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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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곡동 세입자들 ‘우울한 여름’

  • < 사진 / 김형우 기자 > free217@donga.com / < 글 / 최영철 기자 > ftdog@donga.com

    입력2004-10-01 17: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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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곡동 세입자들 ‘우울한 여름’
    “이제 또 어디로 가야 하나.”

    빛이 크면 그림자도 큰 법이라 했던가. 대한민국 최고의 노른자위, 21세기 부동산 투기의 주역인 서울 강남구 하고도 도곡동에 때아닌 한여름 ‘삭풍’이 불고 있다. 수천명의 투기꾼 중 수십명이 세무조사를 받는다고 하지만 오히려 이 삭풍의 최대 피해자는 재건축 아파트의 세입자들.

    매년 서너 번씩 집주인이 바뀌고 불과 2년 사이 집값은 5~6배 가량 뛰었지만 자신들에게 돌아온 것은 ‘퇴거명령’뿐이다.

    그동안 투기꾼들의 ‘경비원’ 역할만 열심히 해준 셈.

    “아직도 그럭저럭 살 만하고 건물도 튼튼한데, 안전도 검사가 조작됐다는데…. 건설교통부에서 새로 안전도 검사를 하고 재건축을 미룰 순 없나.” 온갖 ‘억측’을 하며 그대로 살고 싶어하지만 도곡동 재건축 아파트 세입자들은 곧 정들었던 ‘삶의 터전’을 떠나야 한다. 최근 발표된 재건축 기준 강화 발표도 그들에게 닥친 불행을 막아줄 수는 없다.



    “도대체 누가 이렇게 만들어 놓았습니까. 투기꾼들은 모두 실세들과 연줄이 있는 사람들일 겁니다.” 이들 세입자는 아파트 분양권 전매 허용,

    재건축 기준 완화, 양도소득세 인하 등 주택경기 부양정책을 펴며 이들 투기꾼에게 ‘합법적 투기의 길’을 열어준 게 누구냐고 되묻고 있다.

    8월26일 정부는 지금까지 풀어놓았던 주택경기 부양정책을 모두 거둬들이는 부동산 가격 안정책을 발표했다. 지금 한국의 서민들은 DJ 정부에게 큰소리로 묻고 있다. 과연 누구를 위한 주택경기 부양이었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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