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간동아 로고

  • Magazine dongA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영종도 배후 관광지 개발 ‘외자유치에 농락’?

인천시, 검증 안 된 업체 우선협상자 선정이 화근 … 특혜·약점설 등 잡음투성이에 사업은 제로상태

  •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영종도 배후 관광지 개발 ‘외자유치에 농락’?

영종도 배후 관광지 개발 ‘외자유치에 농락’?
서울 도심에서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를 이용하면 1시간 안팎의 거리. 대전 이남 지방에서만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끈끈이주걱, 천마, 너도밤나무, 비목 등이 자라고 있을 뿐 아니라 고라니와 노루 등이 살고 있는 천연림. 고운 모래사장을 끼고 있는 해수욕장. 그리고 주민들의 넉넉한 인심….

인천국제공항 배후단지 용유·무의도는 수도권 시민들에게는 작년 3월 인천국제공항 개항 이후에야 발견된 곳이다. 수도권에 이런 곳이 어떻게 있을까 싶을 정도로 천혜의 관광단지로서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한국관광연구원 김영준 책임연구원은 “우리나라 관광시장은 수도권이 최대의 성숙시장인데, 수도권 일대에서 이 지역만큼 입지 조건을 갖춘 곳은 없다”고 평가한다.

인천시도 이 지역에 대한 1988년 노태우 당시 대통령의 관광단지 개발 지시 이후 개발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그동안 뚜렷한 성과는 없었다. 개발에 필요한 재원이 문제였다. 이에 따라 외환위기 이후에는 외자를 유치해 이 지역을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세우고 최기선 전 시장이 매달렸으나 외자유치 협상마저 지연되고 있다. 최근에는 사업 자체가 무산되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사업 지연 최대 피해자는 ‘주민’

영종도 배후 관광지 개발 ‘외자유치에 농락’?
정부는 최근 용유·무의도 지역을 국제관광단지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것도 21세기 국가 생존전략인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 국가 실현’ 계획의 하나로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이 지역 관광단지 개발 사업 추진 상황을 보면 이런 계획이야말로 국민을 현혹하기 위한 장밋빛 전망이라고 비판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물론 건설교통부는 나름대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놓고 있다. 건교부가 7월 초 보도자료를 통해 “(이 지역 관광단지 개발을 위한) 외자유치 협상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공영개발 방식으로 개발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되고 있다”고 밝힌 것이 그렇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외면하는 사업이 과연 공영개발로 이뤄질 수 있을지는 기약하기 어렵다.

관광단지 개발이 계속 지연되면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이 지역 주민들이다. 이들은 “인천시가 관광단지 개발을 이유로 13년째 건축허가 등을 제한해 왔는데, 앞으로 얼마나 더 참아야 한단 말이냐”고 불만을 토로한다.

그렇다면 이 지역 관광개발 사업이 이처럼 꼬이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인천시가 사업 수행능력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업체를 이 지역 개발을 위한 우선 협상 대상자로 ‘무리하게’ 선정했기 때문이다. 인천시 공무원들 또한 국제감각 부족으로 외자유치 업무에 무지했던 탓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일부 시의원들은 ‘특혜설’까지 제기하고 있다.

영종도 배후 관광지 개발 ‘외자유치에 농락’?
인천시는 지난 98년에도 외자유치와 관련해 웃음거리가 된 적이 있다. 최기선 당시 시장은 98년 11월9일 이 지역에 30억 달러를 함께 투자할 의사가 있다는 미국 피닉스 게이밍 그룹과 소아링 이글사 관계자를 면담했다. 이들은 이후 유종근 당시 전북지사 면담도 추진했으나 거절당했다. 유지사측에서 사전 검증을 거쳐 이들의 정체가 의심스럽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

물론 인천시에 투자하겠다는 사람을 인천시장이 적극 만나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들의 국내 대리인을 자처했던 정모씨의 행태를 조금만 알아보았더라도 그런 ‘실수’는 사전에 차단할 수 있었을 것이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정씨는 대통령 친인척과 가깝다는 얘기를 하고 다녀 사정당국의 주시 대상이 됐는데, 그는 외자유치를 미끼로 용유·무의 관광단지에 카지노 영업권을 얻으려고 했던 브로커였음이 밝혀졌다”고 귀띔했다.

인천시가 사회간접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이하 민투법) 규정에 따라 용유·무의지역 관광단지 조성을 위한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해 현재 협상을 벌이고 있는 업체는 CWKA(철욱킴 어소시에이트·대표 김철욱). CWKA는 2000년 4월 인천시에 총 사업비 6조2900억원을 외자로 조달해 이 지역 213만 평의 관광단지에 2011년까지 호텔 콘도 쇼핑가 골프장 카지노 등의 시설을 조성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17일 시작된 협상은 애초 협상 시한으로 정한 올 3월 말을 한참 넘기고도 뚜렷한 진전이 없는 상태다.

영종도 배후 관광지 개발 ‘외자유치에 농락’?
용유·무의지구 관광단지 개발은 민투법에 의한 최초의 관광단지 개발 계획이다. 민투법은 말 그대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재원이 부족해 사회간접자본 시설을 확충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민간자본의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제정한 법. 관광진흥법에 의해 지정된 관광지나 관광단지도 여기서 말하는 사회간접자본에 포함된다.

