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46

2002.08.08

재벌가 ‘폐암 공포’에 더위도 ‘싹’

  • 최영철 기자

    입력2004-10-11 16: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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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벌가 ‘폐암 공포’에 더위도 ‘싹’
    최근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이 폐암으로 사망하면서 재계에 폐암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국내 재벌가(家)의 폐암과의악연은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44세의 나이로 타계한 SK그룹 창업주 최종건 회장, 그 동생인 최종현 회장(68세 사망), 삼성그룹의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이 모두 폐암으로 목숨을 잃었고, 그 아들인 이건희 삼성그룹회장도 지난 99년 폐암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암은 어쩔 수 없다고 했던가. 이회장과 박회장 모두 세계 최고의 폐암 전문 병원인 미국 MD엔더스 병원까지 가서 수술을 받았지만 결과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이회장이 바로 쾌차한 반면, 같은 병원에서 수술받은 박회장은 암세포가 갑상선으로 전이되면서 끝내 숨을 거뒀다. 재계가 폐암 공포에 떨 수밖에 없는상황. 암이 가족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유전성 질환이라는 게 상식이 된 상황에서 그 가족들이야 오죽하겠는가.

    하지만 유전병과 유전성 질환은 개념이 엄연히 다르다. 유전병은 반드시 대물림되는 질병. 예를 들면 혈우병,적록색맹 등이 바로 그것이다. 반면 유전성 질환은 다만 가족력의 영향을 받는 질환으로 그 종류만 1만 가지가 넘는다. 암도 그중 하나일 뿐이다. 일반인보다 발병 확률이 2, 3배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설혹 폐암에 걸려사망한 가족이 있다 하더라도 미리 대비하면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다. 즉 가족력이 있어 변형된 유전자를 타고난 사람도 후천적 영향인 환경 요인이 가미되지 않으면 암세포가 발현할 확률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이야기다.

    우연의 일치일까. 이번에 숨을 거둔 박회장도 그렇고, 삼성의 이회장 모두 한때 ‘골초’였지만 담배를 끊은 경력이있다. 아주대의대 유전학클리닉 김현주 교수는 “가족력이 있는 사람이 담배를 심하게 피우거나,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는 등 후천적 자극이 계속될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그만큼 높아진다. 하지만 담배를 끊었다고 해서암에 걸리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왜냐하면 후천적 자극은 계속 몸에 축적되면서 암을 발현시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현대 사회에서 암을 유발할 후천적 자극의 종류가 너무 많고, 그것도 본인의 의지와무관하게 다가온다는 점이다. 간접흡연, 환경공해, 스트레스 등….

    환경공해가 없는 제품을 만들고, 정리해고를 줄이며, 금연 캠페인을 벌이는 등 재벌들이 시민운동에 적극 동참해야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암에 걸린 후 외국 병원에 가서 수술을 받을 것이 아니라 사회적 스트레스와 환경공해를 줄여가는 일, 그것이 바로 시민의 건강을 지킬 뿐 아니라 그들의 건강도 지켜주는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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