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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미라’ 서울 나들이

중국 마왕퇴 고분 유물전… 2000여년 전 서책·그림 등 170여점 전시

  • < 이광표/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 kplee@donga.com

세계 최고의 ‘미라’ 서울 나들이

세계 최고의 ‘미라’ 서울 나들이
세계 고고학계의 10대 발굴로 꼽히는 중국의 마왕퇴(馬王堆) 고분 발굴. 중국 후난성(湖南省) 장사(長沙) 인근 마왕퇴 구릉지대에서 발굴된 3기의 고분은 인류 역사상 가장 완벽한 미라를 토해냄으로써 전세계를 놀라게 했었다. 1972년 발굴 된 이 마왕퇴 고분의 출토 유물들이 30년 만에 서울 나들이를 온다. 그 흥분과 감동의 순간을 되돌아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마왕퇴 고분 발굴은 그 자체가 하나의 흥미진진한 드라마다. 이야기는 3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모든 위대한 발굴이 그러하듯 이 마왕퇴 고분의 발견 역시 우연이었다. 중국과 소련 간 분쟁이 한창이던 1971년 12월, 마왕퇴 구릉지대에서 중국 해방군이 부상병 구호를 위해 대형 방공호를 파고 있었다. 해방군이 10m 가량 굴을 파고 내려가자 갑자기 밀가루 반죽 같은 딱딱한 진흙 더미가 나타났다. 병사들은 드릴로 이 진흙벽을 뚫어보기로 했다. 흙더미를 뚫고 들어갔던 드릴을 다시 밖으로 빼내는 순간, 구멍에서 갑자기 쉭 하는 소리와 함께 코를 찌르는 냄새의 기체 한줄기가 솟아올랐다. 때마침 한 병사가 담배에 불을 붙이고 있었다. 그 순간, 펑 하는 요란한 폭발음이 터졌다. 해방군 병사들은 섬칫하며 뒤로 물러났다.

역사적인 고분 발굴은 그렇게 우연히 찾아왔다. 이 심상치 않은 발견은 즉시 후난성과 공산당 중앙당에 보고되었다. 후난성의 고고학자들은 이듬해인 1972년 1월 고분 발굴에 돌입했다. 발굴단은 기원전 2세기 서한(西漢) 시대 장사국이라는 제후국의 승상(丞相·중국의 옛 벼슬로 우리나라 정승에 해당)이었던 이창(利倉)이라는 사람과 그의 부인, 아들이 묻혀 있는 무덤3기를 확인했다. 이때만 해도 이 고분들이 전 세계를 경악시킬 줄은 아무도 몰랐다.

72년 원형 보존된 미라 발견돼 ‘경악’

세계 최고의 ‘미라’ 서울 나들이
사건은 발굴 4개월째인 1972년 4월에 벌어졌다. 1호 묘에서 나온 여자 주인공의 미라 때문이었다. 미라는 완벽했다. 2000여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부패하지 않은 완벽한 모습으로 출토됐다. 154cm 34.3kg. 온몸은 살아 있는 몸처럼 부드럽고 윤기가 흘렀다. 외모는 조금도 부패한 곳 없이 완벽했다. 머리카락은 뒤쪽으로 묶여 있었고 발가락의 지문과 피부의 땀구멍까지 생생했다. 미라의 몸은 손가락으로 누르면 들어갔다가 바로 원상태로 돌아올 정도였고 넓적다리의 동맥도 죽은 지 얼마되지 않은 시신과 같은 색이었다. 몸에 방부제를 주입하자 동맥을 따라서 천천히 퍼져나갔다.



검사 결과 이 귀부인은 생전에 동맥경화 류머티스 담석증 등을 앓았고, 급성발작의 심근경색에 의해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몸을 해부해 보니 참외씨가 나왔다. 그녀의 사망 연령은 50세 전후. 온통 충격과 미스터리 투성이었다. 마왕퇴 고분 발굴의 최대 개가였다.

이 소식은 전 세계로 긴급 타전되었다. 세계 고고인류학계는 인류 최고의 미라라는 찬사를 쏟아냈다. 내장을 빼내고 건조시키는 이집트의 미라 보존 방식과는 전혀 다른 미라였다. 발굴한 지 30년이 지났어도 아직도 귀부인이 미라로 보존된 미스터리는 풀리지 않고 있다.