협상 지연에 대해 인천시 관계자들의 입장은 약간씩 차이를 보이고 있다. 안상수 시장은 “취임 이후 외자유치 협상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보고받았다”면서 “내 입장에서 그동안의 추진 상황을 리뷰해서 최선의 방안을 마련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오제세 행정부시장도 “CWKA가 투자 의향이 있다고 제시한 업체들을 검토한 결과 실체가 의심스럽다는 결론을 내렸고, CWKA의 사업 수행능력도 의심스러운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무진은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한 듯한 태도를 보였다. 용유·무의지역 관광단지 개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안현희 관광진흥과장은 “CWKA가 직접 자본을 투자하는 게 아니라 외국인 자본주들을 끌어들이는 방식이기 때문에 투자 관련 서류를 검토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있다”면서 “가능한 한 빠른 시간 내에 협상을 끝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영종도 배후 관광지 개발 ‘외자유치에 농락’?
보통 외자유치 협상에서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상대방에는 통상 2개월 정도, 특별한 경우에는 6개월 정도의 배타적인 협상권을 인정하는 게 관례다. 이 기간중 더 이상의 진전이 없으면 우선협상 대상자 자격을 박탈한다. 따라서 인천시 주변에서는 “인천시가 CWKA에 목을 맨 듯한 태도를 보인 것은 외자유치 협상 과정에 무지하거나 무엇인가 CWKA측에 약점을 잡혔거나 둘 중 하나”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신맹순 전 인천시 시의원은 “인천시가 97년 8월 설립된 이후 대규모 개발 경험이 전혀 없는 CWKA를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한 것 자체부터 흑막이 있다”고 주장한다. 신 전 의원은 재임 시절인 올 4월 동료 의원들의 서명을 받아 시 의회에 CWKA 선정 과정에 대한 감사 및 수사 촉구 결의문을 제출했다(상자 기사 참조). 그러나 이 결의문은 부결됐다.

그동안 CWKA 내부에서 ‘힘’의 이동이 있었던 것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처음에는 재미교포 사업가인 김철욱 대표가 외국인 투자자를 끌어오는 일을 전담하다시피 했으나 지금은 김철욱 대표의 국내 파트너들이 발 벗고 나서고 있는 상태. 김철욱씨와 김씨의 국내 파트너들이 함께 투자해 만든 ㈜오시아나엔터테인먼트그룹 김태일 대표는 “김철욱 대표가 한 팀을 맡고 있고, 우리는 두 개의 다른 팀과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CWKA와 같은 무명의 회사가 외자를 유치하는 경우, 실제 자본을 가지고 있는 투자자들을 연결시켜 주는 역할을 하는 외국의 유명 투자은행의 도움을 받는 게 일반적인 관례다. 김대표는 “투자은행에 맡기면 많은 수수료가 들어갈 것 같아 독자적으로 일을 추진했는데, 결국 돈만 날리고 외자유치도 제대로 안 되고 있다”고 시인했다. 김태일 대표는 CWKA가 그동안 국내 영화 2편의 제작을 위해 펀딩해 준 게 외자유치 실적의 전부라고 설명했다.

외자유치 해도 과제 산더미

CWKA가 실제 외자유치를 한다고 해도 관광단지 개발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무엇보다 관광단지 개발을 위한 부지 매입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용유도 주민 차석교씨(인천수협 조합장)는 “CWKA가 계획한 부지 매입단가는 최고가가 평당 20만원 수준인 것으로 아는데, 이런 가격에 대대로 살아온 터전을 내놓을 주민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지역에서 현재 가장 땅값이 비싼 곳은 을왕리 지역으로, 논밭은 평당 200만~300만원, 대지는 400만~500만원이라는 게 현지 주민들의 얘기.

뿐만 아니라 CWKA측이 제안한 대규모 관광단지 개발 방식에 대한 현지 주민들의 반대 또한 만만찮다. 무엇보다 CWKA가 관광단지 개발에 착수한다면 현재 무의도에 있는 실미해수욕장이나 하나개해수욕장은 CWKA측이 소유 운영하게 되기 때문에 이곳에서 음식점 등을 운영하고 있는 주민들은 생활 터전을 완전히 잃게 된다.

그러잖아도 이곳 주민들은 인천공항 건설을 위해 바다를 매립하면서 자연 어장을 잃었다. 무의도 이흥국 통장은 “보상이야 받았지만 쥐꼬리만한 수준이었고, 일부 주민들은 인천공항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개해수욕장 번영회 김창복 회장은 “어장을 잃은 상황에서 해수욕장까지 잃게 된다면 주민들은 생존의 문제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관광단지 내 골프장 건설에 대한 주민들의 반대 여론은 특히 높았다. 임광토건 임광수 회장 소유인 골프장 건설 예정 산지가 객관적 기준 없이 관광단지 안에 들어가면서 보전녹지에서 자연녹지로 용도변경되자, 주민들은 특혜설까지 제기하고 있다(상자기사 참조). 김창복 회장은 “CWKA 쪽에서는 바다로 골프장 오폐수가 흘러 들어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하는데, 이를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주민들도 개발 자체에는 반대하는 게 아닌데, CWKA의 개발 계획은 주민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이 일방통행식이다”고 비판했다.

사업 추진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인천시가 개발보다 더 중요한 것을 잃도록 망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주간동아 346호 (p34~37)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다른호 더보기 목록 닫기
1317

제 1317호

2021.12.03

위기의 롯데, ‘평생 직장’ 옛말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