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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포스트 월드컵

‘다이내믹 코리아’에 서 ‘허브 코리아’로!

월드컵 치른 국가적 역량 경제로 ‘업그레이드’ 해야… 정권 초월한 범국민적 협력 필수

  • < 성기영 기자 >sky3203@donga.com

‘다이내믹 코리아’에 서 ‘허브 코리아’로!

‘다이내믹 코리아’에 서 ‘허브 코리아’로!
‘코리아는 동북아의 허브로 떠오를 수 있을 것인가.’ 정부가 월드컵을 통해 높아진 국가 이미지를 외국인 투자 유치와 수출 증대로 연결하기 위한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동북아 허브 구상’이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미 동북아 허브 구상을 구체화하기 위해 지난 4월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구상을 발표한 데 이어 각 부처별 세부실행 방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정부는 7월1일 △송도 신도시 경제특구 지정 및 제2 연륙교 건설 △외국인 지문채취제도 개선 및 외국인 전문인력에 대한 체류기간 연장 등의 세부 계획을 발표했다. 뿐만 아니라 7월 한 달 내내 외국기업 세제지원 방안, 김포 매립지 개발 계획 등 동북아 허브 구축을 위한 구체적 실행방안들을 잇따라 발표하면서 월드컵으로 고양된 분위기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다이내믹 코리아’에 서 ‘허브 코리아’로!
정부가 내놓은 동북아 비즈니스 허브 구상은 △인천국제공항을 중심으로 한 항공물류 거점과 관세자유지역 설치 △김포 매립지 개발을 통한 국제 금융업무지역 조성 △고양시에 관광숙박단지와 초대형 국제회의 시설 유치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에 문화콘텐츠산업단지 조성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한반도의 서해안 축이 거대한 국제 비즈니스 타운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그러나 월드컵 성공을 계기로 동북아 허브 구상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허브의 개념과 추진 전략에서부터 다시 한번 점검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이 동북아 허브의 모델로 삼는 것은 동남아의 싱가포르나 홍콩과 같은 비즈니스 중심과 북유럽의 네덜란드나 벨기에 같은 물류의 중심. 한마디로 공항이나 항만시설의 경쟁력을 네덜란드나 벨기에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기업환경을 싱가포르나 홍콩 정도로 업그레이드하는 일이다.

공항이나 항만이 주요 허브창구로 자리잡는 데는 크게 두 가지 조건이 작용한다. 가격경쟁력과 배후 인프라가 그것이다. 저렴한 시설 사용료는 세계 유수 기업들을 불러모으고 훌륭한 배후단지 또한 물류중심지의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요소이기 때문이다.



한반도 서해안 국제 비즈니스 타운 구상

‘다이내믹 코리아’에 서 ‘허브 코리아’로!
유럽의 대표적 허브공항으로 평가받는 네덜란드 스키폴 공항의 경우, 외국 항공사들의 화물운송이나 공항 내 체류에 따른 비용은 결코 저렴한 편이 아니다. 그러나 스키폴 공항이 위치한 암스테르담 주변에 광범위하게 자리잡은 산업단지가 주는 매력은 수많은 외국 기업들을 이 공항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이 산업단지에는 IBM,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 등 수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들어차 있다. 이는 네덜란드 국부의 원천이기도 하다.

우리 정부가 인천국제공항을 근거지로 송도 신도시와 김포 매립지 등에 대규모 비즈니스 타운을 건설한다는 구상도 네덜란드형 모델을 참고로 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역시 물류중개기지 건설을 위한 청사진들을 내놓았으나 실현 가능성 면에서는 다소 뒤떨어진다는 분석이다.

동북아 허브를 둘러싼 개념 정의에서부터 정부는 정부대로, 전문가들은 전문가들대로 다소간 견해차를 보이는 것도 문제다. 산업연구원 하병기 박사는 “정보기술(IT) 산업 등 제조업 기반이 충분한 우리나라의 경우 싱가포르처럼 물류기지만으로 허브를 구축하겠다는 생각보다는 핵심부품 제조업 기반도 유지하면서 중개기지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하박사는 또 “동북아를 지나는 모든 유통물량이 우리나라를 거쳐가야 한다기보다는 우리가 경쟁력을 갖는 몇 가지 분야를 특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다이내믹 코리아’에 서 ‘허브 코리아’로!
또 하나의 문제는 정부든 민간이든 내세우는 구호만큼 사업이 제대로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정부에서는 아직도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건설을 위한 ‘계획’만 내놓았을 뿐 ‘실천’단계로는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전 국민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낸다는 것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경제특구 지정, 세제 개선, 영어교육 생활화 방안 마련, 항만 배후시설 조성 등 동북아 허브 구축을 위한 구체적 실천방안은 특정 부처의 노력만으로 이뤄질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자칫 부처간 이기주의에 휘말리다가는 구상 자체가 용두사미로 그칠 가능성도 있다는 말이다.

