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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햇볕정책 침몰하나

김정일이 장악 못한 군부의 딴지?

軍 독자적 도발 가능성 배제 못해… 연평해전 패배 이후 수차례 보복 다짐

  • < 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hoon@donga.com

김정일이 장악 못한 군부의 딴지?

김정일이 장악 못한 군부의 딴지?
대구에서 한·일 월드컵 3·4위전이 열리는 6월29일 북한은 한·일 월드컵 대항 행사로 마련한 아리랑축전 폐막식을 가졌다. 남과 북 모두에게 좋은 날, 인민군은 왜 도발을 저지른 것일까.

첫째 이유는 1999년 6월15일 발생한 연평해전 패배에 대한 설욕 목적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서 오가는 통신을 감청하는 소식통에 따르면, 연평해전 이후 북한 군부는 누차 보복을 다짐해 왔다. 때문에 북한 해군은 월드컵 기간중에 기습적으로 도발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북한 해군의 이러한 도발은 사전에 김정일에게 보고된 것일까. 이 문제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좀더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다. 한국에서는 김정일을 국방위원장으로 알고 있지만, 북한에서는 대개 ‘최고사령관 동지’라고 부른다. 김정일은 젊은 시절 군에 입대한 사실이 없다. 조선로동당에서 일하던 그는 만 49세 때인 1991년 12월24일 갑자기 110만 조선인민군을 지휘하는 최고사령관으로 추대되었고, 만 50세인 1992년 4월20일 원수 계급을 부여받았다. ‘벼락출세’를 했기 때문인지 김정일은 군부 문제에 관해서는 그리 큰 힘을 쓰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2000년 6월과 8월 각각 평양을 방문한 김대중 대통령과 남측 언론사 사장단을 태운 비행기는 휴전선 위를 날지 못하고 서해로 나갔다가 들어오는 ㄷ자 항로로 서울-평양을 비행했다. 김정일은 남측 언론사 사장단을 만난 자리에서 ㄷ자 비행을 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나는 직항로로 오시게 하려 했는데, 군부에서 직항로를 열면 비행기에서 특수카메라로 사진을 찍는다고 반대해 직항로를 열지 못했다.”

김위원장 그동안 군 장악 이상징후 노출



남북정상회담에서의 구두합의와 제2차 남북장관급회담의 합의를 통해 2000년 9월25일 남북은 첫 국방장관회담을 가졌다. 경의선을 이으려면 휴전선을 관장하는 양측 군부 사이에 합의가 있어야 하는데, 이 회담에서 양측은 경의선을 잇기 위한 군사당국자 회담을 갖기로 하는 데 합의했다. 이후 남북한 군은 군사당국자회담을 다섯 차례 갖고 경의선을 잇기 위한 ‘비무장지대 관리 규칙안’을 만들었다. 그리고 양측 국방장관이 서명을 받기 위해 합의문을 교환했는데 이때 돌연 북한군은 남측 국방백서의 ‘주적’ 표현에 문제를 제기하며 합의문 서명을 거부했다.

지난 4월 임동원 청와대 외교안보통일 특보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을 만났다. 서울에 돌아온 임특보는 “쌍방은 군사당국자 회담을 재개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공동보도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북한은 로동신문을 통해 ‘군사당국자 회담 재개문제를 군사당국에 건의하기로 했다’는 전혀 다른 내용의 공동보도문을 발표했다. 이러한 증거는 ‘벼락출세’한 최고사령관은 군부가 관여한 문제에 대해서는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6·29 도발을 계기로 국제사회는 북한에 대한 제재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군부가 격침한 것은 그들에게 우호적이었던 햇볕정책이었다.

우리 해군의 분위기는 당혹감과 더불어 유사한 사태가 벌어지면 반드시 응징보복을 하겠다는 분위기다. 상당수 해군 관계자들은 익명을 전제로 “선제 격파사격을 감행해 357호 고속정을 침몰시킨 것은 북한 해군 경비정이지만, 햇볕정책이라는 이상한 정책을 내놓아 해군의 손발을 묶어놓은 우리 정부에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한 해군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정책이란 정확한 정보를 근거로 시작돼야 한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북한에 대해 정확한 정보도 갖지 않은 채 덜렁 햇볕정책이라는 정책부터 시행했다. 이러니 햇볕정책에 맞지 않는 정보는 위로 올라갈 수 없었고, 그로 인해 최고 지도자는 계속해서 상황을 오판하는 상황을 맞았다. 이것이 6·29 도발이라는 비극적인 사태를 낳은 근본 원인이다. 자기 명분에만 집착해 우리 수병들이 죽는 것을 좌시한다면 그 끝은 매우 불행할 것이다.”



주간동아 342호 (p12~12)

< 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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