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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4강’… 해외 진출은 예선 탈락

빅리그 정보 어두워 이적협상 지지부진… 몸값 책정부터 ‘우물 안 개구리’ 수준 여전

  • < 기영노/ 스포츠평론가 > kisports@hanmail.net

‘월드컵 4강’… 해외 진출은 예선 탈락

‘월드컵 4강’… 해외 진출은 예선 탈락
지난 2002 한·일 월드컵축구대회에서 한국은 ‘월드컵 4강’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거뒀다. 정부는 성적과 대회운영 등에서 성공적으로 끝난 2002 한·일 월드컵의 성과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포스트 월드컵 대책위원회’를 만드는 등발 빠르게 후속 조치를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들은 어떤가. 내수(K-리그 관중 열기)에서 그런대로 재미를 보고 있으나, 수출(유럽 진출)은예상외로 부진하다. 겨우 16강에 머물렀던 일본이나 조 예선에서 한 골도 넣지 못한 중국 선수들이 오히려 활발하게 유럽 진출을 하고 있다. 왜 이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가장 큰 원인은 한국 축구의 지나친 뻥튀기 현상이다. 한국은 분명히 지난 월드컵에서 놀라운 성적을 거뒀다.세계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우승 후보 이탈리아 포르투갈 스페인을 차례로 꺾었을 뿐 아니라 준우승을 차지한 독일과도 대등한 경기를 벌였다. 물론 세계의 내로라 하는 스포츠 거상(에이전트)들도 그 경기를 모두지켜보았다. 이들이 이미 유럽에 진출해 있는 안정환(26·부산 아이콘스), 설기현(23·벨기에 안더레흐트) 선수 외에 3, 4명의 한국 선수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은 한국의 4강 진출 선수들보다 거스 히딩크 감독의 역할에 비중을 두고 있다. 한국팀은 홈어드밴티지(관중들의 응원과 더운 날씨, 심판들의 불리하지 않은 판정 등)와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한 조직력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예를 들어 브라질의 호나우두가 8골을 넣고 득점왕에 오른 반면 한국은 7명이 8골을넣었다. 안정환 선수만 2골을 넣었을 뿐이다.

따라서 월드컵이 열리는 동안 한국과 상대하는 팀은 한국에서 누가 골을 넣을지 몰라 헷갈린다는 우스갯소리도나왔다. 바꿔 말하면 한국에 확실한 골게터가 없다는 이야기다. 만약 한국에서 4~5골을 넣은 선수가 있었다면 그 선수는 우리가 생각하는 300만 달러 이상의 몸값을 받고 유럽으로 갔을지도 모른다.



‘월드컵 4강’… 해외 진출은 예선 탈락
유럽팀에선 공격수 영입 예상

문제는 유럽의 에이전트들이 매기는 선수들의 몸값과, 국내 축구인들과 매스컴이 평가하는 선수들의 몸값이 그야말로하늘과 땅 차이라는 데 있다. 해외 에이전트는 이적료로 최고 100만 달러, 보통 50만 달러 정도를 예상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최소 150만 달러, 많게는 300만 달러를 원해 협상이 잘 진행되지 않는 것이다.

대개 유럽팀들은 수비나 미드필더의 경우 자국 선수들을 쓰는 경향이 있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 한국에 들어와있는 외국 선수들의 80% 이상이 골잡이들이다. 따라서 유럽에 진출하는 한국 선수들도 공격수가 대부분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한국의 공격수 가운데 유럽팀이 탐낼 만큼 뛰어난 기량을 갖고 있는 선수가 누구일까?

‘월드컵 4강’… 해외 진출은 예선 탈락
황선홍(34·가시와 레이솔)은 이미 국가대표에서도 은퇴했을 만큼 나이가 너무 많고, 최용수(29·일본 제프유나이티드 이치하라)는 20여분밖에 뛰지 않아 기량을 선보일 기회가 없었다. 이천수(21·울산 현대)는 스피드는 있으나 기술과 팀 플레이에서 유럽이 원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차두리(21·고려대학교)도 마찬가지다.그나마 설기현과 안정환이 가능성을 갖고 있으나 그들은 이미 유럽에 진출해 있다.

그 밖에 이을용(27·부천 SK), 송종국(23·부산 아이콘스), 김남일(25·전남 드래곤스) 등이 있다. 일단 이을용이이적료 160만 달러, 연봉 50만 달러로 터키 트라브존스포르팀과 계약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한국 역대 최고의 이적료라는 기록도 기록이지만 가장 합리적인 가격에서 결정된 계약이었다고 본다. 공격수가 아닌 이상아무래도 스카우터의 관심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협상을 중재할 국내 에이전트들은 얼마나 준비가 되어 있는가. 한마디로 열악하다. 우선 축구 선수들을‘사고 팔 수 있는’ 국제축구연맹(FIFA) 에이전트 자격을 갖고 있는 FIFA에이전트라고는 이영중(황선홍 유상철 홍명보 소속)씨 등 한 손에 꼽힌다. 그 밖의 에이전트들은 중간 거래상이다. 그들은 국내 선수들을 유럽의FIFA에이전트에 소개해 주고 중간 수수료를 받는 역할에 그친다. 그러니 유럽 축구에 대한 정보에 어두울 수밖에 없다.