양수길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는 “정부의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구상이 하드웨어 부문에만 집중되다 보니 흡사 ‘건설 프로젝트’처럼 비치고 있다”며 소프트웨어적 접근을 주문했다. 일부 지역의 경제특구 신설 방안만으로는 외국인 투자를 유치할 수 없으며 시급한 것은 노사관계, 외국인 주거환경, 외환규제 개선 등이라는 것이다. 양 전 대사는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근로자, 외국인들이 함께 참여하는 범국민적 추진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진척 속도가 늦고 구체적 그림이 나오지 않다 보니 정작 동북아 허브의 수요자가 돼야 할 외국인들의 반응도 시큰둥한 편이다. 한국에는 아직까지 다국적 기업의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가 하나밖에 없다. 각각 20여개씩의 동남아, 동북아지역본부를 갖고 있는 홍콩 싱가포르 등과 비교하면 걸음마 단계에도 접어들지 못했다는 말이다. 한국에는 포천(Fortune)지가 발표하는 글로벌 100대 기업 중 76위에 해당하는 보험회사인 푸르덴셜생명의 동북아지역본부가 있을 뿐이다. 그러나 안충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지정학적 이점을 활용하고 제조업 기반과 정보산업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비전’을 국가경영 전략으로 삼아 추진한다면 우리에게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논의만 무성할 뿐인 양자간 자유무역협정(FTA)도 동북아 허브 구축을 위해서는 반드시 뛰어넘고 가야 할 장애물 중 하나다. 현재까지 세계적으로 모두 172개의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돼 시장개방의 폭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유독 우리나라만 아직 단 하나의 자유무역협정도 맺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지난 몇 년 동안 추진되어 온 한-칠레간 자유무역협정은 농민단체의 반발에 부딪혀 한발짝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

한일간 자유무역협정이 민간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고 일부에서는 한·중·일 자유무역협정 체결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최초의 자유무역협정 대상국으로 칠레를 선택했던 것이 우리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적었기 때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칠레와도 불가능했던 자유무역협정이 일본이나 중국과 당장 가능하리라고 보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평가다. 3회전 스파링도 못 뛰면서 12라운드를 모두 뛰려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얘기.

월드컵 성공 개최 ‘히트상품’으로 절호의 기회

내부적으로 점검해야 할 문제들도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서해안 중심의 경제특구 방안은 우선 그동안 국토개발의 가이드라인처럼 인식돼 왔던 수도권 집중화 억제정책과 충돌할 가능성도 크다. 따라서 동북아 허브 구상에서 소외되는 지역의 반발을 어떻게 조정하느냐도 중요한 과제다. 이는 수도권 지역의 투기과열이나 지가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사회문제화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예상 난제들을 어떻게 조정, 극복하느냐가 동북아 허브 구상의 실현 가능성을 가늠하는 ‘내부적’ 척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동북아 허브 구상이 단기간에 실현될 성질의 프로젝트가 아니라는 점에 정치권을 포함한 전 국민이 우선적으로 합의하는 일이다. 정권을 초월한 장기적 국가과제로 추진돼야 한다는 사실에 합의하지 않고서는 이러한 대역사(大役事)를 달성할 수 없다. 정부가 내놓은 구상이 완결되는 것은 2020년. 앞으로 남은 시간만도 18년이다. 그동안 우리는 대통령 선거만도 네 번을 치러야 한다.

중국이 오늘날의 푸둥(浦東) 개발에 착수한 것은 10년 전인 90년대 초였다. 대만이 아태지역 운영센터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아시아 비즈니스 거점을 지향하기 시작한 것 또한 5년 전인 95년이었다. 그러나 우리의 동북아 허브 계획은 이제 막 구상단계를 벗어났을 뿐이다. 출발이 늦었던 만큼 선점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불 보듯 뻔한 일. 그러나 다행히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와 4강 진출이라는 ‘히트상품’은 우리에게 마지막 역전의 기회를 안겨주고 있다. 분명한 것은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주간동아 342호 (p36~38)

< 성기영 기자 >sky32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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