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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 개발 ‘밑 빠진 독에 돈 붓기’될라

장밋빛 청사진 공항·항만 확충계획 열올려… 지나친 낙관론보다 계산서 두드려봐야

  •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허브 개발 ‘밑 빠진 독에 돈 붓기’될라

허브 개발 ‘밑 빠진 독에 돈 붓기’될라
한국무역협회(회장 김재철)는 올 초 세계적 컨설팅 회사인 아더앤더슨에 협회 발전 방안에 관한 연구 용역을 맡겼다. 여기에는 협회가 인천국제공항 관세자유지역 예정지역 내에 10만평 규모의 물류단지를 조성하는 것에 대한 사업성 검토도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연구 결과는 협회측의 기대와 달리 “수익이 나오려면 장기간에 걸쳐 사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무협의 구상은 인천국제공항공사로부터 10만평을 임차해 여기에 물류창고 등의 시설을 짓고 이를 임대해 수익을 올린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부지 임차료는 높은 반면 임대 수수료 수입은 낮아 투자비를 단기간에 회수하기 힘든 것으로 나타난 것. 평당 50만원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관세자유지역 부지 조성원가 때문에 부지 임차료가 생각보다 높은 게 일차적인 걸림돌이었다.

연구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인천공항측은 미래 화물 수요에 대해 낙관적으로 예측했는데, 이를 근거로 계산한다 해도 수익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인천공항은 국제선화물 수요를 올해 228만1000톤에서 2010년 463만6000톤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상하이 푸동공항이나 홍콩 첵랍콕공항 등 경쟁 공항 확장공사가 완공된 이후에는 화물 수요가 이들 공항으로 분산되기 때문에 수익성은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다고 한다.

“인천공항 수익성 계속 낮아질 것” 물류단지 조성 회의적

허브 개발 ‘밑 빠진 독에 돈 붓기’될라
관세자유지역이란 말 그대로 관세법 적용이 배제되는 지역으로, 여기에 세계적 물류기업과 단순 조립공장을 유치해 국제 물류거점으로 만들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관세자유지역에 투자하는 외국계 기업에는 법인세 등의 감면 혜택 등을 줄 수 있도록 돼 있다. 근거법은 99년 말 제정된 관세자유지역에 관한 법. 현재는 부산항 및 광양항이 관세자유지역으로, 인천공항은 관세자유지역 예정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문제는 인천국제공항이 2005년까지 1단계로 조성할 30만평의 관세자유지역에 과연 세계적 물류 기업들이 입주하겠느냐는 점. 공항공사 최병국 처장은 “외국계 개발전문업체를 선정, 이 업체에 개발 및 분양 등 일체를 맡길 예정인데 현재 몇 개의 외국 개발업체가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무엇보다 무역협회가 조사한 것에서 알 수 있듯 관세자유지역 개발 사업의 수익성이 낮은데, 참여할 업체가 쉽게 나타나겠느냐는 우려가 높다. 더욱이 수익성을 엄밀하게 따지는 외국 업체들을 끌어들이는 것은 더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인천국제공항 관세자유지역 개발을 둘러싼 이런 어려움은 인천국제공항을 동북아 허브공항으로 발전시키는 일이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인천공항 관세자유지역 개발이 어려움에 부딪히면 인천공항을 국제적 물류 거점으로 발전시킨다는 구상도 차질을 빚게 된다.

여기에 인천공항 자체의 확장공사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항공사의 작년 말 현재 부채는 3조7000억원. 이에 따른 이자만도 2850억원이나 된다. 올해 예상되는 영업이익이 2800억원이기 때문에 돈 벌어 이자 갚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공항공사 이홍기 경영관리실장은 “이런 상황에 시설 확장은 고사하고 서비스 개선을 위한 투자라도 할 수 있겠느냐”면서 “서비스가 나쁘면 일본 등 경쟁국 공항에 승객과 화물을 뺏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허브 개발 ‘밑 빠진 독에 돈 붓기’될라
정부 구상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은 부산항 광양항과 함께 우리나라가 동북아 물류 중심국가로 발돋움하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하드웨어. 여기에 남북 화해 무드 진전과 함께 남북 철도망 및 도로가 연결되면 ‘유라시아 철의 실크로드’까지 완성되기 때문에 동북아 물류 중심국가를 위한 거점 시설은 거의 완벽히 갖춰지는 셈이 된다.

그러나 이런 시설들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충분한 타당성 검토를 거쳐 이뤄지고 있느냐는 점은 여전히 의문이다. 물론 관계 부처에서는 “그렇다”고 말한다. 상당부분 맞는 얘기이기도 하다. 각 부처마다 산하 국책 연구기관이 있고, 이들 연구기관이 나름대로 타당성 검토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책 연구기관이 ‘고객’인 상급 기관 입맛에 맞지 않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릴 수 있겠느냐는 의문도 따른다.

가령 해양수산부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부산항 및 광양항 확충사업만 해도 그렇다. 해수부는 부산항과 광양항을 동북아 메가 허브항으로 개발하기 위해, 52선석을 추가하는 상하이 신항만 개발이 완료되는 2010년 이전까지 부산신항(총 25선석) 및 광양항(총 16선석)을 추가 개발하고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을 수용할 수 있는 대수심(大水深) 터미널을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해양수산개발원의 세계 컨테이너 화물 물동량 증가 전망치를 근거로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해양수산개발원에서는 1990~2000년 사이에 물동량이 두 배로 늘었다는 점을 근거로 향후 10년간도 역시 두 배로 늘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이는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느낌”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해양수산개발원 관계자는 “부산항 물동량의 경우 2003년경에나 800만 TEU가 될 것으로 예측했는데 이미 작년에 달성했고, 광양항도 올해 물동량 목표가 100만 TEU였는데 현 추세로는 120만 TEU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낙관적인 전망을 반박했다.

부산항·광양항 동시 개발 해운업계에서도 우려

상하이 항만 등 경쟁국 항만의 확장공사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의견이 대립된다. 해수부 쪽에서는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으면 좋은 서비스를 받기 위해 몰려들 것이고, 우리가 경쟁 항만보다 항만 사용료가 값싼 데다 선점 효과도 있기 때문에 걱정할 것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반대쪽에서는 중국이 경제력을 배경으로 상하이항 확충공사 완료 이후에는 상하이항 이용을 유도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해운업계 쪽에서는 부산항과 광양항을 동시에 허브항으로 개발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한진해운의 한 임원은 “선박이 대형화 고속화되고 있는 추세인데, 두 곳을 허브항으로 동시 개발할 필요가 있겠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상하이항 등 경쟁국이 너도나도 항만 개발에 뛰어든 상황이기 때문에 자칫 한쪽은 물동량 부족으로 골칫거리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현재로선 낙관론과 비관론 가운데 어느 쪽이 맞는지 짐작하기는 쉽지 않다.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물류산업 전문가의 다음과 같은 지적은 새겨들을 만하다.

“요즘은 동북아 물류 중심국가 청사진이 당연한 것처럼 강조되면서 허브공항이나 허브항 개발과 관련, 리스크나 제약 요소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으로만 평가하는 것 같다. 특히 허브항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해수부의 경우 자기 부처 존립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에서 여기에 매달리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준다.”



주간동아 342호 (p42~43)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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