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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대선 전초전 ‘8·8 대격돌’

‘제3세력’ 태풍의 핵으로 뜰까

정몽준 의원 중심으로 한 ‘4자연대론’에 힘 실려 … 정치권은 ‘재보선 직후 등장할 것’ 예측

  • < 김시관 기자 > sk21@donga.com

‘제3세력’ 태풍의 핵으로 뜰까

‘제3세력’ 태풍의 핵으로 뜰까
”지금의 민주당, 지금의 노무현으로는 안 된다.”(동교동 L씨) 민주당 내 ‘반노’(反盧)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DJ 차별화를 놓고 벌인 주류와 비주류, 동교동과 쇄신파 대립은 당 안에 머물던 반노의 목소리를 담장 밖으로 밀어냈다. 심지어 쇄신파 인사들도 “환골탈퇴한 노무현 아니면 안 된다”고 말한다. 지방선거 참패, 지도력 부재, 이에 따른 내분 등 반노의 흐름을 엮어내는 이유는 넓게 자리잡고 있다.

제3세력, 제3후보론은 그 대안의 하나로 등장해 민주당 인사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인제 정몽준 의원, JP(자민련 김종필 총재), 박근혜 한국미래연합 대표 등은 여전히 대안론의 핵심인물이다. JP는 이들을 하나로 묶는 4자연대론을 시도했다. 4자연대론은 월드컵을 거치면서 ‘8강구도’로 확대됐다. 이한동 총리, 고건 전 서울시장, 이홍구 이수성 전 총리 등의 이름이 보태진 것이다. ‘현실 정치’가 흡수하기 어려운 인물들도 포함됐지만 그만큼 지각변동의 폭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암시한다.

4자연대론은 애초 ‘서로 고개를 숙일 수 없는’ 4인4색의 한계로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노풍의 등장과 급격한 몰락으로 4자연대론은 새로운 가능성과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박근혜 대표는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 10여명과 광역의원 8명을 공천했지만 모두 낙선해 일단 기가 꺾인 상태다. 최근 그의 주변에서는 눈높이를 조정, 실현 가능한 차선을 찾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인제 의원도 경선 불복과 경선 중도사퇴가 부담스러운 듯 ‘킹메이커’로서의 역할에 비중을 두는 모습이다. 4자연대론의 흐름은 자연스럽게 정몽준 의원을 중심으로 틀을 형성하고 있다. 정의원은 반이회창 단일후보이자 제3후보로 거듭나는 중이다.

고건·이한동씨 등 포함한 ‘8강구도’로 확대

‘제3세력’ 태풍의 핵으로 뜰까
민주당 충청권 인사들은 지방선거 참패 후 “이인제 의원이 정몽준 박근혜 의원, JP와 함께 8월 거사를 준비중”이라는 말을 곧잘 입에 올렸다. 이의원의 한 측근은 “그들의 바람이자 요구”로 발언 배경을 축소했지만 4자연대론을 통한 대안 모색이라는 본질은 부인하지 않았다.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룩한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노무현 후보 대신 정몽준 의원을 영입해 대선을 치르자”는 ‘친정(親鄭)파’가 많아졌다. 이회창-노무현 양강 구도에 금이 가고 새로운 후보가 등장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대목이다.



정의원의 경쟁력은 ‘참신한’ 이미지다. 월드컵 신화를 일군 뛰어난 국제감각도 좋은 점수를 받는다. 정의원측은 이를 한마디로 ‘글로벌 리더 정몽준’으로 정리한다. 그러나 정의원은 정작 본인의 길에 대해서는 함구로 일관한다.

정의원 측근들은 정의원의 행보를 서너 가지로 압축, 정리한다. 녹색신당 등과 같은 독자정당 창당, 4자연대를 통한 새로운 대안 모색, 민주당과의 연합을 통해 현 여당후보로 출마, 이 모든 것을 하나로 연결시키는 연대론 등이 현재 정의원측이 갖고 있는 시나리오의 일부다. 경우에 따라 대선과 거리를 둘 수도 있고 한나라당에 입당해 차기를 노리는 후계자 수업을 받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 바 있다.

정의원이 대선후보로 비상하기 위해서는 반노(反盧)의 중심으로 평가되는 이인제 의원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이의원은 조만간 정의원을 만나 정몽준 대망론에 ‘조언’을 보탤 예정이다.