이번 서울 전시에는 이 문제의 귀부인을 비롯해서 당시 마왕퇴 고분에서 출토된 유물 3000여 점 중 170여 점이 선보인다. 목관을 비롯해 칠기 무기 죽간 목간 백화(帛畵·비단에 그린 그림) 백서(帛書·비단에 글을 쓴 서책) 비단옷 목용(木俑·나무인형) 현악기 등. 중국 고대사와 고대인의 일상, 고대 문화 예술의 비밀을 밝힐 수 있는 귀중한 유물들이다. 모두 중국 후난성 박물관 소장품들이다.

세계 최고의 ‘미라’ 서울 나들이
미라 외에 중요한 유물로는 비단에 그린 그림인 백화와 비단에 쓴 서책인 백서를 들 수 있다. 백화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것은 T자형 비단그림이다. 관을 덮었던 T자형 비단그림은 중국인의 정신세계를 표현한 작품으로, 중국 미술사에서 가장 빛나는 예술품의 하나로 평가된다. 천상 지상 지하세계를 상징적으로 묘사하고 중간 중간에 무덤 주인공인 귀부인의 생전 모습도 그려넣었다. 선명한 대비와 화려하고 세련된 색채로 환상적인 분위기를 전해주는 걸작이다.

극적 발굴과정 담은 책도 출간돼

20여 종 15만 자에 달하는 백서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백서 내용은 고대의 역사 철학 천문 역법 의학 등에 관한 것이다. 그중 상당 부분은 분서갱유 때 사라진 것으로 여겨져 온 ‘노자’ ‘역경’ 등이다. 특히 ‘노자’의 경우 1972년 발굴 당시까지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졌던 판본보다 4세기나 앞서 있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때까지 전 세계인이 읽고 있던 노자와 다른 내용도 들어 있었다. 중국 사상을 다시 쓰지 않을 수 없는 지경으로 몰아넣었던 문제의 유물이다.

이 밖에도 붉은색과 검은색 칠을 하고 그 위에 각종 신화 내용을 장식한 목관은 중국 고대 문화의 찬란함을 잘 보여준다. 나무인형 역시 살아 있는 사람처럼 생생하다. 전혀 훼손되지 않은 데다 당시 실제 복장을 입고 있어 2000여년 전 중국인이 진열장 밖으로 뚜벅뚜벅 걸어나올 듯하다. 다양한 색깔과 화려한 무늬를 날염해 만든 세련된 복식 역시 중국 고대 복식의 최고작으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그 오래 전 중국인의 비단 복식 제조기술에 찬사를 금할 수 없다.

세계 최고의 ‘미라’ 서울 나들이
전시장에서는 미라의 주인공인 귀부인의 얼굴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추정 복원해 7세, 18세, 30세, 50세의 모습으로 보여준다. 전시품 중 15점이 복제품이고 나머지는 모두 진품이다. 아쉬움이 있다면 미라가 복제품이라는 점이다. 중국 정부가 진품 미라의 국외 반출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시 유물만으로 마왕퇴 고분 발굴의 감동을 완벽하게 만끽하기는 쉽지 않다. 그 극적인 발굴의 전후 과정을 접할 때, 감동은 더욱 찌릿할 것이다. 운 좋게도 마왕퇴 고분 발굴 다큐멘터리인 ‘마왕퇴의 귀부인’이 국내에 번역 출간되었다. 중국 고고학 발굴 전문작가인 웨난(岳南)이 쓴 이 책은 문화대혁명기였던 당시 중국의 정치상황을 배경으로 발굴 과정을 묘사해 시종 박진감이 넘친다.

한밤중에 발굴장으로 찾아와 시신이 들어 있는 관을 무조건 열어보라고 명령하는 당 고위간부의 무지와 횡포, 무덤의 주인공 여인이 봉건 지배층이었기에 시신을 없애버려야 한다는 일부의 주장, 그 와중에서 시신을 지키기 위한 발굴단들의 한밤중 시신 빼돌리기 작전, 무덤의 주인공을 착취세력으로 몰고 가려는 4인방의 음모와 그것을 막아내려는 저우언라이(周恩來)의 신념 등, 문화혁명기 정치적 소용돌이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고고학자들의 가슴 졸이는 발굴 과정이 시종 흥미진진하게 다가온다.

그러나 이 책은 흥미에 그치지 않고 중요한 교훈을 제시해 준다. 역사는 정치에 의해 왜곡될 수 없다는 준엄한 사실이다. 이 같은 배경 지식을 갖추고 전시장을 찾는다면 마왕퇴의 유물들은 좀더 흥미롭고 의미있게 다가올 것이다. 기획전 ‘마왕퇴 유물전’은 7월31일부터 9월29일까지 예술의전당 미술관에서 열린다. (문의: 02-587-0311)



주간동아 346호 (p62~63)

< 이광표/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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