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42

2002.07.11

노무현 ‘창’이냐 이회창 ‘방패’냐

지방선거 여파로 盧 ‘다급’ 李 ‘느긋’… 盧의 脫DJ·재신임 ‘승부수’ 과연 성공할까

  • < 김시관 기자 > sk21@donga.com

    입력2004-10-18 14: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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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창’이냐 이회창 ‘방패’냐
    정치권의 눈과 귀가 ‘8·8 재보선’에 쏠리고 있다. 이번 재보선은 12월 대선의 분수령이자 정치권 지각변동의 출발점이다. 여야는 한치 양보 없는 전의를 불태운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측은 지방선거 압승의 여세를 몰아 이번 선거도 낙승을 장담한다. 자신감으로 가득 찬 한나라당과 이회창 후보는 ‘방패’ 뒤로 몸을 숨긴다. ‘낮은 자세’로 임하겠다는 여유다.

    반면 민주당 노무현 후보측은 다급해 보인다. 이미 ‘재보궐 선거 후 재신임’이란 극단적인 승부수를 던졌지만 현실은 의도대로 풀리지 않는다. 부여잡은 창(槍)을 갈아 재기에 나서야 하지만, 내분에 휩싸인 당은 노후보의 다리를 붙잡는다.

    노후보의 측근 L씨는 8·8 재보선 결과를 두 가지로 예측한다. 먼저 비기거나 이기는 경우다. 일부 세력의 이탈이 예상되지만 노후보의 위상은 유지할 수 있는 낙관적 상황이다. 문제는 패배했을 때. L씨는 “입에 올리기 싫지만 그 경우 노후보의 낙마, 또는 그에 준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말한다. 동교동 및 비주류 인사들의 집단 이탈, 분당 등과 같은 ‘빅뱅’이 올 것이란 게 그의 전망이다.

    따라서 “무조건 이기는 게임을 해야 한다”고 또 다른 측근 K씨는 주장한다. K씨는 그 전제조건으로 ‘DJ와의 차별화’를 꼽는다. DJ 대 반(反)DJ 구도를 ‘노무현 대 이회창’ 구도로 끌고 가야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다. 이 구도 변화에 따라 당의 소멸과 재건, 노후보의 정치생명이 달려 있다는 인식이다.

    노무현, 동교동계·비주류 역풍에 ‘불안한 출발’



    노무현 ‘창’이냐 이회창 ‘방패’냐
    쇄신파는 김홍일 의원의 탈당 권유, 청와대 비서진 문책, 아태재단 해체 및 사회환원, 방탄국회 거부 등 4개항의 청산프로그램을 선보이며 노후보 지원에 나섰다. 그러나 동교동계와 비주류가 이에 반발, 역풍을 맞았다. 동교동은 노후보측의 청산프로그램을 당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일종의 ‘파워게임’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짙다.

    동교동 및 비주류 인사들은 개혁 명분으로 추진되는 쇄신파의 4개항 속에 17대 총선 공천 등 향후 자신들의 정치생명을 위협할 ‘비수’가 숨어 있다고 본다. 동교동 한 재선의원은 노후보와의 관계 청산을 전제로 ‘반노(反盧)의 대동단결’을 외친다. 재보선 결과와 관계없이 ‘각자의 길’을 가자는 주장이다.

    이원집정제 개헌론도 DJ 차별화라는 깃발 아래 전선을 하나로 몰고 가려는 노후보와 쇄신파의 진로를 방해한다. 정균환 총무가 제기한 개헌론에 노후보의 한 측근은 “직진로가 막힌 동교동이 우회로를 파기 시작했다”고 개헌론의 배경을 설명했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막기 위해 분권적 대통령제로 가야 한다는 명분과 논리는 트집잡을 수 없지만, 이른바 권력구조 및 정계개편이라는 또 다른 노림수가 숨어 있다는 것.

    ‘과거 청산’에 대한 청와대의 냉랭한 반응도 노후보가 해결해야 할 사안이다. 직·간접 접촉을 통해 “밟고 가겠다”는 의사를 전달했지만 반응은 의외로 차가웠다. 노후보측은 “청산프로그램에 입각한 노후보측의 밀어붙이기는 예우기간을 거친 정당한 요구”라고 주장하지만 부담감을 지울 수 없다.

    현직 대통령은 대선 판도를 결정짓는 중요 변수다. 97년 김영삼 대통령이 이런 권력 법칙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적이 있다. 당시 50%를 넘던 지지도가 10%대로 추락한 이회창 후보는 조바심을 냈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YS 인형을 만들어 때리고, 탈당까지 요구했다. 그러나 지지율이 오르기는커녕 부산 등 특정 지역에서 YS 지지자들이 대거 이탈하는 역류현상 앞에 이후보측은 망연자실했다.

    노무현 ‘창’이냐 이회창 ‘방패’냐
    이런 예에서 보듯 DJ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있는 서울과 수도권 및 호남 유권자들이 DJ 차별화를 외치는 노후보를 어떻게 볼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는 우려의 주문도 있다. 노후보의 한 측근은 “현직 대통령은 (당선)되게는 못하지만 안 되게는 할 수 있다”는 말로 청와대와의 대치 전선에 잠복한 위험성을 지적했다. 6월28일 한화갑 대표와 63빌딩에서 조찬을 가진 노후보는 일단 청산프로그램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청산문제는 이제 조용한 해법을 강조해 온 한대표 손으로 넘어갔지만 내분 없는 청산은 힘들어 보인다.

    노후보와 달리 대세론으로 무장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자못 여유 있어 보인다. 한나라당은 지방선거 민심이 8·8 재보선에도 그대로 반영될 것으로 전망한다. 따라서 수성전략에 비중을 두며 ‘방패’를 부여잡는다. 이후보측은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의 색깔을 드러내는 선거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한나라당은 잇따라 터져나오는 DJ 아들들의 비리의혹과 공적자금 부실문제 등 각종 호재들을 적절하게 배치, 선거 분위기를 한나라당 주도로 끌고 갈 계획이다.

    한나라당은 당초 민주당 내홍을 ‘짜고 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분의 주체들이 진검승부를 벌이고 있다고 파악하고 이 생각을 버렸다. 한나라당은 민주당 내분이 당분간 해결되기 힘들 것으로 본다. 한나라당 K의원은 “8·8 재보선 결과보다 8월9일 이후 있을 정치권의 지각변동이 더 큰 관심”이라고 말한다. 한나라당은 요즘 압승할 경우와 비겼을 때, 패했을 때 등에 대한 경우의 수를 놓고 각종 정계개편 시나리오를 대입한다. 이 인사는 “노후보가 재보선에서 참패할 경우 평소 스타일대로 후보직을 던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노후보의 낙마 및 민주당 분당 등을 도상연습에 자주 등장시키는 이유다.

    한나라당도 고민은 있다. 이후보측은 이후보 아들들의 병역비리 의혹 및 세풍 등 ‘과거’ 족적들과 관련한 의문이 지금도 세인들의 관심사임을 알고 있다. 이후보의 방미에 최규선씨가 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나 최규선씨와 정연씨의 커넥션에 대한 의혹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런 의혹이 선거쟁점으로 등장하는 것 자체를 꺼린다. 특히 병역비리 부분에 대해서는 “밀리면 모든 게 끝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병역 관련 보도를 했던 언론에 잇따라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이후보 아킬레스건’에 대한 부담감을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번 재보선 기간중 이중 어떤 사안이 튀어나올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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