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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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서 신과 조우한다면…

  • < 김현미 기자 > khmzip@donga.com

    입력2004-10-18 16: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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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막에서 신과 조우한다면…
    드디어 게오르규의 ‘마호메트 평전’ 완역판이 나왔다. 늦어도 한참 늦었다는 생각뿐이다. 이 책이 1960년대 초에 첫 출간된 것을 놓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해 9·11 테러사건 이후 한국에서 이슬람 알기 붐이 불었을 때 정작 이슬람교의 원점이라 할 마호메트는 관심 대상이 아니었다. 대신 테러를 지휘한 것으로 알려진 오사마 빈 라덴의 전기가 베스트셀러 순위에 진입했다. 하지만 1400여년 동안 이슬람의 정신세계를 지배해 온 이 영적 지도자에 대한 재조명 없이 과연 이슬람 세계와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가능할까.

    국내에 출간된 마호메트 관련 책을 조회하면서 다시 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초등학생용으로 나온 ‘세계 4대 성인 예수·석가모니·공자·마호메트’(계림 펴냄) 외에 시공디스커버리총서의 ‘마호메트: 알라의 메신저’라는 책이 전부다.

    민희식 전 한양대 교수(불문학)가 ‘마호메트 평전’의 번역을 마친 후 “아직까지 이슬람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상당부분 왜곡되고, 무의식적인 편견에 젖어 있다”고 지적한 것에 귀기울여야 한다. 한때의 호들갑스러운 관심만으로 오랜 동안 서구사회, 즉 기독교적 관점에서 이슬람을 바라보는 데 익숙한 우리의 시각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마호메트 평전’이 좀더 빨리 번역됐어야 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게오르규의 ‘마호메트 평전’은 서구사회에 가장 공정한 시각에서 쓰인 첫 마호메트 평전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그리스정교회의 신부서품을 받은 게오르규가 이교의 창시자인 마호메트의 삶을 책으로 냈다는 것이 범인의 눈에 이상하게 보이지만, 이미 1960년대 초 작가는 공산주의가 망한 후 프로테스탄티즘의 서구사회와 이슬람교의 아랍 간에 역사적 충돌이 일어날 것을 예견했다. 언젠가 다시 충돌할 수밖에 없는 두 문명과 종교의 근원을 찾기 위해 ‘마호메트’와 ‘루터’의 전기를 집필했던 것이다.



    마호메트는 570년, 메카의 코라이슈 부족 하심가(家)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압달라는 그가 태어나기 수주일 전 장삿길에 올랐다가 병으로 사망해, 미망인 아미나와 할아버지 무타리브 밑에서 컸다. 가난하고 고독한 소년시절을 보내고 장성한 후 상인이 돼 캐러밴과 함께 북부 시리아와 남부 예맨 등을 여행하다 메카의 유력 상인이며 미망인인 카디자 밑에서 일하게 된다. 얼마 후 25세의 마호메트는 15살 연상의 카디자로부터 구혼을 받고 결혼한다.

    평범한 상인으로 살던 그가 천사 가브리엘로부터 첫 계시를 받은 것은 610년이다. 그 후 스스로 예언자임을 자처하고 사람들에게 설교와 전도를 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만인평등사상을 주장하는 마호메트는 위험인물로 낙인 찍혔다.

    생명의 위협 속에 마호메트는 메카를 탈출, 메디나에 정착해 이슬람 공동체 움마를 만든다. 메디나에서 그는 유대인과 동맹관계를 유지하지만 배타적인 선민의식에 사로잡혀 있던 그들과의 동맹은 곧 깨지고 메카를 이슬람의 중심지로 만들기 위한 군사적 봉기가 시작된다.

    627년 도랑 전쟁에서의 승리, 630년 성도 메카 무혈점령 등으로 마호메트는 아라비아 반도에 이슬람교의 뿌리를 굳건히 내리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메카 점령 2년 후 그는 병으로 사망한다.

    이 정도는 어떤 백과사전을 펼쳐도 쉽게 얻을 수 있는 마호메트의 일대기 요약본이다. 게오르규 역시 연대기 순으로 마호메트의 일생을 풀어가지만 이슬람의 예언가이자 정신적 지도자인 마호메트의 삶을 한 편의 서사시로 재구성해낸 작가의 솜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게오르규는 ‘성경’ ‘코란’ ‘하디스’ 등 방대한 자료를 토대로, 때로는 직접 역사적 기록들을 인용하면서 사건 해석에서 객관성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짧은 문장으로 사건의 진행감을 유지하면서 군데군데 작가가 직접 개입해 설명을 시도한다. 예를 들어 사막의 삶에 대한 이해가 짧은 독자들을 위해 그는 사막을 이렇게 설명한다.

    “사막 한가운데 섰을 때 사람들의 시선이나 생각, 그리고 희망을 가로막는 것은 인위적이든 또는 천연의 장애물이든 간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불멸에 대한 명상을 방해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인간은 끊임없이 무한과 대치하고 있을 뿐이다. …사막 한가운데서 신과 조우하게 되면 사람은 이미 신을 버릴 수 없는 것이다.”사막에서 이슬람교가 어떻게 그처럼 강한 흡입력을 가질 수 있었는지 긴 설명이 필요 없다.

    적절하게 들어갔다 빠지는 작가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500쪽이 넘는 방대한 전기를 반쯤 읽고 있을 것이다. 예수나 석가에 비해 너무 형편없는 취급을 받아온 한 성인의 일대기가 이렇게 재미있을 줄이야.

    마호메트 평전/ 비르질 게오르규 지음/ 민희식, 고영희 옮김/ 초당 펴냄/ 512쪽/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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