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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과 싸우는 ‘시민운동 사령관’

여중생사망사고범국민대책위 김종일 공동집행위원장

  •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팀 기자 shamora@donga.com

주한미군과 싸우는 ‘시민운동 사령관’

주한미군과 싸우는 ‘시민운동 사령관’

여중생사망사고 범국민대책위 김종일 공동집행위원장은 주한미군 관련 시민운동의 대부로 불린다.

11월20일 관제병 페르난도 니노 병장 무죄 판결, 뒤이어 22일 운전병 마크 워커 병장 무죄 판결. 이로써 6월13일 경기 양주군 56번 지방도에서 발생한 여중생 신효순(14), 심미선(14)양 미군 궤도차량 압사사고는 ‘피해자는 있으되 가해자는 없는’ 사건으로 남게 됐다. 미국 형사법 체계상 피고에게 평결이 내려진 경우 검찰은 이를 상급법원에 항소할 수 없다. 판결을 뒤집을 만한 결정적인 새 증거가 나오지 않는 이상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따라 재심 또한 기대하기 어렵다.

월드컵 기간에 발생해 자칫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묻힐 뻔했던 이번 사건을 이렇듯 엄청난 폭발력을 가진 사안으로 확대시킨 것은 100여개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미군 장갑차 고 신효순, 심미선양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 15명의 상임대표와 6명의 공동집행위원장들이다. 이 가운데서 범대위 집회를 현장에서 이끌고 있는 ‘야전사령관’은 주한미군 관련 시민운동의 대부로 불리는 김종일 공동집행위원장(44)이다.

20여년간 운동가의 삶 … 한·미 불평등 사슬 끊기 총력

“사건 발생 이후 정부는 미군측이 충분히 성의를 보여줬다고 강변해왔습니다. 미군기지 안에서 촛불 추모행사를 열고, 주한미군 사령관과 대사가 사과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결국 겉치레에 불과했다는 것이 이번 재판 진행 과정에서 그대로 드러나지 않았습니까.”

김위원장은 “설마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선 1심에서는 유죄가 선고된 뒤 이들이 항소하면 미국 현지에서 벌어지는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풀려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는 것.



범대위측이 주장하고 있는 이번 재판의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피고에게 동료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는 현직 주한미군 하사관들 위주로 구성된 배심원단의 성격 문제. 다른 하나는 미군 검찰이 사건에 임하는 태도가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김종일 위원장은 “한마디로 사건의 진상이나 책임 소재를 분명히 가리기 위한 재판이라기보다는 피고인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요식 행위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범대위는 크게 세 가지 요구사항을 내걸고 항의시위를 하고 있다. 니노 병장과 워커 병장에 대한 재판권의 이양과 한국 법원에서의 재심리, 부시 미국 대통령의 공식 사과, 현행 한미행정협정(SOFA)의 전면 재개정이 그것이다. 10만명 규모의 대형집회와 백악관 항의시위도 계획하고 있다. “이 사건에 대한 국민적 저력을 보여주어 주한미군의 위상 자체에 근본적 질문을 던지게 하는 계기를 만들고자 한다”는 것이 김위원장의 말이다.

“한국 정부는 이번 사건에 있어 거의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우리 정부가 최소한의 의식이라도 있다면 하루빨리 SOFA 재개정 협상에 나서야 합니다. ‘반미’라는 이름으로 편협하게 매도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자존심을 생각해야지요.”

1980년대 학생운동을 시작으로 ‘운동가’의 삶을 걷기 시작한 김위원장은 이후 지역빈민운동과 87년 민주화운동을 거쳐 93년 전국연합 서울지역 자주통일위원회 위원장으로 주한미군 관련 운동에 참여했다. 이후 99년 ‘불평등한 SOFA 개정 국민행동’ 집행위원을 지냈으며, 2000년에는 매향리 쿠니 사격장 현지에 상주하며 사격장 폐쇄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6개월 가량 수감생활을 하기도 한 김위원장의 현재 공식 직함은 ‘용산미군기지반환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

김위원장은 재판 결과가 나오고 다시 논란이 확산된 뒤 며칠째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 “가족이 걱정하지는 않느냐”는 질문에 “결혼한 지 20년 된 아내도 같이 활동하고 있다”며 웃는 그의 목소리는 쉬어 있었다. 지방사회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딸 슬기씨까지 ‘운동가 집안’이라는 그의 목소리에서 고단함과 자부심이 동시에 묻어났다.



주간동아 362호 (p10~10)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팀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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