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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만 세고 일 안하는 교육위원 더 이상 못봐!

학부모 대표·교사들도 대거 출마 … 올바른 교육자치 실현 기대 어느 때보다 높아

  • < 김현미 기자 > khmzip@donga.com

힘만 세고 일 안하는 교육위원 더 이상 못봐!

힘만 세고 일 안하는 교육위원 더 이상 못봐!
7월11일 서울 등 16개 시·도교육청에서 임기 4년의 제4기 교육위원 선거가 치러진다. 일반인의 무관심 속에서도 교육계는 지금 선거 바람에 휩싸여 있다.

이번 교육위원 선거에서 눈에 띄는 것은 학부모단체와 교원단체의 참여다. 3기 선거에서 현직 교사들의 출마는 간혹 있었으나 학부모단체가 후보를 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회장 윤지희·이하 참교육학부모회)는 6월18일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을 반영할 학부모 대표를 교육위원회에 진출시키겠다”는 각오로 6명의 후보를 내세웠다. 출마를 선언한 박경양 부회장(서울), 박인옥 부회장(인천) 등 6명이 모두 참교육학부모회 주요 임원들. 가장 먼저 출마 선언식을 가진 박경양 후보는 “현행 교육자치는 교육관료들만의 잔치”라며 “학부모 대표의 참여를 통한 교육자치 완성, 학부모 의견의 교육반영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6월20일 전교조는 전·현직 조합원과 학부모, 시민단체 회원 가운데 조직후보 30명과 지지후보 5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지역별로 공동공약을 개발하고 정책 연대를 모색할 계획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산하 한국초등교장협의회와 한국국공립교장회, 서울사립중고교장회 등 산하 17개 단체장들이 모여 추천후보 13명을 결정했다. 이에 대해 참교육학부모회는 “현재 서울시 교육위원 15명 중 12명이 교장 혹은 교장을 역임한 교육관료들인데, 이번에도 교장단이 지위를 이용해 교육위원 선거에 개입하려 한다”면서 선거개입 중단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처럼 4기 교육위원 선거는 교육단체의 적극 개입으로 단체간의 세 대결 양상을 띠면서 ‘과열’ ‘혼탁’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기존 교육위에 적극적 항의 표시

힘만 세고 일 안하는 교육위원 더 이상 못봐!
후보 난립과 과열을 우려하는 이들이 많지만 “교육위원 선거는 좀더 과열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오랫동안 교육자치를 연구해 온 인하대 이기우 교수(사회교육)는 “그동안 시·도교육청 교육위원회는 세간의 무관심 속에 무풍지대나 마찬가지였다. 이번 선거에는 더 많은 후보가 나와 속된 말로 분위기가 떠야 한다. 학부모단체나 교사들이 직접 후보를 낸 것은 지금까지의 지배구조를 바꾸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교육감 선거 때까지만 해도 공명선거 감시운동에 머물렀던 학부모단체가 직접 교육위 진출을 선언한 것은 ‘권한 많고 하는 일 없는’ 기존 교육위에 대한 적극적인 항의 표시다. 사실 교육위원은 교육계의 국회의원이라 할 만큼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먼저 교육위원회는 심의·의결권과 조례, 예산 및 결산 심의 및 의결권이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2002년 예산만 3조7168억원이나 된다.

또 교육위는 교육청의 정책이나 예산집행, 부정비리에 대해 추궁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감사권을 갖고 있다. 그 밖에 교육청 관계자에게 출석 및 서류제출 요구권이 있고, 교육감에서 서면질의를 하면 10일 이내에 답변해야 한다.

문제는 교육위원들이 이런 권한을 제대로 행사할 의지가 별로 없다는 것. ‘서초강남교육시민모임’의 김정명신 회장은 “교육위원회 회의는 안 나오고 선거운동만 하는 위원들이 수두룩하다”고 했다. 이런 이들은 교육위원에 당선되자마자 교육감 출마를 목표로 인맥 쌓기에 여념 없는 것이 일반적 행태다.

또 교육위원회가 퇴임 교육관료들의 소일거리로 전락하면서 교육관료들을 견제하고 감시하기는커녕 인사청탁이나 선심성 예산편성, 각종 로비에 관여하는 ‘허수아비 교육위원회’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전교조 신문 ‘교육희망’이 전국 14개 교육위원회(부산 제외) 소속 교육위원 125명의 현황을 조사한 결과 부교육감, 교육장, 교육청 간부, 교장 등 교육관료 출신이 60명(48%), 교육장 출신 34명(27%), 그 밖에 사학재단·사설학원 관계자 11명(8.8%), 지역 금융기관 출신 7명(5.6%)순이었다.

행정경험이 있는 관료 출신들의 교육위 진출만 문제 삼기는 어렵지만 3기 교육위원회가 각종 비리혐의를 받고 있는 교육감과 교육관료들에 대한 견제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선심성 행정과 자문위원 역할이나 하는 교육위원회를 없애고 차라리 지방의회로 권한을 넘기자”는 주장도 나온다.

게다가 현역 교육위원들 대부분이 60대 후반이어서 적극적인 의정활동과는 거리가 멀다. 한 교육계 원로는 “교육전문직 출신들이 교장으로 부임했다가 정년퇴직 후 다시 교육위로 들어가는 구조가 정착됐다”면서 “무보수 명예직이라지만 세금 없이 받는 각종 회의수당을 합치면 월 200여만원씩 챙길 수 있어노후 생계보장용으로 괜찮은 일자리”라고 말한다.

‘그들만의 잔치’ 될까 우려 목소리도

그러나 교육자치 10여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교육계에서 “4기 교육위만큼은 제대로 뽑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따로 후보를 내지 않은 서초·강남교육시민모임은 지역 출마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서 그 결과를 인터넷을 통해 공개하고, 지역케이블방송과 연계해 후보들간 교육정책 토론회를 마련하는 등 유권자들의 결정에 도움을 줄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사실 공정한 교육위원 선거를 위해서는 선거인단인 학교운영위원회 구성부터 민주적 절차를 거치는 게 우선이다. 그러나 이미 새학기에 출범한 각 학교운영위원회는 교육위원 출마 희망자들의 ‘제 사람 심기’로 혼탁해진 데다 학교장 추천으로 경쟁 없이 학부모 위원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진정한 주민 대표로서의 기능을 의심받고 있다. 교육감 선거에 이어 교육위원 선거마저 ‘그들만의 잔치’가 될까 우려된다.





주간동아 342호 (p60~61)

< 김현미 기자 > khm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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