다는 게 심원장의 설명.

    “비만환자가 지방질을 과다 섭취했을 경우 지방분해 효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해 혈관 속에 지방이 떠다니는 모습이 보이고, 비만환자가 철분이 부족하거나 납과 같은 중금속에 오염됐을 경우는 피 속의 적혈구가 뻥 뚫려 마치 ‘도너츠’처럼 보입니다. 또한 고혈압 같은 합병증까지 있을 경우는 혈소판이 뭉쳐서 떠다니는 혈전현상도 나타납니다. 이렇게 피에 대한 형태학적 분석을 해보면 원인이 규명 되므로 바른 식생활 습관법이나 운동 처방을 내릴 수 있는 것입니다.”

    생물학적 나이 검사와 혈액 검진을 마친 환자는 이어 골격구조 검사에 들어간다. 이는 잘못된 체형을 바로잡아 주기 위한 검진. 살을 빼 날씬한 몸을 만드는 것은 물론, 체형을 바로잡아 멋진 몸매까지 만드는 게 하이케어 시스템의 독특한 비만관리법이기도 하다.

    “살 너무 빠질까봐 오히려 걱정이에요”

    우주비행사의 건강관리법을 응용한 ‘하이케어시스템’을 국내에 도입한 심스클리닉 심제성 원장

    이렇게 총체적인 진단을 마치면 본격적으로 비만치료에 들어간다. 각각의 비만환자 상태에 따라 개별적으로 식생활 처방 및 운동요법, 체형조절 체조 프로그램 등이 제시된다. 흥미로운 것은 식생활 처방의 경우 “먹지 말라”가 아니라 “이런 것을 먹어라” 하는 쪽으로 유도한다는 점. 그리고 체형을 조절해야 할 필요가 있는 환자는 일주일에 두 번 정도 골격구조 조정 치료를 받는다. 이는 한 번에 20~25파운드의 압력이 분출되는 ‘총(Biomechanic Gun)’을 환자의 척추 골격에 쏘아주는 것으로 목과 허리, 골반의 균형을 잡아주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와 함께 주사요법이 병행된다. 심원장은 특수한 약물(국가기관에서 인정한 의료 약물이지만 노하우라서 밝힐 수 없다고 함)을 피하지방에 주사해 큰 덩어리의 지방질을 용해시킨다고 한다.

    이어 용해된 지방을 체외로 배출하는 순서. 하이케어 시스템의 하이라이트인 ‘바쿠’가 이때 사용된다. 환자는 발에서 배꼽 부위까지를 바쿠 속에 집어넣은 뒤 30분 정도 가만히 누워 있으면 된다. 그러면 컴퓨터 시스템에 의해 바쿠 안에서 음압력과 양압력이 작동된다. 음압력은 혈액과 산소를 다리로 빨아들이는 역할을 하고, 양압력은 다리에서 사용된 혈액과 노폐물을 정맥과 림프관을 통해 몸통으로 운반하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혈액순환이 이뤄지면 신진대사가 활성화돼 인체 내 유해한 독소 및 용해된 지방이 배출·제거된다는 원리다.

    바쿠와 함께 ‘이온화된 활성산소 흡입법(Iono-Care)’도 비만치료에 이용된다. 이온화된 활성산소를 산소 마스크를 통해 코로 흡입하면 비만치료 외에 인체의 산성화 방지, 피부노화 방지, 면역력 증가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환자는 처진 배나 주름진 피부를 건강하게 되살려주는 ‘슬라이드 스타일러(Slide Styler) 요법’을 받게 된다.

    “살 너무 빠질까봐 오히려 걱정이에요”

    이온화된 활성산소 흡입법(왼쪽).특정 부위의 지방을 용해시키는 약물 주사요법.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이렇게 하이케어 시스템을 받으면 날씬한 몸은 물론 탄력 있는 피부까지 갖게 된다. 환자마다 다르지만 보통 3개월, 6개월 코스가 기본. 또 비만환자가 하이케어 시스템에 참여하면 주름살 제거 수술은 서비스 수준에서 제공받을 수 있다. 이런 비만관리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대체 얼마나 살이 빠질 수 있을까? 심원장의 말.

    “이 시스템을 도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환자들에 대한 임상치료가 많지 않지만 환자들이 매우 만족해하는 편입니다. 오히려 살이 한꺼번에 너무 빠져, 요요현상을 우려해 1개월에 3kg만 빼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자기 몸무게의 5∼10%만 빼는 것이 건강한 몸매와 피부를 유지하는 바람직한 다이어트 요법이기 때문이지요.”

    심원장은 ‘하이케어 시스템’이야말로 첨단 과학을 동원한 비만관리 프로그램이라고 말한다. 그의 말대로라면 최첨단 우주공학을 비만치료에 적용시킨 하이케어 시스템이 혹시 ‘그냥 누워 있어도 살이 빠진다’는 식으로 비만환자의 게으름마저 부추기지나 않을까 우려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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