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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포스트 월드컵

축구로 한·중·일 연결 한다

활발한 인적 교류 월드컵경기장 활용이 제격 … 리그 창설 등 수익성 확보에도 큰 역할 기대

  • < 성기영 기자 >sky3203@donga.com

축구로 한·중·일 연결 한다

축구로 한·중·일 연결 한다
월드컵 경기 기간 내내 솔직히 한국의 승패보다는 수백억원의 빚을 내어 지어놓은 경기장이 흉물로 방치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잠을 설쳤습니다. 그런데 한국팀이 16강 진출에 성공하고 8강, 아니 4강까지 가면서 이런 걱정은 눈 녹듯 사라지더군요.”

한국의 4강 진출로 애초 계획했던 미국전뿐만 아니라 터키와의 3·4위전까지 유치하는 행운을 잡았던 대구시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월드컵 준비가 한창이던 지난 98년 한때 개최도시 축소론까지 나올 정도로 월드컵경기장 활용 문제는 한마디로 골칫거리였다. 일본과 달리 우리가 건설한 10개의 경기장 중에는 무려 7개가 축구 전용구장. 기존 시설을 개보수해 사용한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10군데 경기장 중에는 정부 지원 없이 지방자치단체 예산만으로 경기장을 짓느라 빚더미에 올라앉은 곳이 5군데였고, 프로축구 연고구단이 없는 지역도 5개나 됐다. 한마디로 축구 경기장을 지어놓고 정작 축구는 제쳐놓고 영화팬이나 쇼핑객들을 불러모아야 할 판이었다.

그러나 한국의 4강 진출과 이로 인해 기대되는 축구 붐 덕에 지방자치단체들은 자체 연고구단 창설 등 후속작업 마련에 분주한 상황이다. 프로구단이 만들어지면 경기장 활용과 관련해서도 일단 한숨 돌리게 된다. 정부도 ‘포스트 월드컵’ 대책의 하나로 한·중·일 3국 프로축구팀이 참여하는 ‘한·중·일 리그’ 추진방안과 프로구단 추가창설 방안을 내놓았다. 프로축구단을 보유하지 않은 월드컵 경기 개최도시를 중심으로 2005년까지 6개 구단을 더 창설한다는 구상. 여기에 해당하는 월드컵 개최도시는 서울 인천 대구 광주 서귀포 등이다.

한국 10개 경기장 중 7곳이 축구 전용경기장



축구로 한·중·일 연결 한다
대구시의 경우 수차례 좌절됐던 프로축구단 추진 움직임이 다시 일고 있다. 대구시는 그동안 쌍용 등 연고기업 참여방안, 공기업 참여방안, 포스코의 대구 연고 제3구단 창설방안은 물론 시의 체육진흥기금 출연을 통한 시민구단화 방안 등을 꾸준히 모색해 왔으나 모두 실패하자 사실상 구단 창설을 포기한 상태였다. 그러나 정부의 프로구단 추가창설 방안이 나온 만큼 관심을 보이는 기업이 생겨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포르투갈을 1대 0으로 꺾으면서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문학경기장을 건설한 인천시도 그동안 실현 여부를 둘러싸고 많은 논란을 빚어왔던 할렐루야 축구팀의 프로화 문제가 매듭지어지는 대로 프로구단 창단을 위해 연고기업 의사 타진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방침이다. 인천시측은 대우차를 인수한 GM이 프로축구단 창단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말이 흘러나오면서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인천시 박기창 체육청소년과장은 “어떤 형태가 됐든 프로축구단을 창단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암경기장을 건설한 서울시의 경우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입장이다. 서울시 체육청소년과 민척기 팀장은 “99년 타이거풀스가 중심이 돼 창단한다는 논의가 진행됐고 한때 울산구단의 서울 이전설이 나돌기도 했으나 지금은 소강국면”이라며 “시에서 재정을 지원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닌 데다 다른 지자체보다 훨씬 많은 400억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보여 아직 나서는 기업이 없다”고 말했다.

