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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건강 ②

내 얼굴 바르는 화장품 성분 몰라도 될까?

‘성분표시제’ 미실시 안전성에 의문… 광우병 염려 소 태반 추출 수입화장품 유통도 무방비

  • < 정현상 기자 > doppelg@donga.com

내 얼굴 바르는 화장품 성분 몰라도 될까?

내 얼굴 바르는 화장품 성분 몰라도 될까?
화장품이 생활필수품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됐지만 그 안전성 문제는 거의 언급되지 않고 있다. 예컨대 여름 휴가를 떠나는 이들은 대부분 자외선차단제를 준비해 가지만 그 부작용이 어떠한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지식이 없는 경우가 많다. 제조업체가 제품에 표시하지 않는 한, 자외선 차단제가 피부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고, 제품의 90% 이상 함유하고 있는 물질(옥틸메톡시신나메이트)이 세포에 유해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노르웨이 전문가들의 연구보고 같은 것은 알 길이 없다.

요즘 특히 인기를 끌고 있는 기능성 화장품의 경우 그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많다. 피부의 외피를 벗겨내는 기능 때문에 주름제거제 등의 기능성 화장품에 들어가는 알파하이드록시산(AHA)이라는 물질은 글리코산 락틱산 등을 말하는데 이 성분이 고농도일 경우 피부를 햇볕에 더욱 민감하게 만들어서 피부 손상과 피부암까지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이 성분이 함유된 제품을 사용할 때는 자외선차단제를 함께 사용하고, 처음 사용할 경우 작은 부위에 발라 피부 이상을 확인할 것을 권하고 있다.

아주대병원 피부과 이성락 교수는 “AHA 성분이 함유된 제품은 치료개념으로 필요할 때 쓰는 것이 좋다”면서 “습관적으로 이런 제품을 쓰게 되면 피부를 보호하는 각질층이 엷어져 탈수와 피부 노화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유럽연합 등은 AHA의 위험성을 경고하기 위해 제품에 경고문구를 첨부하도록 하는 추세지만 우리는 그것의 긍정적 효과만 강조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다 보니 가짜 기능성 화장품도 버젓이 팔리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 서울지방청은 지난 5월 서울 주요 백화점과 화장품 전문판매점에 대한 특별조사를 실시해 가짜 기능성 화장품을 판매한 수입·판매업소 6곳을 적발했다.

경고문구 없는 기능성 화장품



내 얼굴 바르는 화장품 성분 몰라도 될까?
국내에서 화장품을 기능성 화장품 제품으로 제조 및 판매하기 위해서는 식의약청에서 기능성에 대한 안전성·유효성 심사를 받아 피부미백, 자외선차단, 주름제거 등을 표시해야 하는데 적발된 업소의 제품은 이런 심사와 승인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그 효능에 대해 허위·과대 광고를 해왔으며 자가 품질검사 때 반드시 실시해야 하는 수은시험을 실시하지 않은 제품도 있었다. 적발된 수입화장품은 개당 40만원에서 108만원까지 하는 초고가 화장품들이었다.

일반 화장품 역시 의외로 유해한 물질이 많다. 화장품의 영양분은 지방성분이 기본이므로 이것이 산화하거나 부패하지 않도록 산화방지제와 방부제를 쓰게 된다. 식품에는 사용하지 못하게 돼 있는 살리실산 크레졸 페닐페놀 등의 물질이 방부제로 쓰이며, 기름과 물이 겉돌지 않게 하는 유화제는 피부의 기름성분도 분해해 피부를 거칠게 하고 습진을 유발하기도 한다. 자외선 흡수제로 벤조페논, 샴푸·린스의 첨가제로 에틸렌글리콜 에스테르 등을 쓰기도 하는데 이런 물질이 피부를 통해 인체에 흡수되면 신체 면역력이 악화된다는 보고가 있다.

그러나 이런 정보는 제품에 결코 표시되지 않는다. 국내 화장품법 등은 화장품 원료 중 인체에 이상을 줄 수 있는 물질이 들어 있을 경우 이를 표시하도록 하고 있지만 그 성분을 살균방부제 자외선차단제 타르색소에 한하고 있다. 어떤 성분이 표시돼 있는지 알고 싶어도 알 수 없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인 것. 화장품의 모든 성분 표시제는 전 세계적인 추세지만 우리나라는 기업 보호논리 때문에 아직도 이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한편 식의약청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 부분을 지적받은 뒤 ‘화장품 안전성 관리사업’의 하나로 올해 말까지 화장품 전 성분 표시제의 수요·관리 실태를 조사키로 했다. 또한 그동안 논란이 됐던 유통기한 표시 문제는 내년 1월부터 식의약청이 지정하는 제품에 한해 ‘사용기한’을 표시하기로 법이 개정됐다.

7월1일 제조물책임법이 시행되면서 앞으로 제조사는 성분표시 외에 특정 성분의 부작용 표시까지 하게 될지도 모른다. 제조사가 특정 성분의 유해성을 알리지 않았을 경우 그것으로 인해 피해를 본 이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면 기업이 불리해지기 때문.

화장품의 인체 유해 가능성에 대한 문제제기는 끊임없이 있어왔고, 지속적으로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7월10일 미국의 한 환경단체인 ‘무해환경관리’(Health Care Without Harm)는 향수에서 헤어젤에 이르기까지 상당수 화장품에서 동물의 기형 출산을 유발할 수 있는 프탈레이트(phthalate) 성분이 검출됐다고 밝혀 충격을 주었다. 그러나 프탈레이트 함유 표시를 한 화장품은 한 개밖에 없었다는 것. 프탈레이트는 극미량으로도 인간 및 동물 생체에 이상을 일으키는 환경호르몬의 일종으로, 미국환경실무그룹(EWG)은 매니큐어에 쓰이는 이 화학물질이 출산 결함을 일으킬 수 있다는 동물실험 결과 보고서를 발간한 적이 있다.

광우병 파동 이후 식의약청은 영국 북아일랜드 등 유럽연합산 반추 동물을 원료로 한 화장품 원료의 수입을 금지했다. 광우병에 걸린 소가 화장품 원료로 들어갔을 경우, 그 화장품을 사용한 사람이 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 그러나 그 원료를 뇌 눈 척수와 그 추출물에만 국한하고, 주름개선제로 많이 사용되는 소 태반 추출물이나 장기 추출물은 제외시켰다. 일본의 경우 지난해 봄부터 소의 태반을 화장품 원료로 사용하지 않고 있지만 국내 시중에는 소 태반 추출물을 사용한 수입화장품 등이 아직도 상당량 유통중이다.





주간동아 346호 (p50~51)

< 정현상 기자 > doppel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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