‘월드컵 4강’… 해외 진출은 예선 탈락
한국 선수의 유럽 진출은 지난 70년대 말 차범근(48) 선수의 독일 진출이 효시다. 차범근은 프랑크푸르트에 입단해서레버쿠젠에서 선수 생활을 마칠 때까지 10년 동안 308경기에 출전해 98골을 넣는 등 성공적으로 선수 생활을 마쳤다. 허정무(47)씨도 80년대 중반 네덜란드 아인트호벤에서 미드필더로 활약하며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김주성(독일), 황선홍(독일), 서정원(프랑스)을 비롯해 최근의 심재원(25·부산 아이콘스)에 이르기까지대부분의 선수들은 쓴맛을 보고 돌아와야 했다. 대표적인 실패 사례가 최용수(29)다. 최용수는 지난 98년 잉글랜드 웨스트햄팀에 입단하기 위해 영국으로 떠났다. 한국의 매스컴들은 ‘최초의 프리미어리그 탄생’ 등의기사로 최용수의 프리미어리그 진출을 기정사실화했다. 그러나 최용수는 현지에 도착해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입단 테스트를 받으라고 했던 것. 중간에 있던 한국의 에이전트가 ‘입단 테스트’를 ‘입단 계약’으로 잘못전달해서 생긴 해프닝이었다.

선수거래 FIFA에이전트 몇몇뿐

선수를 특정 팀에 보내기 위해서는 우선 해당 선수의 현재·과거 경력과 현재 능력 그리고 가능성을 체크한 다음,보내려는 팀의 재정능력과 감독의 성향, 그리고 자기 선수가 뛸 자리에 어떤 선수가 있으며 과연 그 선수를 제치고 주전자리를 꿰찰 수 있을 것인지 등을 면밀하게 분석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한국 에이전트는 무턱대고 일본의 나카타 선수가 페루자팀에 처음 갈 때 얼마를 받았고, 또 누구는 얼마를 받았으니까우리도 얼마를 달라는 식이니 협상은 처음부터 물 건너가게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차두리 선수는 아주 바람직한 사례다. 일단 독일 레버쿠젠 팀에서 2년간 선수 생활을 보장하는 조건이다.이적료는 40만 달러로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1부리그도 아닌 2부리그다. 그러나 이번 결정은 레버쿠젠측이 독일 태생으로 언어도 통하고 가능성도 무한한 차두리를 ‘황금알을 낳을 수 있는’ 기대주로 보았고, 차범근씨 역시‘차두리가 독일에서 2년 정도 갈고 닦으면 세계적인 선수’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아버지 차범근씨가 독일 축구 수준과 아들 차두리의 현재의 기량을 잘 알기 때문에 내린 현명한 결정이었다.

일본 가시와 레이솔에서 활약하던 유상철(30)은 지난 24일 우라와 레즈와 고별전을 끝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진출한다. 유상철의 경우는 가시와가 조건 없이 내주는 바람에 유럽팀과 협상을 거의 끝내놓고 도장 찍는 일만 남겨놓은 상태다. 교토 퍼플상가의 박지성(21)도 올 시즌 재계약을 할 때 조건 없이 놔주는 조건을 내세워유럽행이 순조로울 것 같다. 이들 모두 에이전트들의 효과적인 협상으로 소속팀이 흔쾌히 놔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한국팀은 소속 선수들을 쉽게 해외시장에 내놓을 여건이 못 된다. 이미 두 팀이 소속 선수를 내주었다가곤욕을 치렀다. 부산 아이콘스는 안정환을 내준 뒤 관중이 급격히 줄어들었고, 페루자에서 완전 이적이 아닌 임대를 하는 바람에 제대로 이적료도 챙기지 못했다. 안양 LG는 서정원을 프랑스로 보낸 뒤 복귀하는 과정에서 송사에휘말렸고, 결국 서정원을 수원 삼성에 빼앗기고 말았다.

유럽행을 원하는 월드컵 대표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는 프로축구 팀들이 소속 선수를 데려가려면 얼마(대개 300만 달러이상) 아니면 안 된다 등 터무니없이 높은 이적료를 내세우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자아도취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 한국 축구는 또다시 우물 안 개구리 신세가 되기 십상이다.



주간동아 346호 (p84~85)

< 기영노/ 스포츠평론가 > kisport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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