프로축구단을 창단할 형편이 못 되는 서귀포시의 경우 축구 수요는 포기한 채 아예 복합관광단지화 쪽으로 방향을 잡은 상태. 그러나 경기장을 제외한 시설물의 사업권을 확보했던 미국의 지텍사가 사실상 사업포기 상태에 있어 속을 썩이고 있다. 현재 서귀포시는 6월 말로 지텍사의 사업권이 종료되기 때문에 7월부터는 새로운 사업자를 찾아 나선다는 계획이다. 프로축구단도 없고 축구 인구도 적은 서귀포시의 경기장 활용 문제는 여전히 골칫거리다. 현재로서는 겨울철 전지훈련이나 A매치 게임을 유치해 운영비를 보전한다는 방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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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장병순 월드컵지원단장은 “한국 대표팀과 잉글랜드와의 평가전을 서귀포경기장에 유치하면서 1억원을 받은 만큼, 겨울철 위주로 A매치를 3게임 정도만 유치하면 운영 경비를 맞춰나가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달리 1조2500억원의 경기장 재원 마련을 위해 기존 재산 매각은 물론 경상비까지 절감해야 했던 서귀포시로서는 경기장 건설에 쏟아부은 빚더미에서 좀처럼 헤어나오기 어려울 전망이다.

전문가들도 경기장을 건설한 지자체들이 단골로 내놓는 테마파크나 쇼핑몰, 가족공원 등의 활용방안만으로는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이진면 박사는 “축구장을 축구경기 없이 유지 관리하는 것이 힘든 만큼 축구 수요를 계속 창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해결책”이라고 지적했다.

인천 울산 수원 전주 서귀포 경기장 등은 건설과정에서 다른 지자체들이 수백억원씩 받았던 정부 보조를 한푼도 받지 못해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이들 개최도시는 지난 98년 경기장 건설재원 부족 등의 이유로 개최도시 축소가 거론될 때마다 단골로 입에 오르내리던 곳들. 따라서 예산 자체조달을 조건으로 개최권을 보장받은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수익성만 놓고 따지면 별로 ‘할 말이 없는’ 곳들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월드컵경기장을 놓고 국민체육진흥을 위한 공공투자라는 측면을 외면한 채 수익성만 잣대로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상암경기장의 경우 난지도 매립지 주변의 버려진 땅을 개척해 건설한 만큼 전체 도시계획 차원에서 보면 이미 엄청난 수익을 내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도 있다.

이제부터는 경기장 활용방안을 짤 때 목표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 문학경기장 활용방안을 검토한 인천발전연구원 이현식 박사는 “수익 창출을 목표로 할 것인지, 아니면 시민들이 활용할 수 있는 공공성을 내세울 것인지를 처음부터 분명히 하지 않으면 둘 다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의 경우 요코하마 경기장은 철저하게 공공성을 지향하고 삿포로 돔은 다양한 행사 유치로 임대수입을 노리는 등 차별화가 눈에 띈다.

시민들의 목소리가 배제된 관 주도 접근방식을 문제 삼는 목소리도 있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한영주 월드컵지원연구단장은 “일본은 경기장 건설 당시부터 개최도시의 시민단체들이 함께 나서 ‘시민참여 프로그램’으로 추진했다”며 “지금처럼 수요자 중심이 아니라 공급자 중심으로 사후 활용방안을 짜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월드컵경기장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축구의 수요기반 자체를 넓힐 필요가 있다. 정부 구상대로 현재 7개에 불과한 유소년축구 클럽을 2005년까지 30개로 늘리고 전국클럽대항전을 신설한다면 이러한 축구 붐을 토대로 전국의 경기장에서 빅매치들이 개최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체육정책의 목표 자체가 엘리트 체육에서 생활체육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주간동아 342호 (p44~46)

< 성기영 기자 >sky32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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