이인제 의원의 한 측근은 “지방선거 후 이고문이 두 가지를 결심했다”고 말한다. 첫째는 대선 꿈을 접은 것. 한마디로 마음을 비웠다는 얘기다. 4자연대를 추진하는 입장에서 보면 매우 유리한 조건이다. 다른 하나는 “노무현 민주당으로는 안 된다는 확고한 원칙을 세웠다”는 것이다.

이의원은 지방선거 투표일인 6월13일과 14일 연이어 최측근들과 선거평가를 하며 사후 대책을 논의한 바 있다. 이의원 진영은 재보선 역시 현 노무현-한화갑 체제로는 필패할 것이라고 본다. 그 경우 개혁파와 노후보가 심한 도전에 직면할 것이며 정계개편 정국이 오면 노후보와의 이념적 차별성을 들어 독자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의원의 한 측근은 중도개혁정당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중도개혁 또는 중도보수 성향의 충청-경기-강원을 JP의 지원하에 접수, 맹주로서의 위상을 확보하는 방편이기도 하다. 이의원은 반이회창 세력의 결집을 염두에 둔다.

이의원이 현실적으로 움직일 여건은 성숙된 편이다. 이의원측은 “지금 당장 탈당해도 12명은 내 편”이라고 장담해 왔다. 여기에 자민련 인사들, 박근혜 정몽준 의원과 합치면 3당 구축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JP와 박근혜 대표와는 이미 함께하기로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측근들은 보고 있다. 한 측근은 “신당은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의원측은 쇄신파와 동교동 인사들의 갈등 속에 ‘선물’을 받았다. 정균환 총무가 이원집정부제를 꺼낸 것. 이원집정제 개헌은 이의원의 소신이다. 이의원은 지난 5월28일 박근혜 대표를 만나 대통령은 외교와 국방을, 총리는 내치를 담당하는 프랑스식 이원집정제를 제의한 바 있다. 그 같은 제의를 정총무가 공개석상에서 했다. 중도개혁포럼 인사들 상당수도 여기에 동조하고 나섰다. 동교동 인사들은 정총무가 개헌론을 통해 노후보를 윽박지른 것으로 해석한다. 이의원측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DJ와의 차별화, 김홍일 탈당 등 부담스러운 청산작업으로 청와대와 동교동을 압박할 경우 ‘결국 우리 길을 갈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가 담겼다는 것.

4자연대의 흐름과 관계없이 고건 전 서울시장의 등장 가능성도 거론된다. 학자로 돌아간 고 전 시장은 정계진출을 극력 부인하지만 국민의 신망을 받고 있는 그의 이미지와 행정경험 등을 정치권은 탐낸다. 최근 민주당 내부에서도 간헐적으로 고 전 시장을 노후보의 대안으로 거론한다. 조만간 총리직을 사퇴할 예정인 이한동 총리의 등장 가능성도 거론된다.

4자연대 및 제3후보의 등장 시기는 8·8 재보선 직후가 될 것으로 정치권은 보고 있다. 이의원과 정의원 주변에서는 7월창당설도 흘러나오지만 선거 결과를 보고 움직일 가능성이 더 높다. 제3세력의 등장은 민주당과 노후보의 재보선 성적표가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성적표의 내용이 나쁠수록 제3후보에 대한 구애의 목소리에는 힘이 실릴 것이다. 노후보가 당내 내분을 잠재우지 못하면 재보선에서 평균점수를 받기 힘들어 보인다. 따라서 제3세력의 등장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당연히 노후보측도 이런 흐름을 읽고 있다. 정몽준 영입설이나 당내 인사들의 탈당 및 제3신당설을 예의주시한다. 반노세력과는 화합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일부 쇄신파 인사들은 “이제 버릴 것은 버리고 가자”는 주장을 공공연히 내놓고 있다. 노후보 측근들은 재보선 이후의 분당 사태까지 염두에 둔 대책 마련에 고심하는 표정이다.

반면 한나라당의 반응은 매우 건조하다. 제3후보 등장이 가져올 파괴력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한나라당 한 인사는 “노풍과 정풍은 비슷한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다”며 노풍과 마찬가지로 정풍도 거품이 빠질 것으로 본다. 정의원이 안고 있는 한계와 약점에 대한 검증작업이 시작되면 20%대를 상회하는 그의 지지율은 곤두박질칠 것이라고 희망 섞인 진단을 내놓는다. 여론조사기관의 한 관계자는 “노풍이 빠지면서 정풍이 일어난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주간동아 342호 (p24~25)

< 김시관 기자 > sk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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